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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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상에 선물같이 다가온 괴테 할머니의 지혜!"



최근 들어, 어른 같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들로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로 인해 여러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선물처럼 다가왔다. 특히 내가 바라고 꿈꾸는 '어른'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어 더 주의 깊게 읽었던 것 같다.


매운맛은 쏙 빠지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담백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던 이 책의 내용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여러 지혜를 건네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목표한 바를 바르게 이루는 법, 어쩔 수 없이 닥친 고난을 헤쳐나가는 법, 자라나는 아이를 잘 교육하는 법,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법, 혼자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살아가는 법 등과 같은 것들로, 읽다 보면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 치부할지도 모르겠으나, 유명세를 지니고도 여전히 해맑은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며 소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가 애정하는 괴테, 그리고 정원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와 가치들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괴테 할머니로 불리는 전영애 교수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의 내용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출판사와 최경은 씨가 정리한 내용들이다.


살펴보면 전영애 교수의 삶에 대한 철학이나 생각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를 통해 나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최근 나와 같이, 어른답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거나 그래서 가끔 삶의 방향이 헷갈리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저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역시 훌륭한 부모 밑에서 훌륭한 아이가 자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현재 나이 든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태도에 대한 내용도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요즘의 노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들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숙제이자 우리 모두가 떠안고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는 참된 어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나만의 올바른 방향점을 잡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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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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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명예교수'와 '괴테 석학'보다 '괴테 할머니'로 더 많이 불리는 사람.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에서 여백 서원을 운영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큰 꿈을 꾸게 하고 싶어서 괴테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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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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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경험이 다 공부입니다. 특별한 걸 찾을 게 아니라 그게 다 공부입니다. 무슨 원서 몇 장 읽고 이런 게 아니고요. 특히 문학을 읽는 일이 그렇지요. 우리가 모든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문학은 픽션인데, 이 허구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사실은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거든요.

(...)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내 옆의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게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까지 만나는 일입니다. 엄청난 일이지요.

(...)

그래서 저는 조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문학이 사실은 삶에 무척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의 범위는 얼마든지 활짝 넓힐 수 있습니다.

(...)

사람은 늘 배워야 합니다. 배우지 않는다는 것은, 배울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모질 게 말하자면 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살아 있다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란 물론 책 보는 것뿐일 리 없고 오히려 삶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이겠지요.

20~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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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장으로, 나 역시 이에 동의하는 바다. 인생 그 자체가 공부요, 사람이라면 응당 늘 배움으로써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배우려는 태도도 불성실하고, 또 배우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책은 뉘 집 개 이름이고, 그나마 읽는 책은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있다.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저자는 배울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오죽하면 '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삶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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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비유하는데요, 산에 올라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더 쉬운 일은 없어요. 어떤 일을 해도 산 하나를 넘는 고비는 있는 것인데, 우리가 산을 넘으려면 저 산이 좀 쉬울까, 이 산이 좀 쉬울까 하고 둘러보면 안 될 일이고요. 어떻게든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산등성이를 꼭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힘든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이게 더 좋을까 저게 더 좋을까 너무 재는 것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고, 쭉 가보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을 해도 힘든 점은 있으니 산 하나 정도 오르는 공은 들여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부칠 때 적어도 이건 내가 좋아서 택한 것이라는 마음가짐이라도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입니다.

37~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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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며, 힘이 부칠 때를 대비해 적어도 좋아서 택한 것이라는 마음가짐이라도 있어야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말에서 삶에 대한 힌트를 얻어본다.


나의 인생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서는 일단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한다. 이것저것 해보며 경험을 쌓다 보면 호불호가 나뉠 것이고, 거기에서 나만의 '호'를 몇 가지 발견해 보는 것이다.


그런 후 최소 10년은 믿고 쭉 가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결정한 나의 선택을 믿고 인생의 고비를 넘다 보면 어느 순간 작은 산등성이의 정상에라도 올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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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절을 정말 아프게 잘 통과해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저 비탈길로 가지 않고, 바른 길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다 가보고 헤매고 구르기도 한 비탈길들은, 그 험한 길들은 바로 내가 스스로 넓힌 내 영역, 내 영토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103~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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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만 왜 이 험난한 가시덤불을 건너야 하나 원망을 쏟아내던 때도 있다. 물론 어떤 것들은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만큼 경험치가 상승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느지막이 깨닫거나 경험할법한 일들을 일찍이 경험하고 나니, 이미 그 영역은 아는 영역이 되어버리면서 불안감도 사라졌다.


미지의 땅은 두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고 겪은 일련의 불행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안전하게 디딜 수 있는 땅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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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가셨지만, (중략) 그럼에도 저는 어머니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 공부든 무엇이든 꼭 좋은 학교에 가서 배워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간절함이 있고,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

왜 제가 어머니 발끝을 못 따라가고 어머니께 무한히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또 제 인생 자체가 늘 어머니 몫까지 산다는 생각을 할까요. 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바로, '믿음'인데요.

(...)

공부를 한 딸이 틀린 일을 할 리 없다는 거죠. 이토록 철석같이 믿어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나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

돌아가시고 나니까 이제 그처럼 나를 믿어주시는 분이 세상에 없어, 나이가 제법 들었지만 '고아'처럼 느껴졌어요.


우리는 물질적으로 뭔가를 더 해주려고 하고, 못해줘서 안타까워하는데, 어머니가 못해주신 것은 저를 한 번도 기다려보지 못하신 것, 그것이라고 당신이 말씀하셨고, 그 절대적인 신뢰와 간절한 마음이 제 거의 모든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108~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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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부모님 이야기는 유달리 더 인상 깊게 다가오는 내용 중 하나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아낌없이 주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자의 어머니는 실질적으로 물질적으로는 거의 도움을 주신 게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절대적인 신뢰와 자식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늘 풍족하게 느끼며 살았기에 오히려 그 믿음에 기대여 삐뚤어짐 없이 올곧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전한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가 가장 안타까워 한 일 중 하나는, 저자가 어린 시절 먼 길을 걸어 학교에서 돌아오는 것을 한 번도 기다려주지 못한 것이라고 전한다. 그게 못내 미안해서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으셨나 보다.


이런 어머니를 두고 있는 저자는 그래서 어머니 발끝도 못 따라간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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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씀이 몇 마디 없습니다. 과묵하신 분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씀은 특히 들은 기억이 없고, 제가 늘 무리하고 사니까 "신외무물이니라", 그렇게만 말하시며 건강을 염려하시던 것과 "천재란 노력하는 능력이다"라고 하신 두 마디가 겨우 귀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천 마디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었어요. 얼마나 신뢰해 주시고, 제가 제 일을 잘하도록 얼마나 마음 써주셨는지. 얼마나 말씀 없이 아끼셨는지.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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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작고하신 60대 말부터 91세까지 혼자 사신 아버지는 평생을 자식에게 기대는 것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가셨다고 전한다.


45킬로그램밖에 안 나가는 작은 체구에 20킬로가 넘는 배낭을 지고, 오천 원까지 조끼를 입으시고 일본 북알프스며, 에베레스트까지 가시면서 그렇게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건강을 챙겼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딸을 위해 일일이 증조부가 남긴 문집을 번역하는 등 말보다 행동으로 앞서 신뢰와 애정을 써주신 것을 보며 정말 큰 어른이라는 생각을 감히 안 할 수가 없다.


존경스러운 두 부모님 덕에 어쩌면 저자는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갈 수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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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사랑은 그저 속으로만, 너무 퍼붓고 퍼부어서 유약하게 만들지 말고, 한걸음 떨어져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이 가까운 사람들의 건강한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날개'는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스스로 꿈꿀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즐겁게 했던, 그 즐거움의 기억으로 뭔가를 이루고 또 나아갑니다. 그래서 함께 즐거웠던 추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 그만큼 시간을 줘야 합니다. 꿈까지 주입하려 들면 안 됩니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됩니다. 좁은 틀에 넣어서 가르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방임을 하라거나 버릇없게 키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가르칠 건 따끔하게 가르쳐야지요.


모든 부모가 시간이 많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짧더라도 그 적은 시간이 정말 소중하도록,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

그래서 틈이 있어야 합니다. 쉴 틈이 없으면, 스케줄이 꽉 짜여 있으면 꿈까지 생길 틈이 없어요. 좀 멍하니 있을 시간도 있고 이래야 뭐가 고이지요.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 마음속에 뜻과 꿈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어야 합니다.

132~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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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이 문장을 건네고 싶다. 맞벌이하는 엄마를 두고 욕할 것도,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꿈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소중한 추억을 쌓아주는 것, 여기에 더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반대로 행하고 있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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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 들었기 때문에 유의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젊은 사람들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정말 스스로 자주 명심하곤 합니다.


예전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수명이 짧아서 더 그랬겠습니다만, 우리네 어른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뭘 알겠는가. 이제 젊은 사람들이 잘 알지. 젊은 사람들 뜻에 따라야지.' 이런 태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처럼 나이 드신 분들은 유튜브도 많이 보고 그만큼 아는 게 많다 보니, 그리고 당연히 좋은 뜻과 노파심에서 그러시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조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저라도 그러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

일단은 조금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특히 아끼는 사람일수록 조금 거리를 두고, 조금씩 오래오래 아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배반을 겪는 것이고, 상실의 아픔을 겪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161~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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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들이 행하는 행실의 문제점을 콕 짚어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며, 나이 든 나를 향해서 다짐에 다짐의 말을 건네게 된다.


말을 아끼고, 행실을 조심하고,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실천하고 행해야 하는 일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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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젊어 보이려고 많이들 애를 쓰곤 합니다. 저는 사실 왜 젊어 보이려고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젊었을 때도 썩 좋은 일은 없었는데, 젊게 보인다고 이제 좋은 일이 생길 것도 아니고, 가장 큰 문제는 진짜로 젊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살아야 되잖아요. 이때까지 살아오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또다시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절대 사양인 겁니다.


젊어지는 대신 나이 들면 굉장히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간이 없는 장점이 무엇인가 하면 안 해도 될 말, 빈말, 쓸데없는 말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말, 하고 싶은 말 할 시간도 부족해요.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한데, 싫은 사람 만나서 마음에 없는 말 할 시간은 정말로 없거든요. 그런 일들이 자연스레 제거되니, 매 순간 좋은 일로 가득한 것 같아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165~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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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또 살아야 되잖아요'라는 말에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말은 제대로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언제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 외에는 크게 미련이 남았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어서 저자는 나이 들어서 좋은 장점에 대해 나열하는데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그리고 얼른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다른 방법이 있다. 그전에 '죽음'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지금 당장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다.


언젠가 눈을 감는 순간에 저자의 말처럼,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좋은 말만 하다 간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남들 따라 젊어 보이려고 애쓰기 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 보면 어떨까? 둘러보면 우리가 보듬고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빈말하며, 실속 없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귀한 시간 쓰지 말고,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과 일들을 행하며 오늘을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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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괴테를 만난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깊어지고, 좀 더 높아지고, 좀 더 넓어지는 사람은 참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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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 들수록 더 새로워지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 사람이 괴테입니다. 늘 호기심에 가득 찬 동시에, 정말 대단한 꾸준함까지 겸비한 사람이었지요.

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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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괴테를 사랑하는 이유를 서술한 문장인데, 이 문장을 읽으며 불현듯 괴테가 궁금해졌다. 몇몇 책 속에 등장하는 괴테는 만나봤지만, 어쩐지 제대로 마주한 적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 기회를 빌어, 괴테도 책 목록에 담아본다. 나이 들수록 더 새로워지는 사람이라니, 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괴테를 만나볼 이유가 생겼다.


바이마르에서 저자가 머무는 미하엘 크노헤 씨의 댁

미하엘 크노헤씨는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 전 관장으로, 선뜻 저자에게 자신의 집 한 공간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덕분에 바이마르에 들릴 때면 매번 이곳에서 머물다 온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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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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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하고 다정한 인상의 괴테 할머니라고 불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밀라논나와 윤여정 씨가 떠올랐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젊은 사람들의 워너비로 불리고 있다는 점과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라는 점일 것이다.


'진짜 어른'이 소멸된 현시대에서 겨우 찾아낸 보석 같은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집중하고 귀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결국 맥락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것을 피해 가는지 모를 일이다. 하나같이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과 바람은 같은 것인데 말이다.


한때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없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하나 둘 저마다의 색으로 나타나 깨달음과 교훈을 주는 덕분에 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어쩌면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넘어졌다 일어나며 나만의 고유한 땅을 일군 덕분에 지금의 내가 홀로 꿋꿋이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책으로, 미디어로, 유튜브를 통해 이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재 저자가 몰두하고 있는 '괴테 전집'의 한국어판 또한 고대하는 마음을 담아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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