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행복이 좋습니다
인썸 지음 / 부크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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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핑크한 색감과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표지 디자인, 여기에 더해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제목과 수식어들을 보고 내심 또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나 다정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겠구나 기대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첫 파트를 읽는 순간부터 '어?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온통 누군가를 향한 사랑 이야기로 가득했는데, 전혀 공감 가지 않는 모르는 사람의 러브레터를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어진, 2파트~4파트까지의 내용은 위로의 내용보다 오히려 자기 생각 속에 빠져 홀로 독백하는 느낌의 글들이 가득했다.


독자와 소통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나 홀로 쓰는 일기장에 남겨진 생각의 파편들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어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좁은 방안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위로의 문장을 담았다는 소개글과는 다르게 저자 개인의 감정적 호소에 대해 쓴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조금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내용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공감 못할 내용들만 담긴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침침하고 또 무겁게 느껴진다.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쓴 에세이인 만큼 내용상 부정적인 내용이나 어두운 과거의 이력이 충분히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여타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확고하게 굳어진 개인의 신념과 소통보다는 내 감정을 그저 토해내듯 발설하는 글, 여기에 더해 닫혀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각으로 인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선지 같은 내용인데도, 다른 에세이에서 만나본 문장이나 내가 경험한 일들이 어쩐지 이 책의 내용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소통보다 불통의 느낌이 강해 공감이라는 말보다는 독백, 공허한 메아리처럼 다가온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중간 부분에 저자의 글에서 이와 같은 맥락의 글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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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지웠다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은 더는 관심이 없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이 책을 엮는 것도

사실은 읽는 이를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을 위해

내 감정을 위해

꼬였다 풀었다 하는 내 생각의 정리를 위해

조금은 더 즐거운 인생을 위한 환기를 위해

쓰다 지웠다 한다

1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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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왜 앞서 읽은 글들이 가슴 깊이 다가오지 않았는지, 왜 그리 불편하게 다가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불통의 글이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그저 자신의 마음을 위한 글이라면 왜 책으로 만든 걸까?


혼자 쓰는 SNS나 일기장 등에 자리하고 있어야 할 글들이 왜 책으로 나와 독자의 마음과 감정을 어지럽히는 걸까?


단순히 책의 분위기가 어둡거나 내용이 어때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글이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두드리고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내 기준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4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글들을 나름대로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파트 1은 사랑, 파트 2는 생각+마음, 파트 3은 추억+기억, 파트 4는 행복(취향이 묻어있는 행복에 대한 글)에 대한 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 파트 1은 저자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 특정인을 위한 헌정글처럼 느껴졌는데,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패스해도 좋다. 어쩐지 새벽녘 감상에 젖어 쓰는 글처럼 느껴져 페이지를 빨리 넘기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전 싸이월드 감성으로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와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4파트에는 사랑 이야기에서는 다소 벗어났으나 중간중간 어디에도 하지 못한 하소연과 토로의 글들이 담겨 있어 진짜 저자 자신을 위한 글을 썼구나 생각하게 된다.



****


살다 보면 때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겪게 되는 때가 있어 저자가 말하는 관계, 사람, 감정, 상처 등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감정을 좀 추스른 후에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담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파트 1은 개인적으로는 눈 버린 느낌의 글들이었는데, 나 홀로 경험하고, 나 홀로 간직하고 있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굳이 대중에게 굳이 오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애정과 관련된 이야기는 당사자들끼리만 공유하면 되지 굳이 제3자에게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그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어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건 마치 여행 다녀온 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을 앉혀놓고 자기가 좋았던 여행이야기를 천 번 만 번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상대방은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내용상 공감이 갔던(?) 글들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적이 있음 직한 내용이고 글들인데, 읽으면서 사람, 관계가 참 어렵다고 느끼게 된 문장이기도 하다.



=====

마음 같지 않은 기분



반짝이는 날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요즘은 '기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그런 날들은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 기분은 마음도 생각도 아닌 우연이 만든다


아침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민들레 한 송이 때문에

오늘은 내내 기분이 좋았다


퇴근길에 꺾여 있는 민들레 한 송이 때문에

오늘 밤에는 마음이 캄캄하겠다


보였던 것들이 새벽 위로 아른거린다.


기분이 마음 같지 않아

가끔은 이런 밤들이 어렵기도 하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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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순간 아주 쉽게 물든다. 특히 우연으로 벌어진 어떤 것에 따라 하늘로 솟았다가 땅으로 꺼지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한다.


이토록 쉽게 물드는 기분이라면, 내일의 나를 위해 우연을 가장한 무언가 작은 선물을 오늘 밤 준비해 보면 어떨까?


달콤한 사탕이나 초콜릿을 가방에 넣어두거나, 쉽게 손이 닿는 곳에 두고 꿀꿀한 기분이 나를 덮칠 때 선물이라며 건네면 빨간 기분이 노랗게 바뀌지 않을까?



=====

상처는 상처를 만든다



(...)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의 인생보다 내 인생이 더 소중해 진다. 내 인생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를 돕고 싶지는 않아졌다.

85페이지 中

=====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 한창 아무것도 모르고 똥꼬발랄하게 지낼 때는 '함께'가 성립되었다면,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함께'가 잘 성립되지 않는다.


내 인생과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다방면으로 늘어나는 상처와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겪게 되는 또 다른 상처로 인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타인과 이어지는 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좁고 깊어진다.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한때 누군가의 '무엇'이었던 사람도 그렇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무것도 ' 아닌 사람이 된다.



=====

그래도 지킬 선은 있어야 한다



소중한 사람은 소중히 대해야 하며,

단지 가깝기만 한 사람과 소중한 사람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편할수록 막역하게 대하는 것은 소중한 것이 아니라

불편함이 없는 관계일 뿐일 수 있으며,


선을 넘는 것은 그 한 번이 어려운 것인데

한번 넘은 선을 넘나드는 것은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은 끝에 가서는

사람마저 쉬워지는 일이 되고는 한다

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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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가까운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헷갈려 하며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오히려 가깝지 않은 이들에게 더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는 하는데, 그런 것을 목격할 때면 사람 사이에 얼마나 거리가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엄연히 타인인데(가족도 어떤 의미에서는 타인임) 그들은 너무 쉽게 선을 넘나들며 경계를 없애 버린다.


그러면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는 어느새 쉬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부디 헷갈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가까운 사이는 불편함이 없는 사이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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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스스로 보호한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는 마음을 쓰지 않는다


가장 간단하고도 기회가 많은 감정 표현


"고마워"


그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마음을 나누면 감정이 고단해진다


그리고 그 고단함이 쌓여

안정된 삶의 균형에 균열을 만든다


안정됨은 바로 감정이며, 마음이다


잘못된 관계는 결국 마음에 이르며,

마음은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2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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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넘기는 말들 중에는 사소하지만 반드시 건네야 하는 말들이 있다. 이를테면, '고마워', '미안해' 같은 말들이다.


별것 아니라고 그냥 넘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소함이 때로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은 곧 관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음은 아주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아주 사소한 것에 감동받는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자주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해보면 어떨까?



***


저자 내면의 강한 관념이나 생각들이 버무려져 다소 부정적 느낌으로 다가왔던 이 책을 읽으며, 같은 내용이나 말도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마음의 문을 콱 닫고 내 이야기만 풀어쓰는 것으로는 타인에게 절대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없음을 피부로 느꼈다.


최근 출판되는 책들 중에는 독자는 상관없이 오로지 작가 자신을 위한 책을 출판해서 배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비추한다.


대중이 보는 책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개인의 기록물이나 홍보, 마케팅, 욕심을 채우기 위해 쓰는 책들은 아무리 거한 포장을 해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책,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로 공허하게 다가오는 책. 이런 책들이 바로 그런 책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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