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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와 찰나의 순간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심오해서 다 읽고 난 후에 한참을 지나간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게서 사라진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 시절을 지나며 놓쳐버린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이다.
더불어 새롭게 얻게 된 것들과 달라진 현재의 모습들을 함께 비교해 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나간 과거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유지하려는 쪽인지, 아니면 현재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책임감 있게 살다가 문득문득 지금 내가 사는 방식이 맞는지, 과거 내가 꿈꾸던 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되물으며 사는 쪽인지 말이다.
총 1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십 대 남성 화자의 일인칭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본인 혹은 상대방의 직업이 대체적으로 대학가나 예술계 쪽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젊은 날의 꿈과 연결되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그러면서 잊혀진 것들, 사라진 것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사라진 것들을 살펴보면, 친구, 우정, 생활패턴, 옛 애인, 꿈 혹은 미래, 아이의 애정, 단골 식당 혹은 단골 메뉴, 이웃과 같은 것들인데, 과거에는 당연한 듯 누리던 것들이 세월이 덧입혀지며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찬란한 시기에 곁에 있던 것들은 어느새 잊혀지거나 희미해지고, 이제 그 자리에는 현실적인 다른 것들이 채워지면서 모든 것은 다 그렇게 과거에 자리하게 된다.
지나온 자리에 흔적만 겹겹이 남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또 이미 지나간 것들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인생은 찰나의 순간이다. 이것을 두고 애도하며 슬퍼할 것인가 아니면 그렇기에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것인가는 개인 선택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사느라 바빠 미처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이 책에서 다루는 '사라진 것들'을 살펴보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다 보면,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아름답거나 흥미롭다기보다 오히려 회환과 후회와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고 겪는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비슷한 감정과 공감대 형성은 확실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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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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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내가 오버랩되며 달라진 현실의 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한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나는 어쩐지 그 속에 섞여들지 못한다.
주인공은 자신만 변한 것 같고 친구들은 여전히 과거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느끼게 되면서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나는 늘 불안에 시달리며 그것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을 당연한 일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면 나만 다른 나라로 이민한 사람처럼 멀리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은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두툼한 허리와 넓적하고 편한 신발,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굴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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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이렇게 익숙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호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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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대부분을 이십 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도 그 순간엔 거의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술을 한 잔 따라 마신 뒤 누구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복도를 지나 현관 밖으로 걸어 나왔다.
14~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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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주인공은 꽤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주제와 관심사를 드러내는 친구들을 보며 주인공은 되려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위 문장은 그러한 상실감이 잘 드러난 대목으로, 우리네 현실 속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혼자와 미혼자, 아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사정에 따라 만나는 횟수가 달라지고,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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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 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 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 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 있었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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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주인공은 이제 매일 불안에 시달리며 가정을 지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삶의 관점뿐만 아니라 패턴도 젊은 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때때로 과거가 떠오를 때면 현재 삶에 작게 균열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주인공은 현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위 문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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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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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기 전과 된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로 아이가 생겨남으로써 달라지고 잊혀진 자신의 일과와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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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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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겪는 고충이자 애환, 혹은 완전히 달라지는 삶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얻는 기쁨과 행복도 물론 있지만, 그 시간 속에 '나'라는 존재는 서서히 줄어들어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은 비단 이 소설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현실 속 모든 부모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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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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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옛 여자친구 마야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로, 이제는 그녀 인생의 3자인 주인공이 그녀의 삶을 회고하며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찬란한 청춘시절 주인공은 미술가인 여자친구 마야와 작은 차고 아파트에 세 들어 함께 살았다. 그러다 예술을 하며 특별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마야는 결국 주인공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마야는 그곳에서 예술가로서 승승장구하기는커녕 암과 사투를 벌이느라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예술가와는 먼 삶을 살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그러한 마야의 삶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형태로 전개되는데, 원하던 장소에 도착했지만 암 투병으로 인해 그토록 바라던 미래는 펼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마야의 꿈과 미래를 살펴보다 보면, '인생무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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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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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자로서 승승장구하던 내털리는 어느 날 손떨림 증상과 함께 원인 모를 병에 걸리게 되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 직장, 일상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항상 탁월한 재능을 뽐내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던 그녀이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손의 이상으로 그녀는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는 그런 과정을 겪어나가며 하나 둘 이전의 영광을 내려놓는 내털리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누구나 갑작스럽게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더 끔찍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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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중증도가 낮고 진행성이 아닌 경우도 있으나 어쨌든 삶을 뒤바꾸는, 내털리처럼 손에 생계가 달린 사람에게는 특히 타격이 심한 질병이었다. 떨림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기도 하고, 그대로 유지되거나 거의 변화가 없기도 하고, 흔치 않은 경우 오히려 나아지기도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다행히도 당장은 떨림이 손에 국한되어 있었고 주로 오른손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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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털리는 자신의 경력에 대해서, 그리고 이 상황이 연주자로서만이 아니라 음악과에 새로 임용된 교수로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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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일상에서 받는 모든 유형의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가 떨림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첼로 연주를 계속하고 싶다면 일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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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없는 일이었을지 모르나 첼로를 연주해야 하는 연주자로서는 타격이 컸던 이 질병으로 인해 내털리는 자신의 경력과 삶 등 많은 부분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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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대학의 현악사중주단 공연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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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내털리는 무너졌다. 진단을 받은 뒤로 그녀가 처음 운 날이었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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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여태껏 힘껏 노력해 온 일들이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때 내털리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현악사중주단 공연을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내털리의 변화는 시작된다. 병의 진단이 내려졌을 때도 희망을 품었던 내털리는 그렇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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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리 아이들을, 그리고 그 애들이 십대가 되었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떠할지를, 특히 자신의 증상이 더 진행되어 지금보다 나빠진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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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된 내털리는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며 대비를 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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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무대 위의 내털리를 보면서 위대함이란, 특출하고 탁월한 재능이란 이런 것임을 깨닫던 순간이다. 물 흐르듯 유연하게, 마치 몸의 연장인 양, 팔의 일부인 양 움직이던 활을 바라보던 기억, 공연 중 이따금 눈을 감고 자기 안으로 사라지는 듯하던 내털리, 오르내리는 박자에 맞춰 호흡도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어떤 순간에는 꿈이나 무아지경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환희 밝아지던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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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내털리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탁월한 재능까지 갖춘 인재 중의 인재였지만, 병으로 인해 이제 다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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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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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나 역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몸은 언제 어떤 식으로 우리를 배반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현재,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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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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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라인벡에 사는 이유는 이십 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친구들 때문이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두어 달이 두어 해가 되고, 두어 해는 이십 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친구들과 동떨어져 산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여겨질 무렵, 불현듯 친구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속에는 두 친구가 라인벡을 떠나 오스틴으로 이주한다는 계획이 숨어있었다. 주인공은 그것을 알게 된 후에 배신감, 슬픔, 불안감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유독 좋아하는 셋이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을 볼 때면 늘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는데, 이제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앨범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두려운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그 사진을 찍었을 당시의 많은 디테일들이 이제는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을 떠올리며 이와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 수없이 지워진 것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지금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조차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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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앨범에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진이 한 장 있다. 맥두걸 스트리트에 있던 내 아파트에서 셋이 함께 앉아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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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트리스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날이 언제였는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지 두 주가 지났고, 때로는 이 시간의 기억 역시 지워질지 궁금해진다. 라인벡에서 보내는 우리의 마지막 날들의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125~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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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는 한다. 좋았던 일도, 슬펐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기뻤던 일도.
지금 당장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도 막상 지나고 나면 또 그렇게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삶이란 이런 망각 때문에 살기도 하고 또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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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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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어느 날 실종됐다. 그리고 이제는 사망처리가 되어 주인공은 그런 친구의 유품을 정리하러 그의 집에 들렀다.
친구가 소중히 했던 물건을 하나하나를 정리하며 그는 문득 친구의 마지막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모든 것들이 여기 이 자리에 있지만, 친구만 없다는 것에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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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을 떠올리며 그 친구가 벌써 얼마나 그리운지, 그의 얼굴을 얼마나 보고 싶은지, 대니얼이 없는 내 인생을 상상하기가 벌써 얼마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지 생각했다. 소중한 나의 친구. 인생의 다른 수많은 일에서는 그토록 운이 좋았으나 한 번의 지독한 일격을 당한,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친구. 대니얼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의 수영장에 우리는 있는데 그는 없다는 것이 너무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3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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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더 이상 볼 수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은 실종으로 인해 사망처리된 친구의 유품을 정리하며 깊은 애도와 슬픔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친구는 이제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수영장을 누빌 수도, 즐길 수도 없다. 모두가 예전과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친구만 그 자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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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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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있어 사라진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달라진 미래와 꿈, 그리고 물건, 사람, 관계 등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시간이라는 열차를 거친 후 사라지거나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사라진 것만큼 새로 얻은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는데, 그동안 너무 의식하지 않고 흘려보낸 것 같아 반성의 시간도 가져본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2배, 3배 더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흩어지는 순간들을 더 '의식'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찰나에 사라지는 것들을 모두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주인공들처럼 나중에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감정의 빈도나 강도는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렇지 않는 상태로 살 때는 잘 모르지만, 워낙 요즘은 사건사고가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어 특히 하루하루를 더 귀하고 알차게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멀리만 바라보기보다 오늘 그 자체를 온전히 꽉 채워 보내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