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이경신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년의 세대 차이를 아우르는 공감, 소통, 삶을 담고 있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는데, 나는 과거에 현재의 나이를 떠올리며 이 책에서 논하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

함께 나누는 주제나 흐름이 긍정적이거나 건설적, 혹은 미래지향적, 희망적이기보다 깎아내리거나, 하소연, 부정적, 회피 등과 같은 형태로 흘러가다 보니 이상과 현실은 매우 다르구나 느끼게 되었다.

특히 그 갭이 크게 느껴졌던 경우는 미혼자와 기혼자가 만나는 자리였는데, 가족에만 뜻을 두고 있는 기혼자와 그보다는 삶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많은 미혼자는 확실히 구분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와 전개 방식에 흠뻑 빠져들었다. 52년생 '논나'와 82년생 '경신'의 이야기는 내가 과거 꿈꾸던 형태의 대화였으며, 또한 지금의 나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옆에 곁다리로 끼어앉아 관찰하듯이 흥미롭게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게 되었다. 한없이 목마름을 가지고 있던 어른의 이야기를, 자기다움을 지키는 방법을, 사랑하며 사는 이야기를 관심 어린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52년생 '논나'와 82년생 '경신'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잘 늙는 법, 마음 다스리는 법, 대화법, 생각법, 의식주 생활법, 함께 일하는 법,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30년이라는 세대 차이를 넘어서서 이들은 서로가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고, 정성껏 답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소신 있게 전하는데, 현실적인 삶의 주제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여러모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논나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종종 그녀의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유이기도 했는데, 현시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어른'의 이야기라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경신의 경우는 비슷한 또래의 입장이라, 그녀가 하는 질문과 답변들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는데, 취향, 비혼, 나이 듦, 번아웃,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특히 그러했다.

제대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 무언의 뭔가를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들의 대화는 그래서 더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배우고, 숙고하고 그러면서 나의 존엄성은 지키되 함께 사는 방법을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공감, 소통,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읽기 전
=====

이 책은 1952년생 '밀라논나' 장명숙과 1982년생 유튜브 <밀라논나> 제작자 이경신이 교환한 산문, 편지글, 문자 메시지, 대면 대화를 바탕으로 했다.

두 저자는 2019년 여름 처음 만나 5년간 청년과 중년, 노년의 삶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빛과 어둠을 나누며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다.


■논나 이야기
세파에 시달렸다는 핑계를 대며 순수함을 잃고
성숙하지 못한 궤변을 늘어놓는
중늙은이가 된 듯해
제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는 순간이
점점 잦아져 염려스럽습니다.

이제 제게 잘 되라고 책망하는 어른들이
주변에 계시지 않고
제게 조언을 구하는 인생 후배만 늘어나니
혼자 자주 탄식합니다.
어른들이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삶의 지혜를 여쭤볼 것을....
이제야 철들 준비를 하는가 봅니다.
철들자 망령이 될까 겁이 납니다.


■경신 이야기
현재를 등한시하고 미래를 사느라
늘 불안하고 초조했던 저에게
선생님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살도록
손을 잡아주신 어른입니다.
그런 선생님의 온기는 제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
의미 있게 다가왔던 문장들
=====

■취향

<경신>
좋은 취향을 갖는 것은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29페이지 中)


<논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매 순간 저 자신에게 물어요. "명숙아, 지금 즐겁니? 행복하니?" 이렇게 묻고 제게 귀 기울이지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의 나'와 '슬프고 불행한 순간의 나'가 곧 나 자신이잖아요. 그런 순간이 누적되어 내 취향을 만들고요.

내가 지금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내 취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
내가 오랜 시간 무엇을 체득했느냐가 내 취향이 아닐까요? 물론 취향은 바뀔 수 있고요.

내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지요. 내 에너지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에 쓰라고 권하고 싶어요. 남들이 하는 것, 사는 것, 먹는 것을 따르지 말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여보세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취향이 생길 거예요.

(29~30페이지 中)


■비혼

<논나>
요즘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길을 걸어보기도 전에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모두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요?

(42페이지 中)


<경신>
한마디로 모든 곳에서 위기 상황이라고 사이렌이 울리고 있어요. 위험하니 도망치라고요. MZ 세대에게는 그 도망이 비혼이고, 비출산인 듯합니다. 내 삶이 불행한데 나라를 지탱하자고 자식을 낳고 싶은 젊은이는 없을 테니까요.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지원해 준다'라는 정책은 아이를 낳은 사람에게 분명 도움을 줄 테고 또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힘든데 그 지원금을 받자고 아이 낳을 결심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젊은이들이 '이제 좀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43~44페이지 中)


■늙음

<논나>
저는 젊은이들이 어떤 경우에 늙음이 혐오스럽지 않고 '아! 나도 저런 어른처럼 나이 들고 싶다'라고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66페이지 中)


<경신>
젊은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시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이미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세요.

그런 연유로 답을 모두 알고 계실 선생님에게 따로 드릴 조언은 없습니다. 다만 저도 이 기회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①저는 나이 듦을 무기 삼지 않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②저는 젊은이들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기쁘다" "행복하다" "축하한다" 같은 긍정적 표현을 많이 하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③마지막으로 외적 노화를 부정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 멋지게 느껴집니다.
(...)
제가 그리는 노년의 모습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네요. 어디서 봤는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67, 69~70페이지 中)


■자존감

<논나>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을 들볶지 말고 자기 한계를 긍정할 때 자존감이 회복된다고. '이래야 해'라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발목 잡히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익히 들은 말일 수 있지만 정말 그렇다고.

(82페이지 中 )


<경신>
그런데 나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지요.

저는 그 방법을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바로 매 순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아, 그건 제가 서른일곱 살 때 읽은 책이에요." "마흔다섯 살 때 두 달간 탱고를 배우러 다녔어요." "그 바느질은 중학교 때 가정 시간에 한 거예요."

처음 그런 말씀을 들었을 때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지난 일을 다 기억하시는 거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제가 여쭤봤지요.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시냐고요. 그때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살아온 날을 나는 기억해 줘야지. 나는 내 하루를 최대한 정성껏 산다고."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가 메모장에 쓴 문장이 있어요.
"내가 내 삶을 극진히 대우해야겠구나. 내가 나에게 예의를 갖춘 시간이 모여 내 가치가 소중해지고 빛나는 것이구나."

(82~83페이지 中 )


■인연

<경신>
시절 인연이라는 불교 용어가 있지요. 불교에서는 모든 인연에 다 때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의 관계도 잘 풀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엇나가면 그때를 인연이 다한 시기로 여긴다고 합니다.

시절 인연이라는 이야기를 하니 떠오르는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저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지요.
(...)
어느 날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문제로 다퉜습니다. 그때 서로를 찌르는 말을 했지요.
(...)
우리는 그날을 끝내 봉합하지 못한 채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
그 친구와의 인연이 그리 끝난 것은 제게도 큰 상처였습니다. 10년 넘도록 추억이 떠올라도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지 않고 덮어두려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이제는 억지로 기억을 덮으려 하지는 않습니다.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는 뜻일까요.

(104~106페이지 中)


<논나>
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시간의 기차 여행'으로 여기곤 합니다.
(...)
우리 각자에게는 자기 삶의 열차가 있습니다. 어떤 속도로, 어느 인연을 중시하며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요.

내 삶의 열차에 탑승했다가 인연이 다해 하차한 인연은 그들의 삶을 향해 가게 내버려두고, 나와 여행을 떠나려고 승차한 새로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고 다시는 친구와 만나는 허탈한 꿈도 꾸지 않게 되었답니다.

(107~108페이지 中)


■상처

<경신>
상대에게 진심을 주면 상대도 그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버릴 나이가 됐건만 여전히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만 진심인 상황은 늘 속상합니다.

(117페이지 中)


<논나>
상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받는다는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왜냐면 기대가 있으니까요.
(...)
두 개체 간의 에너지가 동일 질량이 아닐 때 무척 버겁고 상처받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경신 씨가 상처받은 경우도 두 개체 간의 에너지 밀도가 달라서 발생한 현상이 아닐까요? 경신 씨는 이른바 너울이 넓어서 많이 품을 수 있고 또 속내도 꺼내놓는 성향이지만, 친구는 자신의 문제를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데 익숙지 않은 내향적 성격일 수 있잖아요.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시기를 놓친, 그런 상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17~119페이지 中)


■말의 힘

<경신>
저는 종교가 없지만 말로 기도를 하곤 해요. 말에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
부정어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결국 부정적 삶을 살게 되더군요. 반대로 긍정어가 입에 밴 사람은 뜻밖의 행운을 얻지요.
(...)
오늘도 제 인생을 위해 우주에 에너지를 보냅니다.

(131~132페이지 中)


<논나>
특히 자신에게 하는 말은 자기 암시가 되잖아요. 말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가는 에너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좋은 말을 쓰면 좋은 에너지가 모이고, 좋은 에너지가 모이면 좋은 일이 찾아올 거예요.

(133페이지 中)


■충고

<경신>
충고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도 맵습니다. 충고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해도 떨립니다. 상처를 받을 수도 줄 수도 있는 말이니까요.

(145페이지 中)


<논나>
잔소리는 듣기 싫게 꾸짖거나 시시하게 참견하는 말이고, 쓴소리는 듣기에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고언이지요.
(...)
저는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섣부른 충고나 조언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만약 제 견해가 듣고 싶다고 요청하면 마지못해 입을 열지만 그전에 일종의 사탕을 준비하지요. 그 사탕이란 아주 부드러운 말투와 칭찬입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충조평판' 금지를 이야기합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사실 충고나 조언은 상대방 행동을 평가하고 판단한 후에 나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그것을 듣는 이는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쓴소리는 쓴 약과 같아서 상대의 상태와 기질을 잘 살펴서 해야겠지요.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면 효험이 떨어지니까요.

(145~146페이지 中)


■환불 메이크업

<경신>
환불 메이크업은 사람보다는 돈, 규정보다는 힘으로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봅니다.

(152페이지 中)


<논나>
이참에 저도 환불받으러 갔던 기억을 곰곰이 떠올려보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 한창 일할 때 큰맘 먹고 장만한 유명 디자이너의 코트가 생각나네요.
(...)
훗날 취업한 저는 밀라노 첫 출장길에 업무를 마치자마자 그 매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침 진열장에 걸려 있는 호피 무늬로 안감을 댄 호박색 캐시미어 코트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무려 한 달 월급을 지불해야 하는 고가였지요.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밤새 그 코트가 눈앞에 아른거려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
밤새 고민한 저는 결국 그다음 날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코트를 구입했습니다.
(...)
그날 저녁, 거래처 대표의 저녁 초대가 있어서 착복식을 겸해 큰맘 먹고 그 코트를 입고 나갔습니다.
(...)
한데 걸음을 뗄 때마다 코트 안감과 함께 입은 니트 원피스가 뒤엉켜 옷이 말려 올라가는 게 아니겠어요?
(...)
이런 날벼락이!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또다시 날밤을 지새우게 됐습니다. 그렇게 벼르고 별러서 산 코트에 문제가 있다니요.
(...)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코트를 포장해서 들고 갈까 하다가 일부러 니트 원피스 위에 입고 갔습니다.
(...)
어디나 문제 상황에서는 매니저가 등장하지요. 제 모습을 본 매니저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이 원단을 안감으로 사용하면 이런 불편이 생기리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는 안감 교체든, 교환이든, 환불이든, 뭐든 고객 입장에서 처리하겠다며 제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
환불 메이크업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큰소리로 윗사람을 불러오라며 화내지 않아도 상식선에서 서로 대화해 해결하는 것이 표준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첫눈에 반했지만 종국에는 입지 못한 그 코트의 아름다운 실루엣과, 정중하게 사과하던 매니저의 응대가 떠오르네요.

(152~154페이지 中)


■번아웃

<경신>
저도 번아웃을 경험한 적 있습니다. <밀라논나>를 촬영할 적이었어요.
(...)
문득 회사가 제 업무를 인정하는지, 제가 제대로 보상받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 무렵 선생님도 제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제 몸과 마음을 정비할 시간을 주었지요.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일을 지켜보니 다시 중심이 잡히더라고요.

(169페이지 中)


<논나>
과로가 누적되면 번아웃이 생기지요.
(...)
번아웃이 온 사람들이 제게 길을 물어온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상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까지 자신을 다독이며 기다리라고요.
자기 시간을 가지라고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요. 샘물도 다 퍼 올리면 다시 차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나요?

(169~171페이지 中)


■갑질과 참어른

<논나>
철없이 함부로 촐싹거리며 날뛰는 사람을 '천둥벌거숭이'라고 하지요. 옛 어른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인간 유형을 천둥벌거숭이라고 부르셨어요. 순진함이 남아 있으면 개과천선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은 인생을 어찌 살아갈지 한편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잠시 침묵하다가 "허허" 웃었다니 그분은 '참어른'이네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하룻강아지에게 무슨 대꾸를 하리'라고 생각하며 어른다운 인내심을 발휘한 게 아닌지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
갑질 상황을 요령껏 피하는 지혜도 살면서 배워야겠지요. 참으로 삶의 무게가 꽃잎처럼 가볍지 않습니다.

(185페이지 中)


■미움받을 용기

<경신>
직장은 선택해서 들어가도, 직장 내 사람은 선택할 수 없지요. 직장에서는 '미움을 받을 용기'를 내는 것도 '미움을 받아들이는 평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254페이지 中)


<논나>
타인이 나를 미워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자기 마음도 수습이 안 되는데 남의 마음을 어떻게 수습하겠어요. 모든 이유를 내게서 찾으며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다만,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어요. 왜 나를 싫어하느냐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상대방이 뭐라고 대답하든 혼자 생각하는 겁니다.
'어차피 너는 나를 못 이겨!'

(254~255페이지 中)


■용서

<논나>
제가 생각하는 용서는 타인을 무조건 이해하고, 그가 내게 한 잘못을 무작정 받아들이자는 게 아닙니다. 저는 내 마음속의 부정적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이 용서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그 상황을 피하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분노와 원망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저는 스스로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먼저 정리하고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힘들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분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내 내면아이를 안고 위로해 주세요.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나를 가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266페이지 中)


■어른의 예의

<경신>
'어른의 예의'라는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첫째, 남의 서랍은 열지 않는다(사적인 비밀에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
둘째, 뭔가 지르면 부러워해준다.
셋째, 지나간 일을 꺼내지 않는다.
넷째, 조언하기 전에 감탄부터 한다.
다섯째, 친구를 사귀려면 칭찬과 선물을 한다.
여섯째, 뭔가가 좋다고 말할 때 찬물을 끼얹지 않는다."

이 글에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했습니다. 선생님에게 어른의 예의란 무엇인가요?

(275페이지 中)


<논나>
당연한 예의가 회자되고 있다니 재미있지만 씁쓸하네요. 예의를 갖춘 어른이 많지 않나 봅니다.

첫째, 저는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젊은이들에게 양보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셋째,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되 그것을 흉내 내거나 평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도움을 줄 때 공치사를 하지 않고 그 일을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합니다.
(...)
나이 듦을 긍정하며 그 과정에서 품격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76~277페이지 中)


■사랑

<논나>
사랑을 시작하든 종결하든 연장하든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을 기억해 보세요. 결국 애지욕기생. "사랑한다는 것은 그게 살게끔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랑한다면 그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끔 해줘야 하지요.
마음껏 사랑하세요.

(320페이지 中)


=====
마무리
=====

살아온 시대나 나이는 상관없이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진정한 '대화'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두 명의 저자는 서로가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삶의 문제와 현상들에 대해 조언하거나 충고하지는 않되, 깊이 사유하고, 존중하며 대화를 나눈다.

여기에 더해 논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에 지혜를 더해 건넴으로써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꼰대처럼 굴지 않는다. 상황적인 부분에 있어 직설적으로 이야기는 하되, 선택은 본인에게 맡긴다.

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런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논나와 경신의 대화 속에는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해법들이 많이 담겨 있다.

혼자 최소한 먹고사는 법부터 둘이 최대한 사랑하는 법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다움은 지키면서 내일의 어른다움은 키워갈 수 있는 노하우가 가득하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에서 건네는 대화들이 당신의 물음에 지혜를 더해줄 것이다.

어떻게 나를 지키고, 어떻게 너를 대하고,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