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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소나타 - 정신분석학이 결혼의 여러 가지 고민을 언어의 의미로 연주하다
강인경 지음 / 북보자기 / 2025년 4월
평점 :
결혼의 여러 가지 고민을 연주하듯 다양한 언어의 의미로 담아냈다는 소개 글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살짝 아쉽다.
정신분석학의 측면에서 쉽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나, 읽고 나서 뭔가 크게 남는 것은 없는 느낌이다.
쉽게 읽히기는 한다. 그런데 명확한 핵심이 딱 짚어지지는 않는다. 결혼에 대한 다양한 고민, 이를테면 연애, 임신, 출산, 스트레스, 중독 등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쓱 읽고 쓱 넘어간다.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옆 테이블에서 유난스럽게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정신 분석학적으로 접근했다지만, 정신분석학에서 쓰이는 용어는 거의 배제한 듯 보이고, 이보다 오히려 문학적 독백이나 소설, 시적인 언어들이 더 자주 엿보인다.
그래서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는 하나 조금 더 명확한 해결책이나 주제가 돋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주제에 따라 더 세세하게 구분하여 '들려오다-보여지다-바라보다-살아가다-살아지다-느낌하나'로 분류해서 해당 주제를 다루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주제는 조금 따로 노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저런 것들을 다 따지다 보면 머리 아파지니, 그냥 술술 읽히는 데로 읽는 방식을 취했고, 그중에서 머릿속에 남는 문장만 기억에 남겼다.
그래도 혹시나 저자가 설정한 전개 방식에 따라 읽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소개하는 각 세부 분류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들려오다'는 오늘날 주변에 들려오는 구체적인 현실을 담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여지다'는 말하는 사람이 살아온 자신의 삶을 회상해 본다.
▶'바라보다'는 정신분석적인 삶의 의미에서 새롭게 삶을 선택하려는 의지의 성찰을 담고 있다.
▶'살아가다'는 스스로 살아가는 실천의 삶을 문학적 은유로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살아지다'는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존재의 가치를 연주하고자 했다.
▶'느낌하나'는 가슴에 각인된 명료한 자신의 고백을 담고 있다.
고 전하고 있는데, 읽는 방식은 독자의 선택이니 각자의 방식에 따라 독서하고 뇌리에 남는 문장들은 가슴에 새기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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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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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의 후설의 '에포케'라는 단어가 있다. 흔히 '판단중지'라고 하는데 텅 빈 괄호 같은 것인데 다른 말로 이성의 판단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바라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인데' 이 말처럼 어려운 말은 없다.
순수한 마음은 의미로 해석하기 힘들다. 정신분석 치료에 '에포케'는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마음 그대로 듣고 고민하고 그 사람이 되어주는 마음이다. 힘들면 같이 힘들어하고 좋으면 같이 좋아하는 감정을 나누는 것이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한다.
(...)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런 마음만 있으면 그런 삶을 가르치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저절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하며 살아가게 된다.
172~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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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는 '에포케'의 마음이 많이 부족한듯하다. 꼬아서 보고 듣고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낀 그대로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에포케'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해주면 참 좋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 단어가 유독 더 마음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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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가득한 불만과 욕심에서 온다. 불만과 욕심은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삶을 만든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이 가장 불행한 삶이다. 그 불행은 이별의 아픔을 낳고 아픔으로 남겨진 생명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184~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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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불현듯 반항심이 불쑥 솟아오른다. 고통이 내 안에서 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런 마음 좀 가지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이 아닌 사람이기에 모든 것에 초연하거나 괜찮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끔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불만과 욕심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그게 항상 고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기에, 때론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기에 가끔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삶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가끔, 때때로 그런 마음과 생각을 품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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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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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여러 고민을 음악에 비유해 '소나타'라는 이름을 짓고, 각 악장으로 표현한 것 그리고 구성상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역시 앙꼬 없는 빵은 뭔가 심심하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지루한 내용도 독자에게 버림받지만, 너무 쉽거나 텅 빈 내용도 외면받기 쉽다.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조금만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안은 채, 이 책의 마지막 악장을 덮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