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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라 미안합니다 - 커피 생활자의 카페 감별기 ㅣ 카페 소사이어티 2
이기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8월
평점 :
"호기심 어린 관찰력과 나만의 까칠한 기준이 결합된 카페 취향에 대한 책!"
카페나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는 잘 가지 않는 나와는 다르게, 저자는 커피도 좋아하고 카페도 하루에 두세 군대 옮겨 다닐 만큼 카페를 자주 애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선별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살펴보면 은근 까다로우면서도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시간, 맛, 음악, 분위기, 화장실, 테이블은 저자가 카페를 고르는 기준들에 속하는 것들로, 지극히 사적이며 또 개인적인 취향임을 알 수 있다.
집은 냥이들에게 내어주고, 카페를 전전하며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비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오히려 즐기고 있는듯하다.
그는 다양한 카페를 이용하다 보면, 의외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며, 이를 통해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카페가 문을 닫았거나 커피 맛이 없거나, 혹은 화장실이 더럽거나 등등) 내버려두고, 얼른 또다시 새로운 카페를 찾음으로써 더욱더 카페력을 상승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유로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괴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뭐 어떠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과 취향을 따라 카페를 찾고, 그 삶을 즐기는 것이니 충분히 존중해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독려해 주고 싶다. 더불어 나 역시 저자와 같은 나만의 확고한 취향을 찾아 마음껏 누려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총 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의 이상하고 매력적인 카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전에 가는 카페가 다르고, 점심 먹고 오후에 가는 카페가 다르며, 맛과 분위기, 인테리어, 음악, 테이블 등등의 사유로 단골이 되는 카페가 있는 반면, 스쳐 지나가는 카페도 있다.
왜 이렇게 카페를 내 집 드나들듯 다니느냐 하면 집중이 잘 돼서라고 말한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는 것에 은근한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방문한 카페가 꽝이라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카페를 향해 나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취향은 여타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민감하다. 내 입맛에 맞는 맛, 일찍 문을 여는 곳, 넓은 테이블, 깨끗하고 청결한 화장실, 질리지 않는 음악 및 자신만의 취향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것에 자신만의 기준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까칠하고 예민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카페 주인이나 손님들을 향해 이것들을 발산하기 보다, 스스로 카페를 떠나 다른 카페를 찾아가는 것으로 취향을 채우고 있으니 어찌 보면 카페 탐방기를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카페 일상기를 집요하게 쫓으며, 그날그날에 벌어진 에피소드나 상황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형태로 서술한다. 그래서 독자는 마치 CCTV를 들여다보듯, 그날의 풍경을 시선으로 쫓으며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저자 자신이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또 다른 취향에 대해서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자기 삶을 애정하고, 제대로 즐기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일, 작업 방식, 사람, 관계, 우연히 마주친 손님 등에 대해 서술하는 장면들을 읽다 보면 유쾌하게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공감 가거나 뜨악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새 저자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행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나만의 취향까지 반영해 즐기는 삶이라니, 나만 부러운가?
그가 그만의 방법으로 카페 생활을 즐기는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
아래는 저자의 생각과 취향 중 유난히 나와도 결이 잘 맞았던, 혹은 공감이 갔던, 아니면 기억에 남았던 내용들 일부를 발췌한 문장들이다.
읽으면서 '맞아 그렇지'하며 나의 취향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나도 나만의 확고한 취향과 까다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차 상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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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이 열리자 마음도 너그러워졌는지 다른 카페에서 마시는 덜 맛있는 에스프레소도 먹을 만했다. 한번 수준을 높이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힘든 줄만 알았지 한번 맛을 알면 그 계열을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되는 줄은 몰랐다. 커피 없는 카페 생활에서 마침내 커피 생활로 들어섰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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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없는 카페 생활에서 처음으로 커피 생활로 들어선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장이다. 어떤 이들은 수준을 높이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자는 오히려 한번 맛을 알게 되니 그 계열을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모를 때는 넘길 수 있을지 모르나, 알게 되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저자 역시 그 계열을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커피를 좋아하는 1인으로써 맛을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치지는 못한다. 조금 덜 맛있는 상황이라도 어떨 때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먹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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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관한 정보도 평생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알 수 있는 법이다. 난 얇은 잔에 입술이 닿는 느낌을 훨씬 좋아하고 한 번에 마시는 양이 적은 편이라 얇고 작은 잔을 쓴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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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은 평생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것들이다.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해야만 나만의 취향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는 커피를 마실 때 기분에 따라,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잔을 두고 먹는데, 믹스커피를 먹을 때는 A잔,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는 B잔, 라테를 먹을 때는 C잔과 같은 형태로 구분해서 먹는다.
커피를 맛있게 먹는 나만의 비법이자 취향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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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한테 맞는 방법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찾으면 오늘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그 기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몸의 상태는 마음에 달렸고 마음의 상태는 몸에 달렸다.
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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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고로, 몸이 취약한 상태가 되거나 혹은 반대로 마음이 취약한 상태가 되면, 양쪽 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앞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나만의 방법을 찾아왔다면, 이때 확실한 처방전을 나에게 내릴 수 있다. 내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혹은 지금의 상태를 편안한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컨디션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내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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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없고 카페엔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의외성이다. 집은 늘 그대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
카페는 뜻밖의 요소로 가득하다.
(...)
기꺼운 요소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요소든 의외의 것은 생각을 촉발한다. 거기서 출발한 생각의 씨앗이 줄줄이 이어져 작업을 잠시 멈추게도 하고 글감을 던져주기도 한다.
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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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중하는 일을 앞두고는 절대 카페와 같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혹은 의외성을 촉발할 요소가 있는 곳은 방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멍 때리거나 쉼을 위해서, 혹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카페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일상 속 카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저자는 방해받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을 맞닥뜨릴지 언정 그런 의외의 요소를 일상에 그대로 두고 즐기고 있는듯하다.
덕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또 새로운 글감을 얻기도 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무엇이든 즐기는 방식은 제각각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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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직장을 옮겼고 그중엔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회사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그렇게 멋져 보이던 이미지는 내부로 들어가면 사라지는 신기루였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시트지가 별의별 무늬와 소재와 두께별로 있을 뿐이었다. 좋은 이미지를 풍기는 조직, 인물 들은 모두 시트지 활용의 달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 시트지를 쓰거나 쓰이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했다.
마침내 혼자 일하기로 결심했다. 혼자 일하면 시트지 따위는 안 쓰게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시트지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
121~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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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공감 갔던 문장 중 하나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그리도 멋지고 괜찮아 보이던 회사도 막상 내부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매번 실감하게 된다. 또 그 속에서 내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것을 벗어나고 싶어 또 막상 혼자 일해보면, 이 역시 조직에 속해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이로써 한꺼풀도 입히지 않은 온전한 나로서는 존재할 수 없구나 깨닫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 '00척'하거나 매번 다른 옷을 입으며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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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 '품절'이라고 써놓았는데도 그거 안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일할 때는 재차 확인은커녕 대충 넘긴다.
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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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공감하는 이야기다. 이 문장을 읽으며 얼마 전에 겪은 비슷한 일화가 떠올랐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면허증을 찾으러 간 곳에서 뒤에 줄 선 여자가 앞에 쓰여 있는 안내 문구는 읽지도 않고 자꾸만 이 줄이 번호표 뽑지 않고 줄 서는 곳이냐고 물어댔었다.
앞에 엄청 커다란 글씨로, '번호표 No 줄 서주세요!'라고 쓰여있었는데 순간 까막눈인가 싶었다. 묻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앞 데스크에 다 써놨는데 왜 그리도 물어대는지.
피곤해서 얼른 알려주고 면허증 찾은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 가서도 아마 이런 태도로 대충대충, 충분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타인을 괴롭히면서 정보를 알아내겠지?
피곤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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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저자의 취향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 자신의 확고한 생각이나 신념 등도 함께 담고 있어 읽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구석이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까칠하다거나 예민하다 표현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세심하고 섬세해서 긍정해 주고 싶은 부분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내 확고부동한 취향을 이야기한다는데, 왜 사람들은 이를 두고 부정적 의미를 담아 이야기하는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저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카페를 섭렵함으로써 카페 주인들에게 경제적 이득까지 더해주고 있는데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본다.
간혹 작업을 위해 4인 테이블을 혼자 쓰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이 또한 고정관념이라 생각한다. 혼자 오는 사람도 넓은 테이블 쓸 수 있고, 4인이 나란히 바 테이블에 앉아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더군다나 저자는 적당히 눈치 봐가며, 사람이 없을 시간대에 카페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군대서 계속 머물기보다 하루에 2~3곳을 옮겨 다니며 자신만의 카페 생활을 즐기고 있다.
타인의 생활에 지나친 간섭 혹은 딴지를 걸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저자의 이러한 생활패턴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찾아다니는 삶을 이 책을 통해 탐험해 보니 그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저자는 비록 한 번씩 택시 타고 이동한 카페가 문을 닫아도, 입맛에 맞지 않는 커피를 마주해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나 보다.
남들이 보기에 피곤하거나 까칠해 보이면 어떤가?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앞으로도 저자가 마음껏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승승장구하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