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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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서 과거를 만나다!"



보통 도슨트라고 하면 미술관, 박물관 등과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꼭 그런 한정된 공간에 묶여 도슨트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밖에 존재하는 외부 세상이 진정한 도슨트의 무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 주변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는 역사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숨겨진 한국 근현대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현장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는 장소들이기에 더 쉽게 마음을 먹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 현장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되돌아보면 어떨까 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슨트인 저자가 익숙한 현장을 직접 찾아 돌아보며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책 한 권에 모든 장소를 다 담을 수 없어 서울과 인천, 그리고 강화도 지역만 다루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양이 상당하다.


특히 평소 쉽게 지나쳤던 장소들이라 개인적으로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우리 가까이에 이런 역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음에도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앞으로는 주변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다소 아쉬웠던 건, 역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들에 대한 추가적인 첨부 자료들이 적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실존하는 역사 현장에 대한 사진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너머의 어떤 것은 그저 텍스트로 읽고 상상에 기대어 추측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금 답답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자료를 조사하거나 아니면 직접 현장에 방문에 팸플릿이나 전시 자료 등을 활용하면 보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래는 여러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 중 일부다. 특히 최근 나라가 휘청이는 여러 사건들을 겪다 보니 어쩌면 더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졌던 이들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반복되고, 또 결국 나라를 구하는 것은 민중 혹은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민지였던 대한민국이 국권을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몸으로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발적으로 참여한 바로 이 운동 덕분에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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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3.1운동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거대한 운동이었다.

(...)

3.1운동은 국제 사회에 식민지 한국이 처한 실상을 제대로 알렸을 뿐 아니라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등에 영향을 끼쳤다.


3.1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와 계급, 지역 없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 독립을 외침으로써 민족의 힘을 발견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3.1운동에서 여성의 역할도 컸다. 독립선언문 배부는 물론, 만세 시위를 주도한 여성들도 많았다. 다수의 여성들이 사회를 바꾸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우리 역사상 3.1운동이 처음이다. 이후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방향을 바꾼 3.1운동은 민중이 주인임을 선언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 제국의 부활이 아닌 새로운 민주공화정부였다.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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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자발적 참여 운동이 3.1운동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운동, 사회를 바꾸는 운동에 여성들이 최초로 참여한 운동, 새로운 민주공화정부의 탄생, 여기에 더해 국외(중국과 인도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운동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역사가 기록된 장소이지만, 매일 지나치는 익숙한 장소라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역사를 너무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된다. 지식은 물론 주변 풍경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알게 될 것이고, 또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다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 현장만큼은 한 번쯤 눈여겨보자. 그리고 우리가 어떤 과정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의 나는 물론,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땅을 조금 더 애정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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