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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사서함 Letter Book 2 - 11:00 p.m - 06:00 a.m.
Archive99 지음 / 인사이드아트 / 202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처음 이 책을 받던 순간을 먼저 회상해 보고자 한다. 여느 날과 같이 도착한 택배의 겉 포장지를 벗겨내자 내 손에 툭 떨어진 누런색의 포장봉투 하나.
처음에는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봉투의 겉면에 쓰여있는 'Archive99'라는 문구도 낯설었고, 포장되어 있는 형태가 어떤 제품(사은품이나 이벤트성 제품)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보통 책 제목을 기억하지 저자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않기에 더 그랬다)
그래서 궁금증을 안고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누런 봉투를 개봉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블랙 색상의 크라프트 단추 박스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던 중, 다른 면을 뒤집어 보고서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누런색의 포장봉투에 쓰여있던 글자는 저자의 이름이고, 검은색 크라프트 단추 박스로 밀봉되어 있던 것은 바로 <익명의 사서함> 책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고, 선물같이 다가온 책 때문에 즐겁기도 했는데, 이 에피소드 덕분에 한동안 택배가 오면 약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늦은 밤, 새벽, 그리고 아침이 다가오는 순간 사서함으로 도착한 200여 통의 진심을 담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감성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간대에 작성된 편지들이라선지 내용들을 살펴보면, 온갖 감정들이 널뛰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할 수 있는데, 아침에 다시 보면 이불킥 할 것 같은 감성적인 내용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쏟아내는 글을 통해 내면에 숨겨져 있는 솔직함도 엿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익명성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남기는 사서함의 내용이라 더 가감없는 표현과 직설적인 표현들이 남겨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 나만 간직해야 하는 이야기, 더 이상 전할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해가 저문 시간대에 남겨져 고스란히 사서함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사랑, 슬픔, 기쁨, 분노, 그리움, 다짐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이 감정들의 대상이 되는 사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건 단연 사랑하는(혹은 사랑했던) 이에게 보내는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간혹 나 자신에게 보내거나,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있었는데, 유독 이 책에 담긴 사서함들에는 과거에 연인이었거나 현재 연인, 혹은 썸 타는 이를 향해 사랑한다는 고백을 전하거나, 서운했던 것을 토로하거나, 슬픔&기쁨을 고스란히 내비치며 전하는 마음들이 많았다.
내용은 한 줄로 짤막하게 전하는 글도 있었고, 대부분은 한 면 정도 할애해 적었는데, 때때로 마주 보는 면을 모두 꽉꽉 채울 만큼 길게 남기는 글도 있었다.
저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말들을 이렇듯 익명성을 이용해 꾹꾹 적어 내려가며, 이때 이들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긴긴밤, 새벽시간을 떠올려 보게 한다. 더불어 다시 아침이면 머리끝까지 쌓여있던 감정들을 툭툭 털어내고 시작하는 하루가 어땠을까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황과 감정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또다시 나만의 일기장을 펼쳐들어 비슷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감정이 격해지거나 삶이 힘들다 느껴지는 순간, 익명이 보장되는, 혹은 나만 볼 수 있는 일기장에 감정을 써 내려가보면 어떨까? 그렇게 글쓰기로 나의 감정을 갈무리함으로써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담긴 익명의 사서함 글 중 유독 기억에 남았던 편지글 하나를 남기며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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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던 저인데,
시련이라는 것을 겪자, 마음이 한 번에 와장창 무너져 버리네요.
모든 사람이 살아가며 다 한 번쯤은 겪는 경험이라지만,
지나가기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나요?
(...)
'금방 지나간다, 한순간의 감정이다,
언젠가는 분명 잊혀진다. 이 모든 게 다 경험이다.'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긍정적인 말들을 전해주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언제가 될지 상상도 가질 않아요.
(...)
'오늘 하루도 잘 견뎠다.'
자기 전,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의 문장입니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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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을 때 혹자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야' '그것 또한 지나갈 거야'라고 쉽게 말하지만,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그저 괴롭고 힘들 뿐이다.
그럴 때 나를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힘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오늘 하루도 잘 견뎠다'라는 말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자 공감되는 말이라 옮겨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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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를 통해 익명의 사서함에 접속하는 것은 물론, 편지글을 읽으며 들을 수 있는 플레이 리스트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각 챕터마다 사서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기억에 남거나 간직하고 싶은 사서함의 내용은 Keep 부분에 별도로 표시해 둘 수도 있었다.
익명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사서함 홈페이지와 참고할 수 있는 SNS 주소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홈페이지-https://www.archive99.k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rchive99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