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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일상에서 찾은 지혜와 온기에 대해 전하고 있는 책!"
이 얇은 책 한권조차 마주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이 책을 마주했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참 잘 읽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에 읽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는 좀 난해하게 다가왔었는데(물론 지금 읽으면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 책만큼은 공감백퍼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일화를 바탕으로 적어내려간 삶에 대한 따뜻함과 지혜가 엿보이는 단편형식의 에세이 글이라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래서인지 공감가는 글들도 많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에세이 글들은 저자가 우울증으로 자살하기 2년전에 남긴 미공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럼에도 내용만큼은 그 어떤 글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점이다.
총 9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일화에서 깨달음을 얻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사소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들을 보여주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특히 요즘같이 불안과 좌절, 우울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꼭 필요한 위로와 조언이 아닐까 한다. 각기 자기만의 힘듦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고 있다면, 이 책에서 그 희망을 발견해봐도 좋을듯 하다.
낭떠러지 내몰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아주 작고 사소한 말한마디나 혹은 몸짓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제대로 매만져주는 책이다.
만약 지금 밑바닥으로 한없이 가라앉는 중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자가 건네는 손길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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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안톤을 생각한다. 그토록 큰 도움을 내게 준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허름한 옷차림의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는 늘 한결같이 쾌활하고 태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호 신뢰의 비결을 배운다면, 경찰도 법원도 교도소도 돈도 필요 없을 거라고.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 이 청년처럼 모두가 산다면, 부조리가 반복되어 '사회문제'가 되는 우리의 복잡한 경제 시스템도 어쩌면 해결될지 모른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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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가질수록 걱정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바라지 않고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면서도 남에게 기꺼이 자신의 능력을 내어주는 안톤의 사례를 통해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런 마인드가 아닐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행하다 느끼고 걱정이 많은 이유는 어쩌면 오직 나만 생각하고 불필요한 것을 너무 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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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돕지 못한 우리의 주저가 그의 인생 경로 변경에 의심의 여지 없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날 아침 우리의 말 한마디, 다정한 몸짓 하나가 그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어쩌면 줄 수 있었으리라.
그 중요한 순간에 그를 저버리고 만 것은 공감 부족이나 무관심, 못된 의도가 아니었다. 가장 필요할 때 올바른 말을 못하게 막는 것은 많은 경우 용기 부족인 것 같다.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절대 쉽지 않음을 잘 알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첫 번째 충동에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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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 경험해보거나 목격해봤을만한 이야기로, 어떤 의도나 무관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부족한 '용기'로 인해 타인의 인생이 망가지는 사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친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며, 이 일을 계기로 이후에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충동이 들때면 주저없이 그 의사에 따르리라 결심한다.
왜냐하면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일인만큼 저자가 전하는 이 깨달음만큼은 당신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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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의 주인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지배자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지울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우리의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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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요동칠때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실제 상품의 가치는 급격히 상승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일로 크게 한번 데여본 사람들은 돈이 주는 행복의 가치가 사실은 거짓이며, 그것을 넘어선 진정한 행복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볼 때,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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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시간에 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과 성과의 궁극적 비밀을 확실히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집중이었다. 크든 작든 어떤 작업이든, 수행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너무 자주 수백 가지 사소한 일에 분산되고 쪼개지는 의지를 진정으로 원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영혼의 결단이 있어야만, 오직 그런 결단력으로만 진정으로 일할 수 있다.
(...)
그 한 시간에, 나는 지금까지 내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다른 마법은 없다. 나는 그 한 시간에 이것을 깨달았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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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한 완벽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일이 크든 작든 상관없다. 그저 내가 그것에 한껏 몰입되어 집중하는 열정! 그 마법으로 그들은 무언가를 창조하고 이뤄낸다.
만약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면, 일단 그것에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는 열정부터 키워보자. 그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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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모든 책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의 책 중 어떤 것을 먼저 읽을지 고민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현 시대상에도 잘 맞고, 무엇보다 일상 속 아주 사소하지만 진정으로 가져야 할 온기에 대해 전하고 있어 호불호 없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데, 한줄기 빛과 같은 지혜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자신은 물론 타인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될것이다.
여러 부정적인 키워드가 난무하는 세상속에서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이라면 이 책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당신은 분명 어두운 터널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