-
-
나의 오두막 ㅣ 온그림책 9
로이크 프루아사르 지음, 정원정.박서영 옮김 / 봄볕 / 2022년 7월
평점 :
"진짜 인간의 소유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앞서 읽었던 무루의 <우리가 모르는 낙원>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 몇권을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 인용글이나 소개된 책 중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은 꼭 별도로 리스트업을 해두는 편인데, 이 책도 그것들 중 하나였다.
마침, 짧게 집중도를 높여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던 중에 저장해둔 이 책이 생각났고, 그렇게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을 살펴보면 텍스트가 거의 없다. 그리고 다짜고짜 시작된다. 어떤 목차나 설명도 없이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 그에 따라 책을 읽는 독자 역시 그대로 휴가지로 빠져들게 된다.
빨간 배낭을 멘 주인공은 초록색이 우거진 숲속을 헤치며 깊은 곳 파란 지붕의 오두막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도착한 후에는 오두막을 정리하고 청소하며 휴가지에서의 첫날을 보낸다. 이후 주인공은 홀로 탐험과 캠핑, 바비큐, 다이빙, 소풍 등을 즐기며 숲의 정적을 맘껏 누린다.


그러다 휴가를 마친 그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오두막을 떠나게 된다. 이후 인간이 떠난 것을 확인한 곰 한 마리가 오두막에 나타나 여유를 만끽하며 일상을 누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나는 앞서 <우리가 모르는 낙원>책을 통해 대략의 스토리를 읽은 터라 처음부터 곰의 존재를 인지했지만, 아마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중간 혹은 끝부분에 다다라서야 곰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곰의 존재를 파악한 순간부터 이 그림책 읽기는 무한 반복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대체 곰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또 어디서부터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답을 확인하고 난 뒤에는 인간의 입장이 아닌, 3자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다시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인간인 우리가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진짜 내것인지, 진짜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 어쩌면 자연을 대표하는 '곰'이라는 존재가 잠시 인간에게 빌려준 것(내어준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내 땅, 내 것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공존을 위해 자연이 잠시 내어준 것일수도 있다.
그러니 내것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사용하거나 소비하려하지 말고, 소중히 아끼며 사용하는 건 어떨까? '나'의 오두막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의 오두막임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