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바뀌는 시간 - 김순양 단편소설집
김순양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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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의 다양한 삶의 풍경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주요 화자로 등장하는데, 아마도 새내기 시니어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재 역시 해당 연령대라면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데, 퇴직과 가족, 우정, 취미는 물론이고, 외로움과 상실감, 도전정신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국면이 담겨 있다.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장년층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사계절에 빗대어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중심에는 늘 누군가의 ‘존재’ 혹은 ‘부재’가 자리한다.


이로 인해, 어떤 인물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또 다른 인물은 봄날 같은 따뜻한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통해, 삶이 가진 흥미롭고 다양한 모습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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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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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작가가 되고 싶어, 육십 대 후반에 수능시험을 치르고 문예 창작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이 책은 젊은이들과 어울려 문학을 공부하면서, 학기마다 한 편씩 써 모은 소설 작품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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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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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올해 서른세 살이 된 명한은 현재 몸이 좋지 않아 군대 친구였던 종구가 있는 지리산 골짝 마을에서 요양 중이다. 한때는 어머니 강옥진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던 국악 명창을 꿈꾸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실패자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바로 업둥이 막냇동생으로 알려져 있는 솔이가 바로 자신의 딸이라는 점이었다. 그가 군대 가기 전 국악 버스킹을 하던 중 만난 연변에서 온 리연정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어머니 옥진이 아들 몰래 업둥이로 둔갑시켜 자신의 딸로 호적에 올려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을 보며 명한은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다. 이제는 뒤에 숨어있기 보다 앞으로 나서서 이 모든 과오를 바로잡아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을 떠난 리연정이 남긴 흔적인 솔이를 위해, 이제는 적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본다.



■당신의 이기주의

아내 '박연숙'과 남편 '남기준' 두 개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기준의 이기적인 면모가 도드라지는 이야기다.


서른아홉까지 연애 한번 하지 못할 만큼 바쁘고 성실하게 살아온 연숙은 어느 날 미용실에 방문한 두 살 연하 기준과 석 달 만에 결혼을 하게 된다.


처음 한동안은 정규직 공무원, 두 살 연하남, 세련된 매너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에 들떠 살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서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 된다.


거짓이 드러나자 남편은 그 길로 집을 나가고, 연숙은 한동안 몸이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이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집을 나간 남편은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옛 애인과 재회하여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는데, 그때 임신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던 연숙의 소식이 시댁에 알려지면서 결국 기준에게까지 이야기가 전해지게 된다.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기준을 연숙은 아이를 위해 참고 받아줘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내쳐야 할까?



■다시 봄

반려견 단오와 호수를 산책하던 중 이정은 어느 날 개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한용규를 알게 된다. 18년 동안 자신을 속여온 전 남편과 이름이 비슷했던 그를 처음엔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시선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두 번의 결혼생활이 좋지 않게 끝난 뒤라, 다시 연애나 재혼은 생각도 하지 않던 이정이었는데, 다정하고 사려 깊은 그의 행동으로 인해 이정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렇게 이정에게도 다시금 봄이 오는 듯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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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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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 관계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기에는 존재와 부재를 유난히 많이 겪는 시기라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오래된 관계가 와해되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며 용기와 희망을 갖는 포인트들이 잘 드러난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들은 가슴을 칠 정도로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현실에서는 부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타인의 삶을 통해 삶의 풍경이 변화하는 것들 지켜보며, 우리의 인생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 여전히 사계절이 존재하고 있음도 함께 깨닫게 된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봄을 맞고, 누군가는 겨울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삶의 계절은 저마다의 풍경을 지나며 흐르고 또 흐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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