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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즐겨보는 유튜버가 휴가지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최근 피곤에 절어 있던 터라, 자꾸 가물가물 감기는 눈에 뭔가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한 것이 필요했는데, 마침 이 책이 해답이 되어준 것 같다.
눈을 확 뜨이게 하는 직설적인 조언에 더해 의도하지 않았던 큰 글자 도서를 대여하는 바람에 빨리 읽고 반납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되었고, 덕분에 후다닥 이틀을 투자해 읽고 쓰는 시간까지 가져본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위로나 위안을 주는 문장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독설 혹은 날카로운 말처럼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레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아마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우리가 삶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들을 제대로 꼬집어 이야기해서가 아닐까 싶다.
만약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든다면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 담겨있는 책으로,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바꿔주는 말들이 많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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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짧고 간결하게 표현된 깊은 진리나 교훈을 의미하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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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끙끙 앓던 문제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현재 삶이 불만족스럽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좇아 이 책을 펼쳐보자. 고통의 진정한 의미는 물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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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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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이 책은 그에게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주었다.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달리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게 집필된 이 책의 출간 이후 그의 철학에 대한 추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점점 유럽을 넘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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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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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마치 바닷물과도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에 시달린다. 이는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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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갈망하는 '부'와 '사회적 지위'가 사실은 우리를 더 목마르게 하는 원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당신이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갈망하기 때문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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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일반적인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그 어리석음을 그 자체로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든 대부분의 의견이 완전히 잘못되고 불합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으며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과 경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 우리에게 미치는 실제적 영향력은 얼마나 적은 것인지, 더구나 그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대체적으로 불리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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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람들이 일반적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훨씬 더 밝아지는 결과가 나올 뿐 아니라 확고하고 자신감이 가득한 태도와 억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태도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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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우리는 순전히 이상적인 노력, 더 정확히 말하면 절망적인 어리석음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많은 실제적인 불행을 피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소유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아무 방해 없이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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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실체 없는 것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평온해질 뿐 아니라, 실제적인 불행을 피하고 아무 방해 없이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도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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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오히려 그 자체를 위해 살고 존재한다. 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어떤 종류이든, 어떤 사람을 이루는 것은 그 자체의 존재이다. 여기에 큰 가치가 없다면 그는 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의 생각에 비친 그 존재의 이미지는 부차적이고 파생적인 것이며 우연에 따른 것이라 진정한 본질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1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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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실망스럽거나 고통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자책하는 방향으로 빠져들고는 한다. 그러고는 이내 타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는 한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보니 있는 그 자체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든지 간에 나는 있는 그대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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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덜 불행하게 사는 것, 즉 참을 정도만큼 산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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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커다란 고통 없이 인생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운명을 가진 것이지, 가장 큰 기쁨이나 엄청난 즐거움을 누린 것이 아닌 것이다. 최고의 기쁨을 누린 것으로 인생의 행복을 측정하려는 사람은 잘못된 기준을 선택한 것이다. 쾌락을 부정적이고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108~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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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최고의 기쁨을 누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며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 말하며, 오히려 커다란 고통 없이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 말한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 커다란 불행 없이 사는 것만큼 큰 행복도 없는데 우리는 너무 멀리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지금 스스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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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에 수많은 요구를 하면서 행복을 넓은 범위 위에 세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너무 넓은 범위 위에 세운 행복은 무너지기 쉬운 데다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훨씬 높기에 결국 나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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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스스로 가진 모든 종류의 수단에 균형을 맞추어 요구 수준을 적정하게 낮추는 것이 커다란 불행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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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행복이라는 단어 모두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이지만 너무 큰 범주에 두고 목표를 세우면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 비단 꿈과 행복뿐만이 아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적정 수준을 넘어선 허황된 목표만 좇는다면 불행만 얻을 뿐이다. 그러니 나의 상황에 맞는 요구수준과 적정선을 맞춰보면 어떨까? 그러면 만족감을 얻는 것은 물론 커다란 불행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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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재앙 중 다가올 것이 아주 확실한 일을 걱정하는 것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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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발생하거나 다가오는 시기가 불확실한 불행으로 인해 우리 인생의 평온함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것들을 결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기가 불확실한 것은 생각처럼 금방 찾아오지 않으리라 여기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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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걱정을 껴안은 채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며 살아간다. 그중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임에도, 그 걱정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이제라도 그런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불확실한 불행은 던져버리고, 확실한 불행만 걱정하자. 그리고 웬만한 것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으로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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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언제나 칭찬을 받을 만한 관용을 익힐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관심한 태도를 확고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록 그들 사이에 있지만 완전히 그들과 함께 있지 않을 것이고, 그들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회와 너무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아도 되고, 그로 인해 어떤 더러움이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129~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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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유지하되 상처받지 않는 방법으로, 적절한 거리감을 두는 방법을 채택해 보면 어떨까 한다. 간혹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막상 실천해 보면 의외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함께 있지만 완전히 속하지 않은 상태는 객관성을 확보해 주는 동시에 안전한 거리감을 유지시켜 주어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덜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당장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관계를 지켜나가는 동시에 나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 마음먹고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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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서랍에서 하나를 열 때는 다른 것들은 모두 닫아두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무거운 걱정 하나가 현재의 모든 작은 기쁨을 시들게 해 우리의 마음의 평정을 잃게 하지 않고,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밀어내지도 않으며, 하나의 중요한 일을 걱정하느라 많은 다른 사소한 일을 소홀히 하지도 않게 된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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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너무 많은 생각의 서랍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것에 대해 골몰할 때는 다른 것들은 닫아두고 오로지 하나에만 올인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현재를 오롯이 누리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안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평정심을 잃어 실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또 소소한 기쁨들을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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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낮은 책은 많이 읽게 되지만, 좋은 책은 자주 읽지 못한다. 질 낮은 책은 정신에 독약이나 마찬가지여서 우리의 정신을 파멸시킨다. 좋은 책을 읽기 위한 조건은 질 낮은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우리의 힘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3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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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들어서면 쇼펜하우어가 건네는 독서에 대한 신랄한 조언을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속 시원한 사이다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현재 출판되는 책들을 살펴보면, 수준 낮은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책이 접근성이 낮아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정된 삶과 시간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는 시간 낭비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질 낮은 책 읽기를 중단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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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을 읽는 시간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면 책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구입하는 것과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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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나 그 목적에 맞는 것만 간직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목적은 있지만 그것과 자신의 사고 체계가 비슷한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어떠한 것에도 객관적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 때문에 그들에게는 아무리 독서를 한다고 해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그들은 읽은 것을 그 어떠한 것도 간직하지 않는다.
310~3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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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사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이자 충고의 문장이다. 쇼펜하우어는 책을 구입만 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며,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 또한 크게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충분히 반복적으로 읽으며 내 생각과 사고가 버무려져야 비로소 진짜 내 것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책 구입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소유'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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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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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큰 책의 등장으로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책장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번의 경우 책 사이즈가 계기가 되어 먼저 읽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덕분에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또 흐트러진 집중력도 잠시나마 끌어모을 수 있었다. 직설적으로 내뱉는 문장들에 눈이 커다래지는 경험도 해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크게 상관없는 외부의 사람들로 인해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무관심이 답이라는 말에 큰 해결책을 얻은듯하다. 이 조언에 힘입어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서랍만 열어둘 예정이다.
그리고 적절한 한계선을 가지고 주어진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 물론 때때로 불행이나 고통이 찾아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고 나아가다 보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한계가 있는 삶과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 보다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다 보면 큰 불행은 비껴갈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다 보면 행복의 본질 자체에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