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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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스스로 정서적 결핍을 치유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와 이렇게까지 솔직하다고?'였다. 이 책은 앞서 읽었던 그녀의 신작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책이었는데, 솔직하게 담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깊은 울림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주변에도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가부장제나 남녀 차별, 남존여비 사상 등을 들으며 커온 세대들에게는 더 그렇지 않을까 한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들도 그래왔기에 그 누구에게도 억울함과 상처를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여성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박차고 일어나 씩씩하게 나 홀로 서는 선택을 했고, 굳은 결심을 통해 상처가 대물림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흔적들이 엿보여 읽는 내내 토닥여주고 응원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달까?


더불어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책과 공부를 선택함으로써 이제는 어엿한 심리학자이자 상담 학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심리상태를 기록으로 담음으로써 저자 자신에게나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상담 학자로써 이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의견을 함께 엮었다. 덕분에 일련의 과정 속에서 '관계'와 '심리'를 주관적, 객관적 관점 모두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 각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는 21개의 체크리스트를 첨부해 둠으로써 독자 역시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파악해 볼 수 있도록 했는데, 덕분에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체크해 보면서 나의 내면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상처는 대물림 된다. 특히 가족 사이에 전파되는 상처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강력하고 더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나의 결핍은 나의 대에서 끝나지 않고, 나의 결핍까지 더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아이들은 그런 부모 밑에서 성장하게 되면 완연한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언제든 억눌려온 감정은 폭발할 수 있으며, 그래서 늘 조마조마한 상태로 살 수밖에 없다. 부모, 가정 사이에서 벌어진 이런 불완전한 관계는 나아가 학교, 친구, 사회로까지 연결되기에 어쩌면 우리는 가정환경을 그토록 따지는 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저자가 담은 생생한 유년기의 이야기와 심리학자로써 담은 이야기를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바, 문단의 내용이 생략되어 있을지언정 직접 기술한 상황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혹여 줄이거나 변형하면서 당시 저자가 느꼈던 불우한 유년 시절에 대한 내용이 가볍게 들릴까 봐, 혹은 이 악물고 버틴 상처를 잘못 건드리게 될까 봐 자전적 이야기에 대한 내용은 중요 내용만을 꼽아 그대로 담았다.


반면, 상담가로써 객관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 갔던 부분을 위주로 꼽아보았다. 성장과정을 거치며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마음의 열기도 느껴져 많은 사람들이 읽고 느끼는 바가 많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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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차별적이고 냉랭했던 우리 집 분위기는 나를 가치 없고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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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서로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때로는 그들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야 함을 배웠다. 가족이라도 타인을 대하듯 적절한 거리와 예의를 갖추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상처받은 가족과 떨어져 나를 먼저 돌아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나는 회복되었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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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결핍을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채워간 상담가의 마음 치유기, 그럼 지금부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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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불우했던 자전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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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다른 집들도 우리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나 몇 살 더 먹고 나니 우리 집이 유독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그 고부 갈등으로 인해 부모님의 부부 싸움 또한 잦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잘 곳도 있고 배고프지도 않았지만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외로웠다.


나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여기서 떨어지면 단번에 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유 없이 자주 배가 아팠고, 어딜 가나 불안했고,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고통스럽게 않게 죽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이런 증상들이 평범한 아이들이 겪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미국에서 상담학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랬다. 나는 가정에서 정서적 유대와 안도감, 사랑받는 느낌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은 부모보다 더 권위 있는 존재였고 선생님의 모든 말과 행동은 곧 법이었다. 학생들은 대걸레 자루에 엉덩이를 맞기도, 단체로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의자를 든 채 한 시간씩 벌을 받기도 했다.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학교에서도 늘 긴장했고 불안을 느꼈다. 마음 편하게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먹고살기 바빴던 부모님과 본인들 문제만으로도 벅찬 어른들 사이에서 나는 먼지 같은 존재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세월이 흘러 나도 부모가 되었고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이제는 안다. 부모님은 그들의 방식대로 나와 오빠를 사랑했다.


심리치료사의 관점으로 보자면 부모님은 심각한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 부모님은 본인이 경험하고 체득한 방식으로 우리를 키웠다.


사랑과 인내 그리고 용납으로 양육하기보다 체벌, 엄포, 협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켰다. 부모님 내면에 감춰진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를 혼내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 마음속 혼란은 잠들지 않았고 부모님을 원망하며 괴로워했다.


어느 날, 결혼 가족치료사 인턴을 하던 도중 트라우마 훈련 과정에서 교수님의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트라우마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고 또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한 마디로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괴롭고 아팠던 것은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보통 '트라우마'라고 하면 재난이나 사건 같은 큰 일회성 사건만 떠올리지만, 개인의 존재와 가치에 손상을 입히는 지속적인 행위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내가 트라우마를 가진 줄도 모르고 성장했다.


험난한 성장 과정을 거친 두 사람(부모님)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그 가정이 건강할 리가 없었다. 내면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부부의 결혼 생활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어느 날 생전 처음으로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는 나의 요청에 아버지는 네까짓 게 그림을 그리면 얼만 잘 그리냐며, 예술은 머리에 똥이 든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


'그래, 아버지는 내 마음 같은 건 안중에도 없구나. 그럼 나도 아버지에게 이런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이후 아버지와 그 어떤 깊은 대화도 하지 않았다. 자식의 꿈보다 돈이 더 중요한 아버지에게 그렇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내가 가장 화나고 슬펐던 것은 아버지는 내게 '완벽하게 무관심 했다'는 것이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무관심이 마음속에 비수로 박혔다.


사춘기 때에는 나의 차별 대상인 오빠를 무작정 미워했고 한 집안의 가장이면서 늘 남의 편인 아버지에게 분노했다. 오빠의 사춘기 어린 장난질이나 아버지의 손길을 혐오하고 경멸했다. 마치 남자에게 원수라도 진 사람처럼. 누구에게도 말하진 못했지만 나의 분노는 생각보다 매우 컸다. 마치 마음에 시한폭탄을 하나 안고 사는 것 같았다.


이렇듯 어린 시절 내 마음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차가운 살얼음판 같았다. 그러나 그때 나를 붙잡아준 사람들이 있다. 나의 오빠와 사촌 동생들이었다. 나보다 두 살 위인 오빠는 참 밉고도 고마운 존재다. 살면서 오빠로부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정말 많이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오빠 덕분에 집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 똑똑하고 글쓰기에도 소질이 있었던 오빠는 내게 언니 같은 존재였다. 죽일 듯이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오빠와 대화도 잘 통했고 사이좋게 놀 땐 그 누구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만큼이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던 이모와 그녀의 딸들도 나만큼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갈 곳 없던 이모는 사촌 동생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자주 왔었고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다. 그렇게 자주 만나면 싸울 법도 하건만 우리 넷은 그런 적이 없다.


함께했던 그 시간만큼은 불안하지 않았다.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자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준 존재들 덕분에 그 시절을 버티었다.


공부 머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나는 우여곡절 끝에 지방대 아동 학교로 진학했다. 그 선택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아동학을 공부하며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상도 알게 되었다. 나는 공부하며 어른 시절부터 느꼈던 복잡한 감정, 그리고 이해되지 않았던 부모님 행동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또 한 사람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며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기억에 좀 더 오래 남는지 공부하면서 실제로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공부가 잘되기 시작했고 학과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공부가 재미있어지니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학교에서 노트 필기 잘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나는 공부머리 없는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미국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께 2년을 약속하고 설득해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았다. 내 영어 실력으로 대학원은 어림도 없었다.


그전까지 나는 한국에 살고 있어서 인지하지 못했을 뿐, 사회 불안 장애가 있었다. 타국에서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고 수업 시간에 영어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은 내게 그야말로 공포였다.


그러나 나는 미국에 살고 싶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옷차림에 유행이란 것도 없고 나이가 많든 적든 서로 평등하게 대화하며 존중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유학이 아닌 '정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에 정착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다. 바로 결혼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하고 위험한 선택이자, 내 인생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무모한 선택이었다.


아버지의 지원에 약속했던 보답을 하지 못하는 결정이었고, 우리 남매와 함께 밥 먹으며 수다 떠는 것이 불행한 결혼생활의 유일한 기쁨이었던 어머니에게는 큰 배신이었다. 더불어 앞으로 부모님에게 일어날 모든 일을 오빠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다른 것은 차치하기로 했다. 어떤 이해관계나 가족들의 상황 모두를 내려놓고 나만 생각하기로, 내 행복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미국에 정착했다.


결혼은 내게 부모로부터의 완벽한 독립을 선사해 주었다. 정서적, 경제적으로 완벽히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독립하고 몇 년이 지나자 어머니는 애를 봐달라, 반찬을 해달라, 돈을 빌려달라 요구하지 않는 나에게 오히려 고마워했다.


어머니는 그 당시 평생소원이었던 공부를 다시 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고 있었는데, 주변의 어머니 또래 친구들은 또다시 자식에게 매여 손주 육아며 자식 살림을 거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오롯이 독립했다. 우리는 각자 완벽하게 독립함으로써 서로 다시 연결되었다.


교회 오빠였던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내 부모의 불행한 결혼을 절대로 답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고 나 또한 결혼의 현실을 보았다.


연애 때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은 24시간 함께 일상을 공유하면 할수록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정말 별일 아닌 일로 싸우기 일쑤였다.


그러자 나도 별 수 없이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그 당시 친한 친구 하나 없던 미국에서 나는 그저 막막했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답을 찾아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딸을 위해서도 남편과의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이것이 나에게 관계 공부를 하게 한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결혼과 인간관계에 관한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없으니 책으로라도 배워야 했다.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경험했던 모든 인간관계는 미성숙한 것뿐이었다는 것을.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깨닫고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 알고 나자 남편의 생각과 행동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의 사랑의 언어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내 마음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이해하고 배려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맞추어 갔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소중해지자 우리는 서로에게 일 순위가 되었다.


그는 한 번도 나를 탓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나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나의 민낯과 상처를 그에게 보여주며 상처를 꿰매는 작업을 수도 없이 했다. 사람을 믿지 못하던 고질병도 점점 고쳐졌다. 남편은 내가 온전히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그 '한 사람'이 되어 주었다.


결혼은 불완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인간에게 주는 두 번째 애착의 기회다. 인간에겐 그 무엇보다 나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배우자가 될 때 마음의 그늘이 기적처럼 회복된다는 것을 나는 몸소 배웠다.


나는 운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처럼 상처받고 꼬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높아 잘못된 관계에 얽히기 쉽다. 그래서 상처받는 관계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휘말리는 경우가 흔하다.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객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배우자의 능력과 스펙보다 훨씬 중요하다. 결혼은 내 삶을 누군가와 온전히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채 평생 함께할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질이 너무나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은 농사와 비슷하다는 것을 배웠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식물이 있고, 각각의 종자는 재배법이 다르다.


부모는 자신이 어떤 기질의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 아이는 어떤 성향인지를 먼저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양육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딸이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는 미운 일곱 살이 되자 정말로 이유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여느 아이와 같이 장난치고, 말썽 부리고, 말대꾸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였지만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함께 웃고 놀아주는 시간보다 벌세우고 윽박지르는 시간이 늘었고 냉정하게 대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며 나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고 길고 긴 고민 끝에 나는 내 속의 진짜 감정을 찾아냈다.


딸아이에게 질투심을 느껴서 화가 나는 것이었다. 내가 딸아이 나이였을 때는 집에서 먼지 같은 존재였는데, 딸아이는 어딜 가나 모든 이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하는 것이 미웠던 것이다. 내면아이가 질투심을 느끼고 있으니 아이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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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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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의 인생은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역경이나 실패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견뎌내는 능력인 회복탄력성도 그 토대는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에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총체적인 우울과 불안도 그 '한 사람'과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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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몰랐다. 그런데 서서히 사회적 경험과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꼈다. 많은 숫자의 친구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세상에서 나를 제대로 이해해 주고 아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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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맴도는 부정적인 목소리는 모두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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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때로는 용기 있게 그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해서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존재를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검증해 보는 시간 말이다. 이때 다양한 경험, 교육, 책, 여행 등은 훌륭한 방법이 된다.

85~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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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항상 나를 이롭게 만들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을지도 몰라', '나는 못해'와 같은 부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소리들은 때로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니 만약 그런 부정적 소리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 서서 스스로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가 가진 지식에 한계가 있다면, 책, 교육, 여행, 멘토를 통해 더 개념을 확장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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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이 되는 가장 기본적이 기준은 '스스로 얼마나 독립적인가'다. 아무리 부모 자식,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각자는 다른 인격체다. 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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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소통은 상대방을 결국 나의 뜻에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이나 의견이 나와 다르더라도 그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한 소통에는 건강한 독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때론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되어야 진정한 독립이다. 이렇게 건강한 독립을 한 사람만이 가까운 사람들의 집착이나 간섭에서 벗어나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독립에는 반드시 자유와 책임이 따른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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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상을 살펴보면 외국에 비해 독립이 쉽지 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를 적게 낳고, 살기가 퍽퍽해지면서 잠자리 독립, 경제적 독립, 정신적 독립 등 매 단계마다 점점 더 퇴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어른이라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정신적 물질적으로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상태, 즉 '독립된 '상태를 말한다.


이 기준에 대입해 봤을 때 진정한 독립을 이룬 청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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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방향과 삶에서의 선택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믿고 용기 있게 도전하며 결국 끝까지 해낸다. 비록 그 일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찮고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스스로 선택한 일을 책임진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더 큰 도전이 가능해진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사회적 인정이 아닌 스스로 해내는 성취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공과 실패는 경험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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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면 답이 없다. 왜냐하면 건강한 자존감은 내 안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준에서 비교하며 사는 삶에는 성취나 만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인생을 살고 싶다면, 자신만의 인생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며 용기 있게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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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억압과 통제가 많았던 가정의 아이들은 내면에 억울함과 분노가 쌓여 있다. 그것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그 분노는 결국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누군가가 나의 내면의 분노와 억울함의 방아쇠를 잡아 당시는 순간 그냥 터지는 것이다. 이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은 보통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면 자신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약자인 자녀와 배우자에게 분노를 쏟아내게 된다. 그로 인해 가정 안에서의 소중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152~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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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불화가 잦다면, 오랜 과거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 보통 3대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억압과 통제로 인해 내면의 아이가 자라지 못하고 어른이 되고, 또 그것이 무한 반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소중히 다뤄져야 할 가정의 약자나 배우자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느끼는 분노와 억울함이 과연 이들을 향한 것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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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나의 내면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처받은 나를 대면하고 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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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되지 않은 감정과 상처는 반드시 인생의 어느 순간에 우리 발목을 잡는다.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면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감정은 터져 나와 흘러가야 한다. 그 당시 상처받은 내가 표현하지 못했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와야 회복이 시작된다. 이 해소 과정은 그 당시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을 소환해야 하기에 두렵고 아프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저 덮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로서 당연히 가지고 누려야 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애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상처는 아물기 시작한다.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이제 해결되지 않았던 나의 욕구를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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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한이 된다. 한이 된 것은 후에 미련과 후회 또는 집착이 된다. 해보고 싶었던 것, 원하고 바랐던 것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것이 우리 내면의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마음을 숨기기 때문에 내면 아이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 욕구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다.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변화가 있고 성장이 있다. 이렇게 내면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길이다.

162~1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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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심한 상처를 입은 내면아이는 몸이 커진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지 않는다. 어루만져 주고 위로해 주어야만 비로소 내면아이는 자랄 수 있다. 그러니 만약 내 안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면, 이제라도 꺼내어 보듬어주고 감정을 터트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건강한 상대와 함께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 표현을 나누고 공감함으로써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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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부모와 화해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나의 실망만 커지고 아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섣부른 화해 시도는 오히려 부모 자식 간의 감정의 골을 더 깊어지게 할 수도 있다. 부모가 지금 나와 손뼉을 마주칠 의사가 없다면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더 이상의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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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겠다는 좋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부딪히려고 하지 말자. 어느 한쪽이 화해에 대한 의사가 없다면 이는 더 큰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니,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가까워지려 하기보다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고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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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준 부모에게 사과받거나 화해하는 데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집중하자. 본인의 상처를 먼저 치유해야 과거에 묶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내 부모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인격적인 성장을 하는 것만이 결핍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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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고 자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더 성숙하고 건강하게 자란 사람들을 보면 결국 자신에게 집중한 사람들이다.


부모에게 사과받기 위해 집착하거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목적으로 화해를 청하기보다, 오히려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와 나만의 방법으로 나의 상처를 어루만짐으로써 이들은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부모에게서 받은 결핍의 대물림을 강력히 끊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더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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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한 윤여정 배우와 인기 유튜버 밀라논나에게 많은 젊은이가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이 이 시대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세대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는 '어른'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을 독립된 인격으로 존중한다.

정서적, 물질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군가를 어떤 이유에서든 이용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둘째, 자신이 연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

자신도 실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겸손하고 타인을 넓은 포용력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성숙한 어른의 가장 큰 기준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이다.


셋째,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성장에 힘쓰는 사람들이 어른이다.


결국 '진짜 어른'은 사회적 지위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내면이 성숙한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237~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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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에게 '윤여정'과 '밀라논나'라는 키워드는 '어른'으로 통한다. 그만큼 우리가 가까이하고 싶고 또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자, 흔하게 볼 수 없는 '어른'이 아닐까 한다.


나이 먹음과 경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밀어붙이기 보다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고 '어른'이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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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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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이고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으면서 오히려 내가 더 조심스러웠다. 실제로 겪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을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든 일이기에, 더불어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어떤 코멘트를 받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하지만,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사실들을 잘 버무려 담아냄으로써 오히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 혹은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더 강한 위로와 공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족 안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 죽고 싶다는 생각들,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들은 우리의 유년기를 피폐하게 만들고 또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저자처럼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방법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지 않아도 책을 읽고, 공부하며 하나씩 내 인생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 스텝씩 나아가다 보면, 적어도 과거의 나로부터, 나를 괴롭고 외롭게 했던 가족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분리 독립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내 괴로움을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내면의 아이를 성장시키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적용해 보자.


당신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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