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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일주일간의 엄마와 딸의 영혼 체인지"
책을 읽기 전에 뭔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던 이름, 조남주. 알고 보니 <82년생 김지영>을 집필한 작가였다. 책과 영화 모두 재밌게 읽고 보았던지라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82년생 김지영>이후부터 <네가 되어 줄게> 사이에 꽤 많은 책을 출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읽어볼 요량으로 읽을 도서 목록에도 추가해 본다.
이 책은 엄마와 딸 사이라면 으레 겪게 되는 사랑과 애증 사이의 관계를 담고 있는 책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 불현듯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영혼만 바뀐 것이 아니라 딸인 윤슬의 경우 타임슬립까지 겪게 되면서 현재 자신의 나이와 같은, 중학교 1학년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마디로 30년 전 엄마의 몸속으로 타임슬립 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엄마와 윤슬의 상황을 오가며 전개되는데, 읽다 보면 '그땐 그랬지'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한편, 엄마와 딸 모두의 입장, 그리고 '그땐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모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느껴지는 부분은,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방식이 양측 모두에게 제대로 먹혀들면서 긍정적인 해결책이 되었다는 점이다.
'요즘 애들'만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과 '엄마 모드'를 발동해 포용과 성실함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던 모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모처럼 가족끼리 학창 시절 이야기를 정답게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체인지나 타임슬립과 같은 소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활용되는 소재라 어릴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궁금한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그 호기심을 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 이제, 서로의 다른 관점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었던 <네가 되어 줄게>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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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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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슬
-2010년생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좋아하는 건 마라탕, 네 컷 사진, 파스텔 색 형광펜, 노래방, 회색 후드, 우리 고양이 망고, 그리고 친구들.
■최수일
-1980년생
-좋아하는 건 안 매운 떡볶이, 아무도 없는 겨울의 분수대, 아마도 줄 맞추기, 각 잡기, 정리하기, 그리고 서태지와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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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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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어떻게'가 아니라 '왜'에 있었다.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걸까.
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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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오해와 원망이 최절정이던 어느 날 딸 윤슬과 엄마 수일은 갑작스레 영혼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윤슬은 30년 전 중학교 1년의 엄마 몸속으로 타임슬립하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처음에는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도 들었으나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통해 익히 듣고 봐서인지 둘은 생각보다 빨리 그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그렇게 윤슬은 30년 전 엄마가 중학교 1학년이던 시절을 살게 되었고, 엄마 수일은 중학교 1학년인 딸 윤슬의 몸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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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에게 할머니의 손녀가 아니라 딸로 살아 봤어야 한다고,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라고, 그 야만의 시대에서 너는 잠시도 못 견뎠을 거라고 종종 말했다.
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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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엄마가 늘 말하던 '야만의 시대'를 몸소 체험하게 되면서 안팎으로 갖가지 불합리함과 불평등함, 체벌 등에 답답함을 느낀다.
공개적으로 벽보에 붙여둔 시험 성적표,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가하는 체벌, 몸에 전혀 맞지 않는 교복, 언니와의 차별 등으로 인해 왜 엄마가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했는지를 알게 된다.
반면, 딸의 몸에 들어간 엄마 수일은 평소 자신이 딸을 사랑하면서도 내심 그런 사랑을 받는 딸을 부러워했기에 내심 이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모든 것이 갖춰진 삶이기에 쉬울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온갖 기기를 활용해 수업과 과제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와 학원 사이 쉴 틈 없이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삶이 생각보다 고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딸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둘은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1993년 최수일의 삶과 2023년 강윤슬의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윤슬은 소히 '요즘 애들' 바이브로 집과 학교를 뒤집어 놓았고, 엄마 수일은 '엄마 모드'를 발동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축제 참여를 위한 댄스 연습과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면서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결과는 예상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고, 덕분에 1993년 중학교 1학년의 최수일은 엄마의 관심, 언니와의 우애, 학교생활 개선, 절친을 얻게 된다. 2023년 중학교 1학년의 강윤슬은 엄마의 신뢰와 사랑, 학교 과제, 친구와의 우정, 잘 마무리된 축제의 피날레를 얻게 된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영혼 일탈이 끝나고 마침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된 모녀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서로 바꿔 생활함으로써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물론 늘 항상 사이좋은 사이로 지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무한 애정만큼은 확실히 믿게 되었다. 겉돌았던 사이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더 이상 서로를 향해 외치던 '왜'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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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체인지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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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수일의 몸에 들어간 딸 윤슬!
1993년 겨울, 중학교 1학년이던 엄마는 도시락 사건에 충격을 받아 집을 뛰쳐나간다. 인근을 배회하다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기절했고, 다행히 가족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고, 다음 날 오후 윤슬로, 정확히 말하자면 몸은 엄마 몸인데 영혼이랄까 마음이랄까 그런 게 딸인 나, 강윤슬인 채로 깨어난다.
■딸 윤슬의 몸에 들어간 엄마 수일!
술을 먹은 남편을 데리러 비 속을 뚫고 운전하던 수일, 그리고 같은 시간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윤슬은 불현듯 비 속을 운전하고 있는 엄마 꿈을 꾸게 된다.
이때 불현듯 수일은 자신의 몸을 뭔가 통째로 통과하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되고, 이어 사고가 나게 되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나 보니 윤슬의 몸에 자신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몸은 병원에 누워 의식이 없는 상태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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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으로 타임슬립한 딸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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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윤슬은 엄마가 말했던 '야만의 시대'로 가게 된다. 그리고 몸소 야만의 시대를 경험하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2023년을 살고 있을 자신은 절대 겪지 않을 상황들을 맞닥뜨리며 윤슬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들을 헤쳐나간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낸 엄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윤슬은 그녀만의 귀여움으로 미래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엄마, 엄마친구)의 얽히고설킨 상황을 잘 풀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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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에게는 세상 더없이 다정한 할머니가 왜 딸에게는 무뚝뚝 할까. 그때는 할머니도 너무 어렸다고, 사는 게 다들 팍팍했다고. 그 시절 부모들은 다 그랬다고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더 어렸잖아. 투정 좀 부리지 그랬어. 이제야 나는 엄마가 답답하고 또 안쓰럽다.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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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이야기로만 듣던 엄마의 그때 그 시절로 막상 타임슬립해서 와보니, 윤슬은 엄마가 새삼 답답하고 또 안쓰럽게 느껴진다.
당시 엄마 역시 중학교 1학년 밖에 안 된 아이였을 뿐인데, 왜 모든 걸 감추고 참고만 살았을까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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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열한 대 맞지, 뭐. 난 아빠한테 백 대도 맞아 봤어."
(...)
지수는 무용담 인 듯 거들먹거리며 말했는데 나는 왠지 슬퍼졌다.
"그렇게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지 마. 사람 막 때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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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엄마가 살던 시대에는 체벌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교화와 훈계를 목적으로 하는 체벌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지수(엄마친구)를 보며 윤슬은 어쩐지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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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영혼이 바뀐 윤슬은 단도직입적으로 할머니에게 묻는다.
"언니에게만 맛있는 도시락 주고, 문제집도 언니만 사주고.... 왜? 왜 나는 안 이뻐해요?"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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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지만, 영혼이 바뀐 덕분에, 윤슬이기에 할 수 있었던 말로 이 말로 인해 비로소 할머니는 자신의 잘못을 캐치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에 담아둔 솔직한 마음을 들려준다.
어른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착각하지만, 실상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꼬집어 '요즘 아이'답게 윤슬은 직설적으로 할머니에게 물음으로써 할머니는 더 이상 작은딸에게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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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태어났을 때는 엄마도 아빠 공장일 같이 할 때라 백일 만에 외가에 맡겼거든. 그렇게 수영이를 주말에만 본 지 2년 만에 네가 태어났는데, 수영이 데려오자니 애 둘을 키울 자신이 없는 거야.
(...)
너 돌 지나고서야 수영이를 데려왔지.
(...)
근데 나는 계속 미안하더라고. 수영이 아기 때 못 해준 거 늦게라도 다 해 줘야지, 생각한 게 또 우리 수일이를 서운하게 했네."
(...)
엄마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평생 오해하며, 외로워하며, 서운해 하며 엄마가 되었구나.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안타까웠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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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과감 없이 이야기하는 윤슬 덕분에 할머니와 이모, 엄마의 경직된 관계가 조금은 느슨해졌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말과 할머니와의 관계 등을 비로소 제대로 파악하게 된 시점이기도 한데, 윤슬이 중간에 관계를 푸는 키처럼 작용하게 되면서 관계는 포용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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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딸과 영혼 체인지가 된 엄마 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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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은 도시락 사건 이후 딱 일주일 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 이번 영혼 체인지 사건을 계기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더불어 딸 윤슬의 몸에서 일주일간 지내면서 누구보다 윤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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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들어갈 때는 제발 옷 좀 갈아입으라고, 발이라도 닦으라고 하면 윤슬이가 아주 듣기 싫어했다.
(...)
나는 밖에서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누워 보니 윤슬이 마음을 알겠다. 그냥 푹, 퍼지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다.
(...)
나는 윤슬이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도 알아주지 않았던 것 같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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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원칙과 잔소리만 퍼붓기 바빴는데, 딸과 몸이 바뀐 후 윤슬이처럼 행동해 보니 이제서야 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엄마 수일.
어쩌면 살아내느라 바빠 딸의 마음은 물론, 자신의 마음까지 돌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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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는 윤슬이가 부럽다. 하지만 그래서 생기는 어떤 막막함도 있을 수 있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편집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도,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던 세대는 역시 다르구나.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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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몸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보니 이제서야 딸의 숨겨진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 엄마 수일. 자신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어 부럽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그래서 더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늦게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고 말하던 딸,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던 딸의 심정은 어땠을까 새삼 떠올려 보게 된다.
더불어 핸드폰으로 논다고만 생각했는데, 과제와 공부에 적극 활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오해였음을, 자신의 세대와는 확실히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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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실수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곱씹고 자책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몸이 마음에 영향을 주는 건지, 어쩐 건지 실수를 하고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되레 나는 윤슬이도 아닌데, 딱 하루 연습했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 점점 실수가 줄고 자신감이 생겼다.
(...)
이런 설렘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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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체인지를 통해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은 어쩌면 엄마의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작은 실수에도 의미를 부여해 잔소리를 퍼붓던 수일이었는데, 딸의 몸을 빌어 딸처럼 오늘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보니 오히려 오늘이 즐거워졌다.
갑작스레 축제에서 춤을 춰야 하는 상황을 그냥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낸 엄마의 마음을 발휘해 수일은 어설프게나마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는 '설렘'이라는 감정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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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의 몸으로 사는 동안 나는 윤슬이의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다. 내 마음에 대해서도.
1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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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놓친 부분은 어쩌면 마음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내면보다 외면에 비중을 두면서 그 균형을 깨지 않아야 올바로 살수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윤슬이의 몸으로 사는 동인 수일은 그런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적어도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딸아이가 사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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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그때,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던 이유를 이제 알겠다. 윤슬이였던 내가 친근하고 귀여웠던 거다. 특히 엄마가 그랬다. 의문의 일주일 이후로 표정이나 눈빛, 말투가 미묘하게 따뜻하고 부드러워졌다. 아, 도시락 반찬도 맛있어졌구나. 문제집도 사 주기 시작했고, 아버지가 혼낼 때 편을 들어주기도 했네. 그 애정과 존중 덕분에 나는 더 용감하고 여유로운 어른이 된 것 같다. 그러니까 윤슬이가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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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뛰쳐나갔다가 돌아온 후 일주일간의 기억을 잃고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를 이제서야 수일은 이해하게 된다. 잃어버린 일주일 간의 공백에 윤슬이가 있었음을. 귀엽고 친근한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만약 그때 영혼 체인지가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불만과 서러움, 애정결핍을 가득 쌓아둔, 삐뚤어진 어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이 대목을 통해 삶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 경험, 행동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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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 복귀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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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는 좀 더 끈끈해졌달까 정다워졌달까 그렇다. 서로의 몸과 마음의 시간, 그리고 아빠는 모르는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됐으니까.
1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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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일주일뿐이었지만, 이 경험은 모녀에게 있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은 물론,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끈끈한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이 경험은 지금의 엄마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의 아빠를 더 나은 아빠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조금씩 어긋나고 있던 이 가족의 경계선을 다시 이어붙여줌으로써 화목한 가족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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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수영 이모와 엄마에 대한 할머니의 마음을 전해 주었고 엄마는 엄청 놀라며 어떻게 그런 말을 할머니가 하게 된 건지 묻게 된다.
이에 윤슬은 자신이 직접 물어봤다고 말하고, 이에 엄마는 윤슬이 솔직하고 귀여워 할머니가 순순히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같다며, 이후로 엄마 인생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윤슬은 "내 귀여움이 엄마의 인생을 구원했구나"
"너를 귀엽게 키운 엄마 덕분이지."
"그 귀여움으로 엄마의 인생을 구원했잖아."
"그리고 널 그렇게 귀엽게 키운 게 바로 이 엄마고. 이런 걸 순환논법이라고 해. 논리적 오류지."
1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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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실타래와 꼬인 시간이 풀리는 중심에는 귀여운 윤슬이 자리하고 있다. 솔직하게 털어놓지도, 물어보지도 못하는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이모사이에서 윤슬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거슬러 올라간 시간 속에서 진실을 듣고, 다시 되돌아온 미래에서 숨겨진 진실을 전함으로써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더 깊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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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오해와 원망이 최절정이던 순간, 우리는 서로의 삶에 다녀왔다. 덕분에 나는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엄마는 완벽하게 내 편이 되었다. 헤아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니 서운할 일도 마음 상할 일도 없었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좋았다. 한 동안은.
한 일주일 사이좋았나? 좋은 마음은 정말 잠깐이고, 지금은 예전과 비슷한 이유들로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
아무리 엄마와 딸이라도 매일 매 순간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우리가 서로를 좋아한다고 믿게 됐다. 그거면 됐지.
192~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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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독특한 경험은 엄마와 딸을 제대로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종종 예전과 같이 전쟁을 벌이기는 해도, 그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서운하게 생각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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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체인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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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힘들 때, 불안할 때,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마다 힘이 되었던 메모가 하나 있다. 짧고 뜬금없고 누가 쓴 건지도 알 수 없었던 메모. 중학교 2학년이었나 3학년이었나, 연습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무슨 예언 같은 글이 있었다.
30년 후의 최수일은 회사에서는 유능한 팀장이고, 딸에게는 고마움 엄마이고, 작년에 커피를 끊고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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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는 없지만 누군가 남긴 메시지 덕분에 수일은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은 영혼 체인지x타임슬립의 결과이자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흔적을 찾자면, 유일한 목격자인 이모 수영을 꼽을 수 있다. 태어나지도 않은 조카를 동생의 몸을 빌어 먼저 만나 도움도 주고, 30년이 지난 후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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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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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요즘을 돌이켜봤을 때, 어쩌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영혼 체인지나 타임슬립은 누군가에는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자, 절실히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녀처럼 과거를 통해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아이를 둔 부모 입장이라면 더더군다나 더 그렇지 느껴지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해 윤슬은 현실에서는 절대 경험해 보지 못할, 자매가 있는 경험을 엄마와 영혼이 바뀌면서 해보게 되는데 이 또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기에 누군가는 꿈꿔볼 만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같은 방을 쓰고, 한 방에서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기도 하고, 오손도손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시간은 외동들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 이야기나 사진으로만 듣거나 볼 수 있었던 부모님의 옛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은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만 볼법한 삶을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귀한 경험이기에 더 그렇다.
물론 좋지 않은 경험(체벌, 부당한 처우, 공개적인 망신주기, 소통하지 않는 가족 등)을 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일주일간의 짧은 경험이자, 당당함으로 상황을 변화시킨 윤슬이기에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할법하다.
사실 처음에는 왜 타임슬립과 영혼 체인지라는 도구를 활용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 소설이라 가벼운 도구를 활용한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끝까지 읽고 보니 꼭 필요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타임슬립이나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 때문에 이 소설을 조금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의 서사와 개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직접 되어보지 않고서는, 직접 그 삶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는 점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 부분을 타임슬립과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가 채워줌으로써 서로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요즘은 역지사지라는 개념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많은데, 부모 자식 사이, 친구 사이, 자매 사이, 할머니와 손녀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 등 소중한 관계를 이어 나감에 있어 이것은 꼭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한다.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 나를 발견하고 마주하는 것, 그리고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마지막으로 이것을 바탕으로 신뢰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관계 맺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크게 벌어진 세대격차와 나와 다른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윤슬과 수일을 보며, 이런 사회가 형성된 것은 어쩌면 좋은 관계 맺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되, 우리와 너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회로의 회귀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