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24절기에 따라 1년을 살아본 이야기"


도시에 살다 보면 계절, 자연, 날씨 등을 온전히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다. 출퇴근길에 잠깐 마주하는 날씨, 춥고 더운 것으로 느끼는 계절, 그리고 근처 산이나 공원을 찾아야지만 느낄 수 있는 자연.

때문에 우리는 계절감을 잊고 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그냥' 살아간다. 사실 한때는 나 역시 이런 것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너무 바쁘게 살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고, 매일 지속되는 야근에 막차 타고 오기 바쁜 하루라 날씨, 계절, 자연 이런 것은 늘 뒷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를 건강하게 하고, 쉼을 주는 힐링 포인트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릴 때는 자연 속에서 피톤치드 맞으며 흙, 나무, 꽃, 신선한 과일, 좋은 공기 등과 함께 했는데 그런 것들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쳤고, 아팠고 참 많이 힘든 날들을 보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건강한 환경 속에 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계절 따라 우리에게 제철 행복을 주던 것들이 그리워졌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계절을 24절기로 나눠 변화하는 풍경과 제철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전한다.

저자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달력 속에 작은 글씨로만 존재하는 절기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서술함으로써 이 속에 얼마나 많은 성장과 변화, 그리고 삶이 숨어있는지를 알려준다.

덕분에 이 계절과 맞물려 있는 우리의 인생 속에 숨어있는 빽빽하고 가지런한 작은 행복의 씨앗 또한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은근히 이것들을 하나 둘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온전히 계절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가질 수 있는 눈앞에 있는 행복! 지금부터 그것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 제철 행복을 찾아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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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떠나기 전 참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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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일.
(...)
그러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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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은 시절을 맞이하기 전, 먼저 저자가 구분 지은 24절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통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이야기하지만, 조금 더 촘촘히 계절을 음미하기 위해 지금부터는 24절기로 계절을 만끽해 보자!


■24절기란?
'천구상에서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를 '황도'라 부른다. 황도 한 바퀴인 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계절을 세밀하게 구분한 것이 24절기.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에 여섯 절기가 속하며, 한 절기의 길이는 약 15일로 한 달에 두 번 들어 있다.


■절기 알기
양력(태양력)에 따른 것이다. 보통 우리는 절기를 하루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황도상에서 15도 간격으로 나눈 각 지점을 태양의 정중앙이 통과할 때가 24절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며, 다음 절기까지의 기간을 한 절기로 본다. 달력에 적힌 일자는 입기일(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세종은 조선시대 천문학을 집대성한 역법서 <칠정산>을 펴내며 24절기를 한양의 위치와 기후에 맞게 수정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절기는 이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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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을 챙기기 위한 저자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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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끝자락에 저자가 제안하는 제철 숙제를 풀어보며 나만의 절기를 마음에 꼭꼭 담아두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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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봄, 봄비에 깨어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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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2월 4일 무렵
▷봄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한 해의 첫 번째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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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의 숙제는 하나.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희망은 어디 숨겨져 있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새것처럼 생겨나는 법이니까. 새싹을 틔우는 게 초목의 일이라면 희망을 틔우는 건 우리의 일.
다시 봄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 힘주어 말해도 좋은.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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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1월 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시작을 이야기하지만, 절기로 이야기하자면 봄의 시작은 '입춘'이라 말할 수 있다.

1월 1일 목표를 세웠다면, 새해 희망을 다지는 날은 '입춘'을 기점으로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제 진짜 시작!


■춘분
▷3월 20일 무렵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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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그치는 인간 세상과 달리, 자연은 나무라지도 채근하지도 않는다. 나무가 나무로 살고 새가 새로 살듯 나는 나로 살면 된다는 걸 알게 할 뿐. 세상에 풀처럼 돋아났으니 다만 철 따라 한 해를 사는 것. 봄에 새순 같은 희망을 내어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며, 겨울엔 이듬해를 준비하는 게 자연스러운 한 해 살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땐 큰 질문은 쪼개서 작은 질문으로, 큰 시간은 쪼개서 작은 시간으로. 1년이 막막하다면 다만 봄의 하루를 성실하게.

빈손으로 돌아온다 생각했는데 내가 펼쳐본 쪽지에 적혀 있던 건 모두 나를 위한 답이었다.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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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생명을 키워내는 방식처럼,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이치를 따르면 어떨까 한다. 매 철에 맞게 성장시키고, 수확하고, 다독이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다운 삶에 접어들어있지 않을까?

다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싶을 땐, 쪼개고 쪼개서 단위를 줄여 하나씩 이뤄나가면 된다. 성실하고 나답게.


■청명
▷4월 5일 무렵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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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365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작 봄의 하루도 시간을 내지 못하며 사는 게 정말 괜찮은 걸까? 벚꽃 앞에서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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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꽃놀이만큼은 '내가 나한테 이것도 못 해줘!'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서 즐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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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꽃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시시각각 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 이 맛에 산다'하는 흡족한 미소를 띨 그날까지. '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모름지기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다.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
(...)
꽃은 늘 기다린 시간보다 짧게 머물다 가니,
봄이 오면 언제까지라도 오늘의 기쁨을 선택할 수 있기를.
내일의 즐거움을 예약할 수 있기를.
85,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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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오는 봄이지만, 오늘의 봄은 지나가면 끝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올해의 봄을 넘겨버리면 어느새 '이게 사는 건가'와 같은 생각에 접어들기 마련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다가오는 봄을 만끽할 하루를 내어준다면, 적어도 '이 맛에 살지'하는 제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제철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지런함과 의지, 그리고 계획은 필수다.


■곡우
▷4월 20일 무렵
▷곡식을 기르는 봄비가 내리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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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돌미나리 전을 먹는다. 그건 봄마다 친구를 떠올린다는 말. 우리는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지만 평생 미나리전 앞에서 친구를 떠올릴 것을 생각하면, 오래전의 약속이 모양만 바뀐 채로 계속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그때 봄 산을 같이 걷길 잘했지. 평상에 앉아 미나리 전을 먹길 잘했지.

어쩌면 좋은 계절의 좋은 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을 줄여서 우정이라 부르는 건지도. 우리는 그렇게 잊지 못할 시절을 함께 보낸다. 서로에게, 잊지 못할 사람이 된다.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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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을 누리는 것 중에 먹거리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은 당시의 디테일한 추억을 상기시키기 좋은 소재인데, 먹었던 음식을 비롯해 당시의 날씨, 함께 한 이들, 코끝에 머물던 향기, 풍경까지 담아낸다.

때문에 우리는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때를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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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여름, 햇볕에 자라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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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5월 20일 무렵
▷작은 것들이 점점 자라서 대지에 가득 차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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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안부가 원래 그런 일이다. 생각나서 연락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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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던 일을 하기가 어려울 땐 작게 해본다. 그중 가장 쉬운 안부의 규칙은 '이름으로 된 간판을 발견하면 연락하기'다. 싱겁기로는 국내 최고인, 저염식 안부라 할 수 있다.
(...)
제대로 할 게 아니면 아예 안 할 거라 마음먹는 것보다야 가볍게라도 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안부'라는 게 있나? 안부는 짧아도 가벼워도 먼저 건네면 무조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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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차를 두고 도착하는 답장들엔, 직접 보지 못했어도 웃음이 묻어 있단 게 느껴진다. 어떤 안부는 조만간 만나자는 약속으로 이어지고, 또 어떤 안부는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끝나기도 한다. 그거면 됐다. 안부란 정말 별게 아니니까. 편안한지 아닌지 묻는 일.
(...)
작은 안부가 자라 마음을 가득 채우는 소만.
아무렴, 안부를 묻기에 좋은 계절이다.
127, 129, 131~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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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쉽게 작은 안부를 먼저 묻던 때도 있었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먼저 하는 것이 껄끄럽다는 이유로 미루다 보니 이제는 안부를 나누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작은 것들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는 소만, 시시한 작은 안부를 먼저 건네보면 어떨까 한다.


■망종
▷6월 5일 무렵
▷까끄라기 곡식인 보리를 베고 모를 심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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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알맞은 행복을 찾는 일은 다른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바라는 것을 귀담아듣는대서부터 시작하니까. '이런 걸 보니 좋네, 여기 있으니 마음이 편하네, 이걸 먹으니 행복하네' 내가 언제 그렇게 느끼는지를 알아채고, '이런 걸 보고 싶다, 이런 데 가고 싶다, 이런 걸 먹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들을 알아줄 때. 그 목록만으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한 위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망종엔 우리 모두 바깥 인간이 되자. 밖으로 나가 초여름을 누리자. 잠시여서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며 스스로를 웃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변치 않는 제출 숙제니까.
145~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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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바깥 인간이 되라고 말한다. 초 여름을 누리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바라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귀담아 들으며 나의 행복을 찾아보라 권한다.

푸릇함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6월, 나를 발견하고 환기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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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가을, 이슬에 여물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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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10월 23일 무렵
▷서리가 내리고 단풍이 짙어지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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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는 단풍의 계절에서 내려다보는 낙엽의 계절까지, 내가 생각하는 숙제는 하나다. 이 가을을 끝까지 써야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치약이나 핸드크림의 가운데를 가위로 잘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쓰는 사람답게, 이 계절을 끝까지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까워라, 하는 마음으로.
(...)
다들 가을에 진심인 것, 아름다움 앞에 열심인 것. 그 마음을 헤아리면 이 모든 소통이 극성이 아니라 정성으로 느껴지고 마는 것이다. 성수기가 성수기인 이유는 그때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함께. 우리는 저마다의 제철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251~2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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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수기마다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 글을 읽고 보니 저마다 제철 숙제를 하느라 바빴던 것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유독 알록달록 가을빛으로 물든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이면서도 막상 사람들에 치일 생각에 주저앉고는 했는데, 올가을에는 나만의 제철 숙제를 하러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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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겨울, 눈을 덮고 잠드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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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1월 20일 무렵
▷큰 추위가 찾아오는 한 해의 마지막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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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산다는 건 결국 계절의 흐름을 알고, 계절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놓는지도 알고, '제때'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했던 옛사람들과 동식물처럼 사는 것.
(...)
꼭 필요치도 않은 것을 이것저것 매달고 여태 그것을 풍성함이라 여기며 살았던 건 아닐까. 내가 나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이거구나, 나머지는 결국 다 부수적인 것들이구나. 살아온 시간이 쌓인 만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선명해지면 좋을 텐데, 자주 잊고 새로 배우길 반복할 뿐이다.

그러니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 있어 우리 삶을 새로고침 해준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봄이 오는 한 우리는 매번 기회를 얻는다. 동시에 이번 봄은 다음 봄이 아니기에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한 번뿐인 계절을 귀하여 여기면서, 한 번뿐인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겨울 숲의 저 나무들처럼, 신의 부재 속에서도 할 일을 찾았던 옛사람들처럼.
33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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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자연을 거스르고 역행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불행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물 흐르듯 '제때'에 맞춰 살아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부터라도 계절의 변화를 눈치채보자. 제때 해야 할 일을 눈여겨보고,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무엇을 하나씩 실행해 보자. 여기에 더해 제철 음식을 충분히 음미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매해 돌아보는 봄이 있어 다행히 우리는 일 년을 주기로 삶을 새로고침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이번 봄이 다음 봄과 같지는 않기에 어쩌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사는 것.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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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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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일 년이 사계절로 이루어져 있고, 또 이것이 24절기로 나누어져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무엇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빽빽하게 자리한 절기를 노닐다 보면, 자연 그 자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시선을 떼기 어렵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싹이 트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불쑥 커버린 작물을 목격하게 되고, 그러다 울긋불긋 불든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수확의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쌀쌀함이 감돌 때쯤에는 하얗게 뒤덮인 눈 때문에 또 멍을 때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풍경에 압도당하는 느낌에 더해 중간중간 익숙한 먹거리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 새삼 낭만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구나'

온전히 계절을 느끼며 살았던 그때가 문득 그리워진다. 이제부터라도 제철 숙제를 하며 절기별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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