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상했어요?
양선이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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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내심 기대를 했는데, 읽다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방향이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일단 문학적(혹은 인문적) 접근이기보다, 학문적 접근에 더 가깝게 쓰여 있었고, 내용은 여러 학술 자료들을 모아 추론, 검증, 예시, 인용 등을 활용하여 분석하고 여기에 저자의 약간의 의견을 더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읽는 내내 깊게 내용에 빠져들기보다 약간 겉핥기 형태로 읽는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저자는 분노(혹은 화)라는 감정의 본성을 파헤치고 이를 분석하여 보여 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기재하고 있는데, 큰 관점에서 '화'를 분석하기보다 '진화론자'와 '사회 구성 주의자들' 간의 화의 근원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고 있다.


보다 보편타당한 관점, 일반적인 접근 방식으로 '화'에 대해 다루었으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 더불어 더 많은 생각할 거리들이 있었을 텐데, 이 책의 서술 방식을 따라 접근하자니 개인적인 어떤 의견이나 생각을 덧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만큼은 각 장마다 소개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진화론자와 사회 구성 주의자들 간의 화의 근원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는 것으로 '분노'에 대한 분석과 저자의 의견을 담고 있다.


감정 전반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 오롯이 '분노'에 대한 감정에 집중해 서술하고 있는데, 철학자의 입장에서 파헤치는 '분노의 본성'과 이를 분석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1-2장 '분노'에서 출발하여, 3장 감정의 본성, 4-5장 연민과 공감, 6장 사랑을 논한다. 그리고 7-9장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감정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과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만일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과 사랑과 공감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에서는 '감정과 인간의 행복'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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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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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 중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분노'로부터 출발한다. 1장에서 저자는 인류가 진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갖게 된 기본 감정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어떤 감정보다 더욱 도덕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분노'감정을 논하기 위해 저자는 특별히 18세기 영국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철학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그는 사회 불평등, 부정의에 관한 인간 본성에 있는 감정을 통해 접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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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관계의 격차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 뿐만 아니라 기본 감정으로서 인간 본성에 있는 성향이라는 입장을 살펴보았다. 인간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무시당하거나 부정의를 경험하게 될 경우,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촉발하는 심리적 계기가 바로 '분노'이다. 분노는 인류가 진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갖게 되는 기본 감정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어떤 감정보다 더욱 도덕적 감정의 씨앗을 포함한다.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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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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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인간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하여 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다원주의 '진화심리학'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회 구성주의'의 입장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이론의 난점을 밝히고 이 둘이 화해할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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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자들은 문화의 공헌과 학습을 경시한다. 그들은 감정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결함 있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사회 구성 주의자들은 신체적인 반응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인지적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들은 감정의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결함 있는 이론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감정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프로그램도 아니며, 인지적으로 매개된 규약적인 것도 아니다.

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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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감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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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정 이론을 소개하고 각각의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저자의 입장을 밝힌다. 나아가 저자는 감정과 관련하여 '규범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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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의 적합성과 적절성은 그와 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 평가를 해 가는 삶의 과정에 달려 있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웃김, 역겨움, 창피함 등등을 발견한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감정과 판단에 의해 부과된 사회적 강제를 통해 우리는 반성과 숙고를 하게 되고 서로 다른 공동체가 공유한 서로 다른 역사가 수치심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을 확립한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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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도덕적이기 위해 왜 공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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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감이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공감'이 어떻게 '도덕적' 행위로 이끌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저자는 '연민'과 '공감'이 제대로 작동하여 도덕적일 수 있도록 도덕감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4장에서는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공감 이론과 흄의 공감 이론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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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공동체 내에서 행위자의 성품에 대해 관찰자가 승인 또는 불승인해 주는 감정적 상호작용, 즉 공감이 중요하며, 이러한 작용이 도덕적 행동을 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와 같은 도덕감의 상호작용을 통해 행위자로 하여금 그 도덕 공동체의 적합한 인간이 될 수 있게 교육하고 양육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도덕적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

도덕적 책임 귀속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이나 양육, 훈계 등을 통해 행위자의 성격적 성향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성격적 성향을 바꿀 기회가 열려 있으므로 교정 가능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정하지 않았거나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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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왜 이성이 감정의 노예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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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철학과 이를 지지하는 뇌인지 과학적 근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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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사회적 산물이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사회적 세계에 대해 해석, 반응하기 위해서는 진화되어 내재된 '준비' 위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특정한 방식으로 세계에 대해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갖고 있는 기초적 직관으로서 기본 감정이 수천 년에 걸쳐 생존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극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에 부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나아가 그와 같은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덕의 '습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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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사랑에 이유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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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사랑의 이유와 사랑의 대상 그 자체를 구분하여 설명한다. 어떤 이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과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은 양립 불가능성을 우리는 '사랑에 관한 퍼즐'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말하며 저자는 6장에서 이와 같은 '사랑의 퍼즐'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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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유를 역사성, 관계성, 그리고 경험을 통해 갖게 되는 필연성에서 찾고자 했다. 이러한 입장은 고정 지시적이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

사랑의 퍼즐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저자는 앞서 제시한 해결책 중 일부를 받아들이고 보완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하고자 했다. 즉 프랑크푸르트의 '부여함'이론, 즉 '나는 사랑하는 이가 갖고 있는 어떤 실제의 속성에다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과 솔로몬의 '아리스토파네스적 역사성'을 강조한 '부여함' 이론을 양립 가능하게 만들고, 콜로드니가 강조한 관계 가치와 필자가 강조한 상호 역동성을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이러한 이유들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de re(데 레) 적'인 사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99~2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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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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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입장을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적용하여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영화 <그녀 her>를 통해 분석해 본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에 관한 이 영화의 분석을 통해 필자는 현시점에서 사용자들, 즉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의인화와 과몰입 등을 경계해야 할 것을 제안하며, 그들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윤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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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욕망의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은 손쉽게 더 자극적인 것들을 얻고자 인공지능에 과몰입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의인화와 과몰입 등을 경계해야 할 것이며, 사용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윤리가 필요하다.

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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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인공 감정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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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본떠서 만든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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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행위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도덕감정이 필요하다. 즉 도덕적 행위자는 도덕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어려운 문제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으냐는 것이 될 것이다.

2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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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윤리적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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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인간과 공존할 윤리적 인공지능을 위한 이상적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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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도덕적 행위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도덕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먼저 인공지능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

남에게 해를 가하지 말고 배려해야 한다는 직관이 진화를 통해 모듈로서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연민'이라는 감정을 통해 실천할 수 있으며, 그렇게 했을 때 배려심 있고 친절한 성품의 소유자로 칭찬을 받게 된다.

260~2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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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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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꼭 알아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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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은 차분한/격렬한 정념의 미묘함에 관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든다. 둘 다 행복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흄의 첫 번째 핵심은 차분한 정념의 섬세함을 바람직한 것이고 격렬한 정념의 거칠고 난폭함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

흄의 두 번째 핵심은 차분한 정념의 미묘함이 격렬한 정념의 미묘함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

행복에 이르는 길은 차분한 정념을 강화하는 데 있으며, 이러한 방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문예가 필요하다. 문예교육을 통해 취미를 개발함으로써 우리의 판단 능력이 향상된다고 흄은 주장한다. 나아가 우리가 읽고, 연구하고, 우리의 세계관을 넓힐 때 우리는 차분한 정념을 강화하고 최대 행복을 얻게 된다.

(...)

우리는 차분한 정념을 강화함으로써 행복에 이를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취미를 개발하고 관점을 기르고 지식을 쌓는 것이다. 행복에 이르는 하나의 중요한 길은 세계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잘 쓰인 에세이를 읽는 것이다.

277~2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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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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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감정을 분석한 내용을 따라 쭉 읽어왔는데, 결론은 약간 급진적인 느낌이 드는 행복에 이르는 방법에 도달했다.


흄의 이론을 들어 결국 결론은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취미를 개발하고 관점을 기르고 지식을 쌓는 것, 여기에 더해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켜 줄 잘 쓰인 에세이를 읽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돌고 돌아 도착지에 도착해 보니 그토록 찾던 결론은 약간 시시하고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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