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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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시간, 한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핀레이의 '싹쓸이' 찾기 프로젝트!"


핀레이의 '어쩌다 킬러'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속 쭉 이어진다. 전편의 '싹쓸이'를 찾아내라는 펠릭스의 협박성 메시지가 이번 편에서 이어지며, 핀레이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그가 맡게 되는 사건과 함께 그녀의 로맨틱 스릴러 소설 집필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소설이 막힐 때마다 기가 막히게 찾아오는 사건들은 마치 단짝처럼 함께 한다.

'어쩌다 시리즈'의 3편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는 앞선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1편과 2편에서 다룬 사건들도 다시 한번 거론되며, 인물 간의 관계성과 심리를 더 주의 깊게 파고든다.

말 그대로 '어쩌다' 킬러로 오인받아 시작된 일이 어쩐지 '어쩌다'가 아닌듯한 조짐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자세히 알아갈수록, 관계를 파고들수록, 사건을 살펴볼수록 수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끝난 것 같은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핀레이에게 주지시키는 통에 핀레이는 하루도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결국 어떤 일이든 덮어두고 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려는 건지, 저자는 지속적으로 수상쩍은 사건들에 핀레이를 투입시키며 그녀가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고, 추리하도록 이끈다.(아니 어쩌면 핀레이 입장에서는 강요일지도)

이야기가 더해갈수록 관계는 복잡 미묘해지고, 스토리는 더 깊은 집중력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어쩌면 7권까지 이어질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게 될 가장 큰 목표는 아마도 핀레이의 평범한 일상 되찾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당신의 비밀을 묻기 위해 거침없이 진실을 파헤쳐야만 하는 핀레이와 베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편으로, 전편의 사건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사이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시리즈 7편 중 중반에 들어서는 지점에 있는 이번 이야기는 본격적인 사건의 서막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앞선 1편과 2편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깔아둔 밑밥이었다면 3편부터는 안면을 튼 진짜 악당들과 한판 뜨기 전의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래선지 전편에서는 스쳐 지나갈 법한 인물들이 이번 편에서만큼은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악당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것은 물론, 악당 가까이에 있는 인물과 직접 대면하는 일도 생긴다. 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관계성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꺼림직한 '무언가'를 감지하게 된다.

이제 그만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고 싶은 핀레이와 베로지만, 작가는 그들은 그냥 놔두지 않는다. 복주머니를 풀어놓듯 서서히, 그리고 보다 집요하게 이들을 사건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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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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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레이 도너번
-'어쩌다' 킬러로 이미지가 굳혀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을 맡게 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 로맨틱 스릴러 소설을 쓰며 아이 둘을 기르고 있음

■베로니카 루이스(베로)
-핀레이의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이자 회계 일을 도와주고 있는 조력자로,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
-여학생 클럽의 돈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치다 사채업자에게 20달러를 빚짐. 그 일로 사채업자 마코와 여학생 클럽 자매들에게 쫓기고 있음


<베로를 쫓는 사채업자>
■마코
-고리대금업자로 베로에게 20달러를 빌려준 후 돈을 돌려받기 위해 압박 중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음

■아이코
-마코가 보낸 똘마니로 핀레이와 베로를 죽이려는 듯 집요하게 쫓음
-애스턴마틴을 보자마자 차를 가져가려고 실랑이를 하다 결국 차에 깔려 사망


<핀레이에게 관심 있는 남자들>
-닉: 형사
-웨이드: 사격을 가르치는 교관
-스티븐: 전남편
-줄리언: 로스쿨 학생으로 전남친


<악당 일당>
■펠릭스 지로프
-경찰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거물 중의 거물
-전편에서 핀레이에게 싹쓸이의 정체를 밝히라며 협박

■에카타리나 리바코프(캣)
-펠릭스 지로프가 총애하는 변호사
-아이코가 차에 깔려 죽는 모습을 목격하고 핀레이에게 협박


<주요 용의자>
■싹쓸이
-펠릭스 지로프의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던 의문의 살인 청부업자
-웹사이트 폐쇄로 자신이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며 마피아를 협박했고, 펠릭스는 그 모든 책임을 핀레이에게 돌림
-압박을 느낀 핀레이는 결국 싹쓸이의 정체를 밝히는 일을 도맡게 됨


<경찰 조직>
■조지아
-핀레이의 친언니이자 경찰

■닉 앤서니
-형사이며 조지아와 동료
-전작에서 다리를 다쳐 금속 지팡이를 짚고 다님
-핀레이와 썸 타는 사이

■찰스 콕스(찰리)
-닉의 옛 파트너
-구강암 진단을 받으며 결국 퇴직했지만 여전히 경찰 조직에서 일하고 있음

■조지프 밸러펀트(조이)
-닉의 현 파트너
-의문스러웠던 조이의 일부 정체의 이번에 드러남

■로디
-전작에서 핀레이의 집 앞을 지켰던 형사

■타이리스
-수습 형사, 신참

■새머러 베커(샘)
-유일한 여성
-첨단범죄팀 소속
-마약조직범죄 수사팀과의 합동 태스크포스에 얼마 전에 합류
-조지아와 썸 타는 사이

■웨이드 코피
-사격 교관
-전 형사
-14년 동안 경찰생활을 하며 마약조직범죄 수사팀에서 위장요원으로 근무 중 무릎을 다쳐 그만둠
-어딘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음
-일반인과 경찰 관계자들의 사격을 지도

■모하메드 샤리프 박사(모)
-총기 조사관
-월마트 화장실에서 핀레이 아들 재크와 에피소드가 있었음

■스튜어트 커비(스튜)
-뿔테 안경을 쓰고 있음
-해당 경찰서를 전담하는 정신과 의사


<그 외 인물들>
■하비
-하비, 베로, 라몬은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닌 친구 사이
-잠긴 문을 잘 따고, 베로가 얼굴을 붉힐 정도로 화를 돋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베로와는 과거 연인 사이로 추측 됨
-이번에는 라몬을 대신해 하비가 핀레이와 베로의 조력자 역할을 함

■스티븐
-핀레이의 이혼한 전남편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 먼 곳에 있다가 다시 최근에 돌아옴
-미스터리한 행보를 보임

■캠
-한 달 뒤면 열여덟 살이 되는 소년으로, 해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소년원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경찰의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
-현재는 그의 해킹 실력을 알게 된 펠릭스 지로프의 제안으로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음
-실상 정확히 어느 편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음
-캠을 정보원으로 쓰던 경찰과의 진짜 관계가 이번 편에 드러남

■라일리 / 맥신
-방송을 하는 팟캐스터
-경찰 아카데미 교육신청자

■줄리언 베이커
-핀레이의 전 연하 남친
-로스쿨 3학년 학생

■파커
-줄리언의 룸메이트
-줄리언에게 호감이 있는 듯 보임
-검사실 수습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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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레이가 수행해야 하는 미션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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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주 안에 싹쓸이 정체를 밝혀 마피아 보스 펠릭스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2. 애스턴마틴을 처리하여 돈을 모아 사채업자 마코에게 돈을 갚는 것

3. 실비아의 원고 수정요청을 마무리 지어 원고료를 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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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이 알려주는 싹쓸이에 대한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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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인 것은 분명함
●싹쓸이를 찾기 위해서는 경찰들이 잘 가는 장소부터 시작할 것
●싹쓸이는 정직하고 깨끗한 형사들, 자기 일에 가장 걸림돌이 될 법한 형사들과 친하게 지내며 늘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감시하고 있을 것임
●그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누는 장소를 우선 찾아볼 것
(예: 경찰서, 술집, 도넛 가게 등)

캠으로부터 싹쓸이에 대한 힌트를 들은 핀레이는 마약조직범죄팀의 일원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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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풀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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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다루는 방식(어떤 총을 가지고 다니는지)
◎관계성
◎도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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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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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인 핀레이는 어느 날 '어쩌다 킬러'로 오인받으면서 청부살인 의뢰를 받게 된다. 실제로 핀레이가 살인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우연이 겹쳐 핀레이가 마치 처리한 것처럼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핀레이는 베로와 짝을 이뤄 사체를 처리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경찰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거물급 인사인 펠릭스 지로프와 엮이게 되고, 그는 자신을 협박하는 '싹쓸이'를 처리하기 위해 핀레이를 협박하며 2주 안에 정체를 알아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여기에 더해 베로의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베로를 찾아다니는 무리들로부터 위협을 받게 된다. 한 무리는 베로에게 20달러를 빌려준 고리대금업자 마코이며, 또 다른 무리는 여학생 클럽으로, 과거 베로가 애틀랜틱시티에 살 때 절도 혐의로 누명을 썼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도망치면서 이들이 베로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일단 몸을 피해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핀레이와 베로는 아이들을 곧 돌아올 전남편 스티븐에게 맡겨두고 일주일간 경찰 아카데미에서 머물며 3가지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첫째, 닉의 파트너인 수상한 조이의 정체를 확인할 것
둘째, '싹쓸이'의 정체를 파헤칠 것
셋째, 수정요청이 들어온 원고를 수정하여 발송한 후 원고료를 받을 것

무엇보다 현재 핀레이가 가지고 있는 의문점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 조직, 특히 마약 조직범죄팀과 가까워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서 경찰 아카데미에 잠입하여 경찰들과 친분을 쌓고, 경찰 교육을 통해 정보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핀레이와 베로는 경찰 아카데미에 입성하여 경찰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한편, 싹쓸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가 수상한 일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 와중에도 펠릭스의 협박과 사채업자들의 위협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원하는 않는 상황에 놓인 핀레이는 지속적으로 펠릭스와 엮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들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전남편 스티븐은 다시 합치기를 원한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평소 호감을 표했던 닉을 포함해 전남친 줄리언, 그리고 새로운 인물까지 핀레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이 와중에 고리대금업자 마코의 돈을 갚기 위해 핀레이와 베로는 그동안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애스턴마틴을 팔기로 마음먹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베로를 돕기로 한 하비는 차를 팔기는커녕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마침내는 애스턴마틴을 도난당하기에 이른다.

경찰들이 가득한 경찰 아카데미 안에서 조차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핀레이와 베로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면밀히 그들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찾는 싹쓸이와 그리고 의심스러운 조이의 정체를 과연 밝혀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핀레이의 대처가 돋보였는데, 갑작스럽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모두에서 핀레이는 상황을 수습하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서슴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의심은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단정 짓거나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누군가는 목숨을 구하고, 또 누군가는 호감을 가지게 된다.

1편과 2편에서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이야기와 인물들을 저자는 이번 편에서 한 번 더 언급하며, 좀 더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전남편 스티븐의 수상한 행동, 닉과의 로맨스, 사라진 하비와 애스턴마틴과 같은 것들 말이다.

마지막에 핀레이는 모든 일이 끝나고, 따뜻한 목욕, 깨끗한 속옷, 포근한 잠옷, 소파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뒹굴거리는 시간, 길고 긴 휴식을 원했지만 하비와 애스턴마틴이 사라진 것을 보고 곧장 애틀랜틱시티로 가게 된다.

아마 다음 이야기는 애틀랜틱시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베로의 과거, 그리고 하비와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추리력이 날로 늘어가는 핀레이의 스릴 넘치는 일상 속 이야기는 읽는 독자들마저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게 만든다. 그런 한편 너무 조심성이 많아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던 로맨스는 이번에 미약한 진전을 보여주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이 부분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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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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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나도 새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범죄자도 살인자도 아니다. 적어도 자의로 누구를 죽은 적은 없다.

석 달 전, 내 미니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해리스 미클러라는 추잡한 회계사 역시 결코 내 손에 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의 아내, 퍼트리샤는 기어코 내게 수고료를 지불했다. 나는 살인 청부업자가 아니라고 미클러 부인에게 몇 번을 설명했는데도 자꾸만 비슷한 일감이 찾아왔다.

2주 전, 나는 새해를 맞으며 세 가지 중요한 결심을 했다. 정크푸드 끊기, 남자 멀리하기, 내 차에 시체 싣지 않기. 딱히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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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웃픈 새해 결심이다.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새해 결심은 아니다. 원치 않지만 '어쩌다' 자꾸 벌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핀레이는 남자가 꼬이고, 시체를 자꾸 차에 싣는 일이 발생한다.

소설에서 이런 결심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암시가 아닐까?

우선순위를 떠나서 이 중 몇 가지는 이번 편에서 이미 어겼다. 핀레이의 결심을 무너뜨리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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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번 씨,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딱 2주 드리죠.

-Z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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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어 하는 핀레이에게 왜 자꾸 이런 악당들이 꼬이는 걸까? 이번에 핀레이는 제대로 악당에게 코가 꾀었다.

덕분에 내내 협박에 시달리며, 그가 원하는 '싹쓸이'의 정체를 밝혀내지만, 결국 그는 핀레이의 목숨까지 빼앗으려 들었다.

언제쯤 핀레이는 악당과 시체에서 벗어나 편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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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요? 스스로 그 남자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거리를 두고 있잖아요.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요.

해리스, 안드레이, 칼, 아이크에게 닥친 일에 죄책감을 느끼잖아요. 그중 한 명도 안 죽였는데 말이죠. 당신이 한 일은 전부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한 일이에요. 아이들, 어머니, 전 남편, 그런데 아무도 몰라주죠..."
(...)
"닉은 그냥 당신을 원하는 거예요, 핀. 그러니까 당신한테 자격이 없다는 소리는 집어치워요."
298~2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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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움츠러들고 피하기만 하는 핀레이를 보다 못한 베로가 핀레이를 다그치는 부분이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앞서 핀레이의 감정이나 생각은 무시하고 마구 밀어서 은근히 베로의 태도가 짜증 났는데, 이 장면만큼은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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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을 유발하게 만들었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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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짜증 유발자: 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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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은 뭔데요?" 나는 방으로 들어온 순간에 본 베로의 표정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내 컴퓨터를 보고 있었다.
(...)
"실비아가 새 결말이 마음에 든대요."
(...)
"결말을 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새 결말이 마음에 들 수가 있죠?" 싱글거리는 베로를 보니 심장이 철렁했다.

"우리가 점심 먹고 있을 때 실비아가 당신 휴대전화로 결말을 어떻게 고치고 있느냐고 물었죠. 마침 당신이 줄을 서 있기에 내가 답장을 보냈고요. 주인공들이 황홀한 섹스 후에 멕시코의 뜨거운 해변에서 마르가리타를 마시고 있다고 했어요."

"아니, 안 돼요!" 나는 양말을 벗어 그녀의 머리에 던지며 소리쳤다.
(...)
"방금 당신이 어떻게 수정할지 요약한 자료를 실비아에게 보냈어요." 베로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마감일을 미뤄달라는 요구도 했고요. 감사 인사라면 접어둬요."
혈압이 치솟아 머리까지 쿵쿵 울렸다.
208~2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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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작가는 핀레이다. 그리고 그것을 집필할 권리와 스토리 진행 방법 역시 핀레이에게 있다. 그런데 자꾸만 주변 사람들은 핀레이의 로맨스에 있어 딴지를 건다. 소설과 현실 모두를 감놔라 배놔라 하다가 결국에 선을 넘어 베로는 자신이 핀레이를 대신해 저질러 버린다.

나라면 엄청 짜증 났을 것 같은 장면이다. 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미국에서 이런 게 허용되는지가 의문이다.

내가 없을 때 함부로 내가 쓴 소설의 원고를 읽고, 출판 담당자에게 맘대로 답장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번째 짜증 유발자: 스티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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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합숙인지 훈련인지 뭔지가 끝나면 말이야,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 문제를 상의해야 돼." 그는 호주머니에서 꺼낸 명함을 내밀었다. "상담 전문의 연락처야. 내 변호사가 몇 달 전에 소개해 줬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나는 그의 면전에서 명함을 구긴 다음 쓰레기통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전문가 따위는 필요 없어, 스티븐!"

"가족 상담 전문의야, 핀레이. 우리 둘이 같이 가야 해! 가이도 그게 좋겠대." 나는 구겨진 명함을 스티븐에게 던졌다. 그는 그것을 다시 내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정신이 돌아오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보자고." 스티븐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289~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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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바람을 피워 이혼까지 해놓고 다시 핀레이에게 재결합을 원하는 전남편 스티븐의 행동은 뻔뻔함을 넘어 폭력적이다.

'가족으로서'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 그리고 여기에 핀레이에게 무자비하게 굴었던 그의 친구이자 변호사 '가이'는 절대 핀레이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가족 상담은 양쪽 모두 마음이 있을 때, 수락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놓고 보면, 스티븐의 일방적인 구애 혹은 폭력적인 요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사는 것이 고달픈 핀레이인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더 한 고통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짜증이 났던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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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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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저트를 원했다. 결과야 어찌 되든.
3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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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도 닉과의 관계는 언제나 디저트 혹은 후식으로 비유된다. 그만큼 달콤한 것, 달달한 것, 계속 생각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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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으로 남은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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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궁금증 중 3가지는 이번 편에서 해소되었다.

▶'싹쓸이'의 진짜 정체
▶의뭉스러운 '조이'의 정체
▶스티븐을 죽이려 했던 쉐보레 세단을 모는 사람의 정체

그렇지만 또다시 새로운 궁금증이 배로 늘었다.

▷바버라가 있는 웨스터버의 집 숲에서 찰리는 정말 덤불에서 핀레이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마코의 진짜 정체
▷캠은 누구의 편일까?
▷전 남편 스티븐은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핀레이는 펠릭스와의 관계를 제대로 끊어낼 수 있을까?
▷폐차장 입구에서 남색 아우디에 뉴저지 번호판을 달고 몰래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의 정체는?
▷조이의 정체는 밝혀진 게 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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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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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레이의 소설은 핀레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인다. 그래서 소설과 실제 현실 속 사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게 된다.

사건은 언제나 핀레이의 소설이 막힐 때쯤이면 어김없이 벌어진다. 그리고 현실 속 사건이 해결되면 소설도 빛의 속도로 마무리가 되며 출판사 담당자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원고료가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핀레이의 추리력과 촉은 점점 더 발달하며, 현직 경찰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추측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하나 둘 목숨을 빚지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핀레이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비밀을 만들고, 추리를 하고, 목숨을 건 사투를 이어 나간다.

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는 그녀지만, 현실은 그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 이번에 그녀는 또다시 그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건 해결을 위해, 하비를 구하기 위해, 빼돌린 차를 되찾기 위해 애틀랜틱시티로 가게 된다.

부족한 잠도, 갈아입을 옷도, 아이들도 챙기지 못하고 또다시 베로와 함께 여행 가방을 싸고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이제는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일상에서 시체를 보는 것, 그것을 처리하는 것,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 누군가를 구해내는 일이 얼마나 큰 피로감과 트라우마를 줄 수 있는지 알기에 더 그렇다.

물론 독자인 나는 그녀들의 버라이어티 한 일상과 스릴러 넘치는 추리를 한껏 즐기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보자면 좀 쉬는 타이밍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킬러'로 오해받아 벌어진 이 해프닝의 끝에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숨죽이며 지켜보게 된다. 핀레이의 행복을 응원하며 다음 편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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