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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평점 :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20세기에 살았던 헤르만 헤세의 책을 보며 공감을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낡지 않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그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사회, 관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삶 등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에게 늘 물음표로 남아있는 이러한 속성들에 대해 쓴 내용들을 살펴볼 때면 꽤 깊이 사유하고 고군분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살았던 1870년대에서 1960년대를 떠올려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이런 생각과 사상들이 시대상과 맞지 않아 꽤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지켜나가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문학적으로 이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헤세의 시, 소설, 에세이, 독자들의 편지에 답장한 무수히 많은 글 등을 엮어 만든 선집으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세계관, 삶을 살아가는 태도 등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거나, 위기의 순간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꼭 헤세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위기의 순간을 왜 성장의 순간으로 보았는지 그만이 가진 삶의 재생력과 힘을 이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더불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헤세의 의지를 엿보며 '내가 나로서 사는 법'에 대해서도 각자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삶에는 표준이란 없다. 그저 내 의지와 내 생각, 내 방식대로 살아갈 뿐이다.
나만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법,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법, 내가 나를 믿는 것이 왜 우리 삶에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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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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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는 남들이 비통해하거나, 체념하거나, 냉소적으로 변할 때면 오히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보면서 새로운 저항력을 키우라고 하며, 독자들에게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라고, 그런 상황을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라고 북돋았다. 이러한 재생력은 헤세의 문학에서 여러 방식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헤세의 성찰과 편지 중에서 특히 그런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들을 뽑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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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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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는 청년기의 섬세한 사람들을 특히 힘들게 합니다. 사람들을 획일화하고 최대한 개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 만연하니까요. 우리의 영혼은 이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그렇고말고요.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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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나 현재나 별반 다르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청년기의 사람들은 모두 획일화되고 개성이 말살된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점차 회색 인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헤세는 이에 대해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 함정은 존재한다. 튀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존중하지 않거나 예의를 밥 말아먹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는 분명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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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비하와 자격지심에 빠지지 마십시오, 물론 후회를 부를 수 있는 자신의 개별 행동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탓할 수 있습니다. 그건 옳은 태도입니다.
다만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자기 자신을 그렇게 하찮거나 쓸모없게 보지는 마십시오. 대신 신에게 받은 재능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을 긍정하고, 그것으로 최선의 것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십시오.
신은 우리 각자에게 무언가 의미를 부여했고, 우리와 함께 무언가를 시도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현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그건 신에게 맞서는 일입니다.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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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나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말라는 헤세의 말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후회하는 개별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 비판하거나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으나 타인의 말에 휘둘려 자신을 하찮게 보거나 쓸모없게 보는 것만 잘못된 행동이라 말한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약점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자. 그리고 최선의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헤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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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더는 천진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회로에서 믿음을 찾아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출발점이다. 믿음은 계산과 죄책감, 가책, 고행, 희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노력은 모두 우리 바깥의 신에게 향한다. 우리가 믿어야 할 신은 우리 안에 있다. 자기 자신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신에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
130~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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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믿음에는 그 어떤 불순물도 끼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계산, 죄책감, 가책, 고행, 희생을 통해 믿음을 얻으려고 하면 그것은 진정한 믿음이라 말할 수 없다.
순수하게 내가 나를 믿는 것! 여기에서부터 우리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내가 나에 대해 긍정할 수 있는 것 거기에 진정한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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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마음 가는 대로 사십시오.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뭐가 좋고 나쁜지는 모릅니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원초적 충동과 의식적 삶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게 좋고, 그렇지 않은 게 나쁜 건 분명합니다. 전쟁의 승리자건 광야의 고행자건 간에.
1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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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정답이 있을까? 돈 많은 부자던, 가난한 사람이던, 성공한 기업가던,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던 결국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게 최선이다.
아무도 결과를 알거나 삶에 대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기에 기본적으로 지켜나야 할 규범이나 예의 등을 지키며 조화를 이루는 것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 살아가는 방식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누구도 평가할 수 없다. 그 자신의 인생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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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우리 삶을 인정할수록, 우리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의 내면과 일치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입니다.
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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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겠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그런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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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서 삶과 기쁨의 원천을 찾아야 하는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
강렬한 감정으로 살아가고, 그 감정을 몰아내거나 학대하지 않고 돌보고 즐기는 사람에게는 어디서나 행복이 있었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사랑하고 추앙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
행복은 사랑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느끼고 자신의 생명을 감지하는 우리 영혼의 모든 움직임은 사랑이다. 따라서 많이 사랑할수록 행복하다. 그런데 사랑은 욕망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사랑은 지혜로운 욕망이다. 사랑은 가지려 하지 않는다.
(...)
세상의 불행과 나 자신의 불행은 사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다.
(...)
제대로 사랑할 능력이 있다면 거친 밥을 먹든, 고기를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으로 치장하든 세상은 개인의 영혼과 순수하게 조화를 이루고, 선하고 순조롭게 돌아간다.
262~263, 265~2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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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기쁨 등의 단어를 이야기할 때 진짜 중요한 가치는 '나'에게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기쁨을 느끼는 내 감정에 그 해답이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소유'에 기준을 두지 말고, 그것 자체를 즐기는 것에 기준을 두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 어떤 환경에 놓여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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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생기와 따뜻함, 광채를 짜낼 수 있는지 맛본 사람은 일상의 새로운 날이 주는 선물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쓴다. 또한 고통을 대하는 마음도 좀 더 의연해지고, 크나큰 고통도 순수하고 진지하게 음미할 준비를 한다. 암울한 날에 대한 기억조차 아름답고 성스러운 자산임을 알기 때문이다.
3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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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가져다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예컨대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도해 본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웬만한 것에는 쉽게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 직접적인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보면 어떨까? 어떤 순간의 어떤 경험이 분명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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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만을 위해 살 때보다 남을 위해 살 때 더 만족해. 그렇다고 노인들이 이것을 무슨 대단한 미덕처럼 내세워서는 안 돼. 그럴 만한 일이 아니니까. 게다가 아주 열정적이었던 젊은이가 훗날 훌륭한 노인이 될 가능성이 커. 학교 다닐 때부터 애늙은이처럼 굴었던 젊은이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법이지,"
349~3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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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내세워서는 안 된다.
노령인구에 접어든 지금, 젊은이와 노인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신구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기이나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만 생각하는 세상 속에서 이 문제는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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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잎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모두 저녁이 되려 한다.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와 도주만 있을 뿐.
아름다운 여름도 언젠가는
가을과 시듦을 느낀다.
잎이여, 끈기 있게 버텨라.
바람이 너를 데려가려고 해도.
너는 네 일을 하라. 반항하지 말고
조용히 일어나게 내버려 둬라.
너는 낚아채는 바람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리니
3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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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사람을 포함해 식물, 나무, 동물, 꽃 그 어떤 것도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은 변화하고 때론 어떤 힘에 의해 도주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은 순환한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벗어나고자 반항한들 어느 누가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저 순응하고 따르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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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며
(...)
죽음은 여기 있는 것도 저기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길 위에 있다.
죽음은 네 안에 있고 내 안에 있다.
우리가 삶을 배반하는 순간에.
366~3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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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회피하고 있지만, 실상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어디에서 살고 있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죽음은 모든 길 위에 있다.
특히 삶을 배반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죽음은 모두의 안에서 드러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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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형식과 상관없이 헤세가 마음에 품고 있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들에 대해 둘러보고 나니, 나를 더 보듬어 주고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삶을 살아가면서 정작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외부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적어도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유한한 삶이기에 어떤 것들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나의 마음가짐이나 삶에 대한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태롭고 힘든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질문을 가지고 있다면, 헤세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 거기에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