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껏 살고 있습니다 - 나만의 취향으로 가꾸는 작은 공간
지은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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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찾고 가꾸며 비로소 발견한 나에 대한 기록!"


이 책을 읽으며 '취향'이란 뭘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까이에 두고 싶은 것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꾸 되짚어 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또 내 사정이나 상황과는 상관없이 취향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저자와 같은 과정을 밟아나가며 서서히 나의 취향을 하나 둘 찾아나갔던 사람 중 하나이기에, 어떤 면에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꽤 많았는데, 그래서 더 집중하며 살펴봤던 것 같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독립을 시작으로 몇 년마다 이사를 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담겨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부분과 협소한 공간의 제약,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을 하게 되면서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홀로 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침내 나 자신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되면서 저자는 '나만의 취향'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다.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이 있었기에 저자는 내가 원하는 삶, 내가 바라는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제주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둘러싼 공간, 물건, 사람 등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각각 가지는 의미와 취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이것을 기회로 나에게 별 의미 없는 것들은 비워내고,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로 내 주변과 하루를 채워나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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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무르는 공간에는 내 시선과 취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에 따라 소유주의 체취는 더 많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내 공간은 나를 대변하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신의 공간은 지금 어떤 느낌인가? 클래식한가? 모던한가? 코지 한가? 아니면 아기자기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가? 어쩌면 텅 빈 공간일 수도?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공간을 둘러보며, 내가 사랑하고 애정 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더 시선이 머무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저자의 취향 발견 기록들을 천천히 따라가보자. 어쩌면 어느 순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향을 발견하거나 혹은 그동안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취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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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취향은 나를 알아 가려고 노력한 시간이 만들어 준 선물 같다. 나의 경험을 모아 만든 하나의 작은 세계 같기도 하다. 나는 그곳에 있을 때 안온하다.
(...)
지금의 나는 남들과 비슷하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을 얻기보다 나만의 것이 있다는 작은 기쁨을 누리는 게 더 즐겁다. 누가 알아줄 만한 멋진 취향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저 나만의 취향으로 인해 내 일상이 조금 더 재밌어지길, 단단해지길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를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해 본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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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알아가려고 노력해야만 그제야 취향은 서서히 본 모습을 드러낸다. 만약 자신의 취향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면, 어쩌면 그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나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더 자주, 가까이에서 나를 관찰하고, 친밀해지려 노력해 보자.


<저자의 취향 살펴보기>

1. 다이소에서 산 작은 유리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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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컵을 살 때까지만 해도 그저 저렴하고 귀여운 유리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에 이 컵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컵의 두께가 딱 좋다. 너무 두꺼워서 둔해 보이지도 않고, 너무 얇아서 꽉 쥐면 깨져 버릴 것 같은 느낌도 없다. 두께가 알맞으니 컵이 입에 닿을 때의 느낌도 괜찮다. 무게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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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컵은 두께도, 무게도, 디자인도 아주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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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쓰고 있지만 70년은 거뜬히 함께할 수 있을 듯하다.
6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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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저렴하고 귀여워 보이는 디자인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했는데, 막상 사용하면서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임을 알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어쩐지 귀엽게 다가온다.


2. 빈티지 의자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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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버티며 갈수록 멋이 드는 빈티지 제품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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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방에는 빈티지 의자와 조명이 있다. 의자는 덴마크 빈티지다. 단순한 디자인에 끌려서 가족으로 들이게 되었다. 만졌을 때 매끈한 느낌도 좋고, 견고하지만 가볍게 들 수 있는 무게라 마음에 든다.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그마저도 멋처럼 느껴지는 게 빈티지 의자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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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천장등으로 사용하는 무라노 조명이다. 디자인으로만 보면 완벽한 내 취향은 아니지만, 투명한 느낌과 마블 무늬가 마음에 들었다. 사진으로 볼 때마다 가까이서 볼 때보다 가까이서 직접 볼 때 더 예쁜 조명이다.
63~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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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제품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할 정도라니.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눈에 보일 정도다.


3. 무인양품 시디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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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특유의 여백 있는 디자인을 좋아해서 문구류, 패브릭, 가전, 주방용품, 정리 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벽걸이 시디 플레이어를 가장 애용한다. 이 제품의 색상은 옅은 회색이다. 색이 진했다면 금방 질려 버렸을 텐데 색이 튀지 않으니 시디플레이어보다 CD에 눈길이 간다.

CD를 재생시키면 음반이 돌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듣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있다. 사용법도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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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은 무난한 편이지만 나에게 시디플레이어의 음향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CD가 돌아가며 나는 잡음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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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설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런 제품이 있었나? 싶어 따로 검색도 해 볼 정도였다. 심플한 디자인에 사용법도 직관적이고, 특히 CD가 돌아가는 모습은 말 그대로 예뻤다.

음질이 좋은 것도 좋지만, 때론 음질보다 더 우선하는 나만의 가치들이 있는 것 같다. 이 CD 플레이어는 그런 사람들의 우선 가치를 자극하는 제품이 아닐까 한다.


4.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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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꾸미기, 줄여서 '다꾸'는 내 취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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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스티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기에 정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2장 산다. 한 장은 고이 보관해 두고 한 장은 아껴 가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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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를 할 때는 대략적인 그날의 콘셉트를 정하고 어울리는 스티커를 골라 일기장에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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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며 전체적인 조화를 살피고, 흡족하면 그제야 일기를 쓴다. 종이를 꾸미느라 힘을 다 빼서 정작 일기는 부실하지만, 스티커를 떼서 흰 종이를 꾸미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날아가니 한결 가볍게 잠들 수 있다.

스티커가 잔뜩 붙어 뚱뚱해진 일기장은 언뜻 한 권의 그림책처럼 보인다. 내가 공들여 만들어 낸 한 권의 세계를 넘겨 보는 일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다꾸를 할 것 같다.
66~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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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꾸가 사람들에게 취미생활로 꽤 각광받고 있던 터라 얼마나 다양한 다꾸가 존재하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저자 또한 다꾸를 취미로 삼으며 꽤 즐기고 있는듯하다.

스티커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내 경우는 예쁜 스티커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모으기만 한다. 내가 소유한 제품에 덕지덕지 스티커를 붙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어쩌면 붙이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마모되고 떨어지며 남기는 흔적을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기한 것, 예쁜 것, 선물 받은 것 등등 이것저것 모아뒀던 것만 해도 한가득이었는데 언젠가 비우기로 결심한 날 한꺼번에 모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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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와 함께한 리리네 집에서 나는 머리로 상상하고 두 손을 움직여 내 공간을 꾸리는 행복과 소중히 가꾼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 가는 행복을 동시에 느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애정을 가지고 집을 가꿀 때 집도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1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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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든 공간이든, 사람이든 애정을 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가꾸는 순간부터 그 대상이 되는 모든 것들은 나에게 의미가 되고, 가치 있는 그 무엇이 된다.

저자는 그것을 집을 가꾸고, 고양이를 키우면서 배우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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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집에서 일 년을 살고 이사를 해야 할 시점이 왔다. 동네에 매물이 없어서 반경을 꽤 넓혀 보았지만 어딜 가도 빈집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들어간 마지막 부동산에서 지금의 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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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난 창문 밖으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무가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집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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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뒤쯤이었나, 제주 곳곳에서 귤 밭 방풍수로 조성했던 삼나무를 잘라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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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우리 집 앞 귤밭에 있던 방풍수도 곧 사라졌다. 매일 창을 열고 나무를 보며 기쁨을 느꼈기에, 잘려나간 나뭇가지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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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고 노을빛이 평소보다 강한 느낌에 창을 열었을 때, 그제야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귤 밭이 눈에 들어왔다. 해를 가리던 나무가 사라지자 노을이 방을 주홍빛으로 물들였고, 집 안에서 멀리 산방산까지 보이는 뷰를 갖게 되었다.
(...)
순전히 운이 좋아 이런 풍경을 갖게 되니 얼떨떨했다. 그날 이후, 어떤 일이든 속단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데려올지, 어떤 기쁨이 어떤 슬픔을 데려올지 모르니.
143~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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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운이 겹쳐 만나게 된 집, 그 속에서 저자는 속단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살아감에 있어 어떤 일들이 우이에게 선물처럼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순간을 즐거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 선물 같은 날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슬픔을 따라온 기쁨의 모양새일 수도 있고, 반대로 기쁨을 따라온 슬픔의 모양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설사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언정, 그 모든 날들은 우리 삶에 선물 같은 날들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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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고요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잠시 할 일로부터 떨어져 말랑해질 시간이 꼭 필요했다. 멍하니 있는 시간에는 과거의 일에 집착하지도, 오지 않은 미래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저 현재에 머물렀다. 내 모든 감각이 생생하고 선명해질 때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알게 된 나에 대한 소중한 정보이다.
(...)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갖게 된 후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걸 이제는 안다.
153~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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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쉬는 방법이 제각각이듯, 취향 또한 그러하다.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내 스스로가 나를 컨트롤하기 좋다.

어떤 상황에 어떤 방법으로 쉼을 주어야 하는지,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는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등등. 이처럼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생각해 보자. 쉴 때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야외에서 누군가와 몸을 부딪히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잠을 자며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혹은 맛있는 것을 먹으며 회복력을 얻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나를 알면, 나를 행복으로 이끌고, 긍정의 기운으로 이끌어 주는 방법 또한 더 알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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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정의 내린 '잘 사는 삶'은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사는 삶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자주 감탄하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자 어린아이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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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세상이 그저 재밌고 신기해서 짧은 길을 지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린아이.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산다는 걸 느끼며 자주 행복해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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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세상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마음을 잃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생각이 이어져 나만의 좌우명을 하나 만들었다. '세상을 처음 만난 어린아이처럼 살자'. 이 말은 산다는 걸 느끼며 살자는 나의 다짐이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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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잘 사는 삶'에 대한 정의 또한 여러 가지 일 것이다.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을 두고 잘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성취에 목적을 두고 성취를 이뤄내는 것에서 잘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잘 사는 삶'의 기준을 먼저 찾아보자. 나만의 잘 사는 삶의 기준을 찾게 되면 그것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삶의 방향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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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플레이어를 통해 알게 된 브랜드 '무인양품'의 단정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나의 집도 비슷한 느낌이길 바랐다. 물건을 살 때도 긴가민가할 때마다 이 제품이 무인양품에 있다면 어울릴까 생각하며 힌트를 얻었다. 이런 시간을 거치며 내가 단정하고 여백이 있는 공간을 꿈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단정하기만 한 공간은 심심해서 싫었다. 어릴 적에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속 '오은수'의 집을 좋아했다. 그 집은 여백 없이 가구와 소품이 아기자기하게 채워진 귀여운 분위기의 집이었고 단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정한 것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것도 내 취향이었다. 결국 '단정하지만 군데군데 아기자기하게 꾸민, 사랑스러움이 한 스푼 들어간 집'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2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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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을 읽으며, 여러 의미로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취향이 비슷해서 약간 모순적이지만 뭔가 한가지로만 만족이 되지 않는 이 느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단정하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냥 깔끔한 것은 뭔가 심심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종종 아기자기한 무언가로 공간을 채우고는 하는데, 이 취향은 아마 남들은 모르는 나만이 가진 감정이자 느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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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식물을 키워 본 결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식물은 행잉 플랜트였다. 아직 한 번도 벌레가 생긴 적이 없고 무탈하게 잘 자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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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향과 취향이 반영된 우리 집의 키워드는 어느새 원목, 지브리, 자연, 책,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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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집을 꾸미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시대이다 보니 예쁜 집 사진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
하지만 예쁜 집과 나를 닮은 집은 조금 다르다. 나를 닮은 집은 다른 사람을 흉내 내서 만들 수 없고,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만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살 집을 가꾸며 느낀 것도 무엇보다 '나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취향껏 배치된 방을 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 찬 행복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다른 것보다 '공간에서 행복하게 웃음 짓는 내 모습'을 한 번 더 떠올려 보며 집을 가꿔 나갈 생각이다.
211~2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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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알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직접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나는 이걸 좋아해, 이건 내 취향이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 역시 직접적인,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취향을 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실패를 거쳐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다.

더불어 실패가 꼭 취향과 맞지 않다는 것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니 취향을 알려면 일단 직접 뛰어들어 보자.

그리고 난 후, 저자처럼 식물을 좋아하는지, 식물 중에 어떤 것과 내가 잘 맞는지를 구분해 내면 된다. 그렇게 성향과 취향이 어우러지면 나만의 키워드가 완성되고 그것들이 어떤 모양새로 내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자 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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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을 챙겨 먹고, 내가 머무를 집 안을 청소하고, 침구를 자주 교체하고, 모처럼 장만한 귀여운 소품을 어디에 배치할까 고민해 보는 그런 작은 일들이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그걸 깨달은 지금의 나는 나와 내 일상을 뒷전에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급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 기지개를 켜고 어깨가 굽지 않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준다. 충분한 시간 동안 질 좋은 수면을 취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준다.
(...)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는걸, 우리가 행복하려면 소중한 일상을 윤이 나게 관리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218~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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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부분 중 하나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을 혼동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일상을 너무 하찮게 여기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특별한 이벤트 때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보내는 수많은 일상을 보다 가치있게 보내야 한다. 여기에는 특별한 방법이나 비결은 없다. 그저 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윤이 나게 관리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흐트러지거나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자고 난 후 이부자리를 정리하거나 음식을 먹은 후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늘 하루만 미루자는 생각이 한번 들이치면, 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이 일들은 뒤로 미뤄지며 일상을 흩트려놓는다. 급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앞으로는 이런 사소한 일상을 부디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런 작고 하찮은 일상이 곧 우리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임을, 나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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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 비로소 타인의 기준이나 취향이 아닌, 나의 취향과 기준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와 행복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의 우리 사회는 SNS로 인해 언젠가부터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고 있는듯하다.

내 기준에서 행복하기보다, 타인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 보일까를 더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결국 남는 건 공허함뿐임에도 중독성을 끊지 못하고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귀하게 여겨보면 어떨까? 일상을 흘려버리기보다, 나와 맞닿아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정성을 쏟아보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은 내가 온전히 나의 삶을 살기에도 부족할 만큼 짧다. 더 이상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취향껏 내가 기쁘고 행복할 일들로 가득 채워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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