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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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통해 만나보는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


이 책에 실린 14편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시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당시 한국은 산업화로 인해 생활상이 급변하는 시기였고 그렇기에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던 때였다.

또 각종 가전기기의 발전, 집집마다 한대씩은 보유하게 된 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등 이슈가 많았던 시대였기에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그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에는 그래서 반가움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과 같은 상반되는 감정들이 함께 공존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한때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차와 함께 역사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과 하락을 보여줬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한눈에 한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마이카'가 존재한다.

남다른 자부심과 성공을 대변하던 차를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와 차와 함께 울고 웃으며 추억하던 때의 이야기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차, 역사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차 등을 살펴보며 차와 함께 성장해 온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한때 차는 단순한 소유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 또 하나의 동반자이자 나의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차를 통해 깊숙이 묻어둔 '공감'과 '추억'을 떠올려보며, 부모님의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이 책에는 포니 엑셀, 제네시스 G80, 카니발, 마티즈, 록스타, 프라이드, 삼륜차, 투싼 등 총 14가지의 차종을 만나볼 수 있는데, 살펴보면 모두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름들이다.

더불어 한때는 길거리에서 많이 보던 차들이라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더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지며 마치 '응답하라'와 같은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자동차와 함께 변화해온 삶 속에 시대상과 생활상이 깊이 스며 들어 있어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조금 남달랐던 시대 속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만큼은 그리운 시절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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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차'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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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에피소드가 끝나는 마지막 장에는 이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차에 대한 간략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차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당시 차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또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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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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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식 포니 엑셀
한국 차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던 차!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영숙 씨는 남녀 차별이 만연하던 195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끝끝내 물리치고 중고등학교 졸업했으며, 이후 아버지의 강권으로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그녀의 고생 2차전이 시작된다. 이에 그녀는 두 손 두발 걷어붙이고 물심양면으로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향한다. 아이를 업고 광주리는 머리에 이고 행상 일을 하며 남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나중에는 어깨너머로 배운 건강원을 열어 돈을 벌기 시작하는데, 이 덕분에 자식들 교육은 물론 아들들이 결혼한 후 집까지 마련해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때 그녀와 함께 했던 것이 바로 포니 엑셀이었다. 건강원을 열며 급하게 면허를 따고 산 타가 포니였는데, 이 차 덕분에 배달을 하며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들들이 배달 일을 도와주게 되면서 포니는 여기저기 긁히고 문짝을 가는 등 온갖 수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덕분에 오랫동안 생활비는 물론 꽤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상처투성이가 된 포니를 사위에게 인수하게 되면서 영숙 씨와 함께 전성시대를 누렸던 포니는 그녀와 안녕을 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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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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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
세련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한 제네시스 프리미엄 모델!

앞선 이야기와 연결되는 이 이야기는 영숙 씨의 딸과 사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는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시작된 1990년대로, 소탈한 성품을 가진 남편은 도무지 대학교수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남편은 신차만 나오면 대리점에서 팸플릿을 가져와 너덜너덜해지도록 들여다보는 게 취미였는데, 언젠가 차를 살 때 미리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수 남편에 교사 아내가 맞벌이하니 중형차 정도는 금방 살 것 같았지만 그게 참 어려웠는데, 네 명의 딸을 낳다 보니 교육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컸고, 또 번듯한 아파트를 사는 게 다음이니 좀처럼 자동차 차례는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1990년 밀레니엄이 오기 직전, 13년간 엄마와 세 남자의 운전 연습용으로 정들었던 포니는 폐차장으로 보내지고 할부를 잔뜩 낀 새 차를 사게 된다. 그 차는 봉고 같은 승합차 차종의 하나인 현대 스타렉스로 식구가 6명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더해 못 말리는 효자였던 남편이 자기 부모보다 더 극진히 장인, 장모를 모시게 되면서 친인척 행사만 되면 몰고가 어른들을 태우고 다니는데도 활용되면서 그렇게 무려 스타렉스는 20년 동안 현주 가족의 발이 되어준다.

그러던 중 스타렉스가 서서히 고장 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남편의 새 차에 대한 관심 또한 비례해 커지기 시작했는데, 남편이 가지고 싶어 하는 차는 6천만 원이 넘는 제네시스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차가 아니었다.

그래서 현주는 처음에는 펄쩍 뛰었으나, 남편이 전립선암에 걸리게 되면서 결국 제네시스를 사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갓 60을 넘긴 부부에게 암 선고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그 일을 계기로 부부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현주는 명예퇴직하면서 받은 위로금으로 7천만 원이 넘는 제니시스 G80을 사주었고, 다행히 간단한 수술로 남편 또한 완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다시 재발하게 되면서 남편은 수술을 거부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요도를 도려내야 해서 비닐 오줌보를 허리에 차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백방으로 대체 의학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여러 치료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돈만 날리고 몸은 극도로 쇠약해지게 된다.

보다 못한 현주가 결국 강제로 종합병원에 끌고 가 검사를 해보니 이미 암이 여러 장기에 퍼져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렇게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수술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남편은 그렇게 한 달을 못 넘기고 2023년 늦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주인을 잃은 검은색 G80은 지하주차장에서 방치되게 된다.

남편이 말한 대로 본인 생에 마지막 차가 되어 버린 그 차가 마치 남편을 데려간 것만 같았기에 더 현주는 더 지하주차장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현주는 남편과의 마지막 추억이 깃든 마실 길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딸들을 불러 그곳을 가게 된다.

그런데 오랜만에 지하주차장을 찾은 현주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 뿌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 차가 말끔히 세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사위가 몰래 와서 세차를 하고, 방전된 배터리를 살려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현주는 딸들과 함께 마실 길로 향하게 되고 운전하는 내내 남편이 곁에 앉아 지켜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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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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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포텐샤
기아자동차에서 마쓰다 자동차 루체를 기반으로 생산했던 고급 세단!

명우는 딸과 고3 아들 셋이서 함께 살고 있다. 아내는 반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한창 고생하고 이제 좀 여유 있게 살아보나 하던 시점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명우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무역사업을 하며 한동안 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지극한 내조 덕분에 제법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직원이 다섯이나 되었던 때였다.

그때쯤 명우는 포텐샤로 차를 바꾸게 되는데 아내는 처음으로 멋진 세단을 타게 되었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명우 부부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포텐샤를 타고 다달이 두 번씩은 주말여행 겸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그렇게 채 1년도 못 채우고 아내가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폐암 3기 판정을 받게 되면서 독한 항암치료와 빠른 전이로 인해 반년도 안 돼서 아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내가 떠나고 명우는 종종 차 옆자리에 투군가 타고 있는 걸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차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차를 산 지 2년밖에 안 된 차를 말이다.

여느 날과 같은 출근길, 명우는 성수대교 진입로 전에 갑자기 답답함을 느끼고 차를 갓길에 세우게 된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하여 성수대교 다리 절반쯤 지난다 싶을 때 '쾅!'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사태 파악에 나서던 때, 성수대교 한가운데로 추락하는 버스의 뒤꽁무니를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어 시간 후 사무실에 도착해 TV를 통해 비로소 벌어진 재앙을 알게 된다. 명우는 그날 이후 일절 차를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아침, 갓길에서 잠시 숨을 골랐던 십여 초, 아내를 느꼈던 그 짧은 시간이 명우의 생과 사를 갈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적'과 같은 그 차의 엔진룸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날 때까지 명우와 운명을 함께 했다.

사실 성수대교 사고가 있던 그 해를 전후해서 재난급 사고들이 유난히 쉬지 않고 발생했는데, 열차 전복사고,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 사고, 유람선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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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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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보니, 그때 그 시절의 아이콘이라 말할 수 있는 것 중에는 '패션', '음악', '브랜드' 외에 '차'도 포함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을 이룩하던 때에 차는 단순한 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이었기에 어쩌면 더 '시절 아이콘'에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거듭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차는 매번 달라졌고, 또 성장해왔다. 가족구성원에 따라, 직업에 따라, 기능에 따라 차는 다른 매력과 쓸모로 각 가정에 스며들었다.

이 책에는 그런 시대성과 문화, 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은 잃어버린 정감 있는 모습들도 더러 엿볼 수 있다.

또 지금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의 아날로그적인 모습도 담고 있어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조금 신기한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가 '라떼는~'하고 이야기하던 시대의 모습들, 이를테면 IMF 시대, 2002년 월드컵 등 역사의 순간들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우리 집 첫 차'에 신나서 방방 뛰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잊고 살았지만, 사진 속에는 존재하는 그 차를 오랜만에 앨범에서 꺼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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