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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책은 계속 읽어왔는데, 최근 읽었던 몇몇 책들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인지, 뭔가 목마름이 일었다. 해소되지 않은 갈증을 해소하고자 이번에 찾은 책은, 나태주 시인의 80년 생각들을 그러 모은 에세이 책이다.
적어도 이 작가만큼은 정갈하고 다듬어진 글을 썼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였다.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본 사람,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분들과 나란히 하는 작가,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더불어 요즘은 듣기 어려운 '어른'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듣는 기분이라 '그치', '그렇네' 하며 읽게 되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생각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태주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나름의 평가를 내려본다.
여기에 더해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고, 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고민이 앞선다. 적어도 내가 겪었던 나쁜 어른의 형상은 닮지 말아야지 우선 그것부터 다짐해 본다.
총 4부 69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나태주 작가의 1945년부터 2024년에 이르기까지 80년의 생각들을 그러모은 에세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온 나태주의 인생수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 때문에'라고 하면 나쁜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때문에' 앞에 긍정적 의미를 담아 제목과 주제를 정했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하고 사유할 수 있음을 그의 글을 통해 깨닫는다. 한 번 사는 인생 '좋은 무엇'으로 삶을 채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자처럼 고운 말, 예쁜 경험들로 가득 채우면 된다. 그의 책 속에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 내가 더 좋아지는 방법도 함께 담겨 있으니 참고해 보자.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내용과 마음에 새기면 좋을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온갖 나쁜 것들에 찌들어 있다면, 지금보다 내 인생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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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일로 남의 시선과 관계가 있다. 이는 자존심을 높여준다. 반면 좋아하는 것은 안에서 작용하는 일로 자신의 눈길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공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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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일이다. 결코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일종의 몰입니다. 좋아서 하면 만족하게 될 것이고, 그 나름대로 성과를 낼 것이고, 기쁜 마음이 생기면서 행복한 마음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끝까지 해보라.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만족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끝내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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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존심은 밖으로 드러나는 일로 남의 시선과 관계가 있다. 반면 자존감은 안에서 작용하는 일로 나 자신과 관계가 있다.
저자는 자존감을 높이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방법도 함께 전하고 있다. 살펴보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자존감이 바닥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보자.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거기에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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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존심은 얼핏 같은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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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두 단어는 그 적용이 서로 다르다. 자존심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어울릴 때 자신을 높이는 마음이라면, 자존감은 혼자서 생각할 때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마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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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삶의 내력과 현실 안에서 우리는 자존심은 높지만 자존감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과 어울릴 때는 제법 그럴듯한 사람 같아도 혼자가 되면 여지없이 후줄근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두 가지 마음의 간극 속에서 우리의 부정적 감정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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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곧장 불행감으로 직결된다.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인과 비교하길 좋아하고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자존감이 낮으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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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또 하나의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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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자.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고 신뢰하자. 내일은 분명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을 다시 한 번 믿고 기다려보자.
62~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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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존감과 자존심에 대해 또 한번 언급하는데, 살펴보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특히 남과 어울릴 때는 그럴듯해 보여도 혼자 있을 때 후줄근한 사람이 된다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실로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거나 지극히 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는데, 이것은 곧 행복지수가 낮은 것으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기,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기, 신뢰하기를 지금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실천하다 보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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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배 시인은 회갑을 넘기자, 자기는 이제 문학상 같은 것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듯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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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즘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생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젊은 시절 받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받자는 식이고, 나이 들었으니 더욱 대접받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 같다. 낯 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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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요즘 나이 든 어른들은 연극이 끝났는데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 연극배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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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이것저것 욕심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건 좀 그렇다. 민망한 일이다. 그런 걸 노욕이라고 그런다. 나이 든 사람이면 문학상 같은 것도 자기들이 만들어서 젊은 사람에게 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나이 든 사람의 모습이다.
147~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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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 먹은 사람들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어쩐지 통쾌함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나이를 먹었다'라는 말이 수더분한, 관대한, 지혜로운 과 같은 의미와 일맥상통했다면, 요즘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욕심 많은, 똥고집, 대접받기를 바라는 등과 거의 맥락이 같이 한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각자도생이다. 젊은 사람들은 그런 노욕을 받아주고 싶지 않고, 노인들은 그런 대접을 받고 싶어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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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통하는 실례라 하겠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이다.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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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공자 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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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자신을 좀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방책과 문제의 해답이 나온다. 무조건 서두르고 빨리만 가자고 재촉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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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괴테의 충고다. 방향을 잘못 정하고 속도를 내면 망하는 길만 빨라질 뿐이다. 속도를 좀 줄이자. 쉽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지금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조절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래서 어지럼증을 앓는 것이다.
162~1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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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도 든다.
세상 따라 같이 미쳐야 하는지, 아니면 소신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길로 가라고 말한다.
주변 따라 무조건 빨리 가기 위해 재촉하기보다 스스로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 달리라고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살피며 나만의 길을 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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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거리 두기뿐 아니라 세상살이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선은 나와 세상 사이에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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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쯤은 세상일을 멀리하며 살 필요도 있다. 즉각 반응하는 게 아니라 지그시 지켜보며 살 필요가 있다. 세상일에든 자연에든 자정작용이란 것이 있다. 시간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고 제 갈 길을 가게 마련이다. 이것을 옛 어른들 말씀으로는 사필귀정이라는 말로도 표현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거리 두기는 자신의 삶과 거리를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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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 입장에서 보는 것인데 이는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랫동안 마음을 모아 연습해야만 그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기 때문이다.
1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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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거리 두기'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거리감, 그것을 코로나가 일깨워 주었다.
나와 세상 사이, 나와 너 사이가 너무 가까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문제점을 거리 두기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제껏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연습해 보자. 적절한 거리감이 있어야 제대로 세상을, 나 자신을, 너를 볼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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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일에 두 번이란 없다. 모두가 한 번뿐이다. 연습으로 해보는 일도 단 한번이자 유일본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봐 쉼보르스카는 그녀의 시 <두 번은 없다>에서 이렇게 썼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정신 차려서 살 일이다.
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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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은 착각하며 살고는 하는데, 우리 삶에 두 번이란 없음이다. 인생도, 연습도 그 어떤 것도 우리 삶에 두 번은 없다.
그렇기에 매 순간 신중하고, 정신 차려서 살 일이다. 항상 기회가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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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인생이 '좋다'라고 확실할 만한 요소를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나 평가 말고, 내가 내 안에서 느끼는 '좋다'라는 감정을 자신할 수 있는 인생을 더 격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내 감정에 솔직한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책을 계기로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우선 내가 나에게 더 좋은 말, 예쁜 말, 격려의 말을 들려주려 한다.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 보면 어떨까 한다.
때때로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로 인해 흔들리는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와 노력, 스스로의 신념이 굳건하다면 천천히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으로 나이 먹기를 꿈꾸며,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