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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츠바키 문구점> 다음 편이 바로 <반짝반짝 공화국>인데, 어쩌다 보니 3편인 <츠바키 연애편지>편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래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순서 상관없이 <반짝반짝 공화국>을 세 번째로 읽어본다.
2편 <반짝반짝 공화국>에는 포포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데, 이를 통해 포포의 성장담은 물론 새로 일군 가족을 지키겠다는 포포의 다짐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 '선대'의 죽음 이후 줄곧 혼자 지냈던 포포는 새로운 가족을 두고 '반짝반짝 공화국'이라 부르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때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나게 된다.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포포와 츠바키 문구점의 성장과정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결혼을 통해 달라진 포포의 여러 변화와 성장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이 묻어나기 시작한 츠바키 문구점의 풍경, 새로 생긴 딸과 남편, 생활의 변화, 달라진 마음가짐 등등 포포의 사적인 부분들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며 포포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하나 있다. 바로 몇 대째 계속되고 있는 '대필'이 바로 그것이다.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거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 이들이 포포를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우리는 다채로운 사연들을 여전히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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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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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하토코)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의 십일 대 대필가. 미츠로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게 된다.
■미츠로
아내와 사별하고 딸 큐피와 함께 고향인 가마쿠라에 내려와 식당을 차렸다. 포포와 결혼하게 되면서 새로운 행복을 만끽 중이다.
■큐피
미츠로와 미유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미츠로와 포포 결혼의 1등 공신으로, 포포를 잘 따른다.
■빵티
초등학교 교사인 포포의 친구. 남작과 부부 인연을 맺은 후 현재 임신 중이다.
■남작
선대의 친구이자 빵티의 남편.
■선대
츠바키 문구점의 십 대 대필가이자 포포의 할머니.
■미유키
미츠로의 전 부인이자 큐피의 엄마. 살인사건에 휘말려 사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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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간략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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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의 활약으로 포포는 미츠로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렇게 '아메미야 하토코'에서 '모리카케 하토고'가 된다. 하지만 한동안은 따로 살며 서로의 집을 오가는 형태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이내 집을 합치게 되면서 서로의 삶에 좀 더 깊숙이 스며들게 된다. 혼자였던 포포는 그렇게 남편, 딸, 그리고 시댁 식구까지 새로 얻게 되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미츠로와 포포의 혼인신고, 큐피의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그렇게 새 출발을 하게 된 포포지만 여전히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며 대필 의뢰는 성실히 이어나가게 된다.
●스즈키 다카히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어머니날 카네이션과 함께 엄마한테 편지를 쓰고 싶어서 대필 의뢰
●요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편지로 사과를 받고 싶어 대필 의뢰
-사십구제가 되기전에 남편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받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편지를 받아야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의뢰를 하게 되었다고 함
●가마쿠라 마담
-남편하고 이혼하고 싶어 이혼장을 대신 써달라는 대필 의뢰
-남편의 주사로 인해 신변의 위험을 느낄 정도라고 함
●리처드 (반)기어
-가마쿠라 마담의 남편
-아내로부터 이혼장을 받은 후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대신 써달라는 대필 의뢰
-아내에게 상처 입힌 것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이혼하지 않고 이대로 함께 살 수 있도록 힘을 빌려달라는 요청
●집게 씨
-은둔형 외톨이인 그녀
-호감 있는 상대에게 고백 편지를 대필해 달라는 의뢰
●마담 칼피스
-친구인 미즈호가 병이 났는데, 과거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는 말을 야박하게 하기 어려워 대필 편지를 의뢰
●두 남녀
-생후 8일 된 아들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상중 엽서 대필 의뢰
●남작
-암이 발견되었다면서 추후 자신이 사망하게 되면 아내인 빵티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대필 의뢰
●후지산 이마씨
-과거 자살한 작가 야스나리가 자신의 애인이라 말하는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 달에 한 통이라도 야스나리 씨의 러브레터를 받고 싶다며 대필 의뢰
이렇듯 항상 행복하고 기쁜 일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등장한 한 여성으로 인해 포포는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레이디 '바바'라고 불리는 이가 포포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며 으름장을 놓는데, 돈이 없다며 돌아가라 하니 자신이 포포의 생모라고 주장하며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포포는 새로운 가족들에게 해가 갈까 봐 한동안 잠을 설치며 괴로워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던 포포는 이 일을 계기로, 돌아가신 할머니 '선대'가 이를 감추어 자신을 보호해 줬음을 깨닫게 된다.
한동안 할머니를 원망만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포포는 이렇듯 숨겨진 할머니의 진짜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포포와 미츠로, 큐피는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그럼에도 큐피의 엄마 '미유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츠로가 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한동안 포포는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댁 식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부터 이들은 공개적으로 '미유키'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게 되고 그렇게 점차 진짜 가족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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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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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리카게 가가 세상에서 제일가는 반짝반짝 공화국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반짝반짝 공화국을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2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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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가 미유키에게 쓴 편지 내용 중 일부로, 이를 통해 포포가 얼마나 새로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포포는 새로운 가족을 두고 '반짝반짝 공화국'이라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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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불행해진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편지를 쓰면서."
미츠로 씨 말은 내게 묵직한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살아가는 수밖에 없더라. 내가 행복해지는 게 복수라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울고 있으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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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때론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미츠로가 한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가 꺼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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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애써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는 할 수 있네."
줄곧 가슴에 막혀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2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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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포포는 할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한다. 자신을 키워준 고마운 존재인 동시에, 살아생전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이기에 더 그랬다.
여기에 더해 뒤늦게 드러난 편지 내용과 생모의 존재로 인해 포포는 몰랐던 할머니의 깊은 애정과 보살핌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에 큰 돌덩이를 얹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애써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는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동안의 체증이 내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각기 다른 양가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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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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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에 존재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덕분에, 이 마을이 큰 수혜를 입었다고 들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 이만큼 좋은 오락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츠바키 문구점을 비롯해 그들이 산책하고 거닐었던 거리, 외식했던 식당, 들렸던 신사 등. 작가가 표현한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잠시 소설 속에 머무를 수 있으니 어쩌면 환상 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이것을 노린 것인지 책의 뒷면에는 마치 실사 이야기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포포의 대필 편지와 가마쿠라의 지도가 함께 첨부되어 있다. 이 때문에 더 '한 번쯤'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