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쓰는 시 - 하마탱 툰포엠
하마탱 지음 / 호밀밭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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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시도들이 종종 눈에 띈다. 책도 다 같은 책이 아니라서 어떤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느냐에 따라 독자들에게는 다르게 다가오는데, 신선하고 매력적이라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이다.

독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만큼, 출판사나 제작자, 작가의 이런 시도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언제나 이런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늘 옳다고 믿는다.

이 책은 그런 새로움을 시도한 작가의 책으로 '만화'와 '시'를 결합한 '툰포엠' 장르의 책이다. 소개 글에서는 '툰포엠'을 이 책의 저자 하마탱의 시그니처 장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하마탱이라는 작가와 그가 쓴 책은 처음이지만 앞서 '시'와 '만화'가 결합된 다른 작가의 책은 만나본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일상의 다양성과 유머러스함이 만화와 시로 표현되어 있다. 보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으악'하는 순간도 있고, 깊게 스며드는 순간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범위에 따라 '일상', '가족', '사회'로 나눠 구분해 두었는데, 1부 '일상으로의 초대' 챕터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나 자신과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마음과 마음 간의 갈등을 풀어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부 '가족이라는 토대' 챕터에서는 우리를 가장 힘나게 하면서도 동시에 힘들게 하는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면성을 보다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3부 '세상을 보는 줏대' 챕터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회 문제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라도 착한 놈들이 이기는 사회를 응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개인의 일상에서 점차 가족, 사회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나에서부터 시작해, 가족, 사회로 점차 인식을 넓혀가는 형태로 읽어나가 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의 만화를 보다 보면 절로 아찔해진다.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고, 자꾸만 뒷걸음질 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와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만, 이내 곧 다시 푸하하 웃어버리거나 징그러운 마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게 된다.

만화에 유머가 깃들어 있어 진지하게 시를 읽다가도, 이내 그 무게감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다시 시를 읽다 보면 절로 공감하는 마음에 젖어든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 내 가족,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그렇고말고!'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이 책에 실린 108편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몇 편의 시와 만화를 소개해 보려 한다. 읽으면서 과연 나는 시의 내용과 얼마나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다른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비교하며 읽어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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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으로 쓰는 시

먹고 있어도 배고프다, 보고 있어도 그립듯이.
거울은 말하지,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다고.
둘이 먹다 하나 죽으면, 아싸 나 혼자 2마리.
치킨 2마린 질리지, 그럼 그럼 진리지.
살을 또 왜 빼시나, 뼈나 좀 다 빼시지.
먹을 땐 말 시키지 마, 주유 중엔 엔진 정지.
모래주머니나 살주머니나, 운동 되긴 마찬가지.
운동은 내일이고, 먹는 건 내 일이지.
나도 복근이란 게 있다, 덮어놔서 안 보일 뿐.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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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다가 순간 푸핫하고 웃음이 터졌다. 약간의 말장난 같은 라임을 맞춰 절로 흥을 돋우는 센스라니.

야식 먹다 이 시를 읽게 된다면, 내려놔야 할지, 그대로 먹어야 할지 망설여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먹다가 거울을 봤다면 먹던 거 집어던질 것 같고, 모래주머니나 살 주머니나 운동되기 마찬가지라는 구절을 읽을 때는 그냥 자포자기하며 그대로 먹을 것 같다.

운동은 내일이고, 먹는 건 내 일이지 대목에서는 공감하며 재빠르게 먹어치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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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눕고 싶은데 서야 할 땐 물만한 곳이 없다.
일을 잠시 놓고 싶을 땐 주말만한 날 없다.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동동 떠다니다 보면 어느새
나타나 발목을 잡는 괘씸한 너, 월요일.
워어얼 화아아아 수우우 모오옥 금퇼.
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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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다가도 불현듯 발목 잡혀 끌려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이 시는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시가 아닐까 싶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공간 200%.
표현력 200점!
금퇼. 주말은 왜 이렇게 짧은 거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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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앞니가 쏙 빠지도록
입술이 축 늘어지게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입 냄새를 못 맡으면 연애.
입 냄새도 참아내면 사랑.
입 냄새에 투덜대면 의리.
1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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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만큼은 꼭 만화를 함께 첨부하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 가져와 봤다.(나만 당할 수 없다!)

위 만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라는 멋진 작품을 작가가 시에 맞게 재해석하여 그린 만화다. 보는 순간 '우엑, 드러'라는 생각은 나만 한 걸까?

시를 읽다 보면 키스에 대한 환상이 싹 사라져버린다. 앞니가 쏙 빠지도록, 입술이 축 늘어지게 키스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왜 드럽게 느껴지냐고요 ㅎㅎ

어쩌면 다음 구절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입 냄새가 그다음에 나올 건 뭐람.(으으)

하지만 분명 현실적인 문제라 뭐라고 지적할 수도 없다.
이 시를 읽고도 키스가 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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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게

몰라보면 괜찮아도 몰라주면 편찮은 법.
나란 사람 알아주는 그대와의 시간들을
나란 인간 관심 없는 인간들과 왜 쓰리오.
싶은 맘에 낄끼리 어울려서 살다 보면
때론 가장 친한 놈이 내 마음을 몰라주네.
허탈한 맘 달래려고 이놈 저놈 붙들고서
"니 내 눈 줄 아냐"라며, 물을수록 추해질 뿐.
나를 가장 모르는 건 다름 아닌 나이거늘.
1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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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장의 슬픔이나 나이 들면 느끼게 되는 회한 같은 느낌처럼 다가왔던 시다. 가족 위해 몸 바쳐 돈 버는 것에만 올인했는데, 나이 들어 은퇴 후 둘러보니 남은 건 허탈한 맘뿐인 상황이 그려진달까.

내 노고는 아무도 몰라줘서 서운한 마음 반, 괘씸한 마음 반인 상태에서,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 떠오른다.

"왜 그토록 일에만 몰두했을까? 조금은 나를 위한 시간도 내어줄 것을." 내심 그런 마음이 드는 시다.


*****

유머러스하지만, 불쑥 소리를 지르게 되는 툰포엠을 읽으며, 유쾌하게 하루를 정리해 보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오늘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살펴보고 돌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내가 누구게'와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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