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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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긴박감과 위트 있는 유머로 제대로 밀당하는 소설"



전편과 이어지는 핀레이의 '어쩌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는 우탕탕탕 정신없던 전편과 다르게 조금 더 성숙해진 핀레이와 그녀의 파트너 베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앞서 겪은 일들로 인해 이제는 호흡이 척척 맞는 이 둘은 여전히 함께 살며 한동안은 평화롭게 보낸다. 그러다 전남편 스티븐을 노리는 킬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다시 일상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남보다 못한 사이인 전남편 스티븐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아빠가 킬러에 의해 죽는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핀레이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스티븐이 실제로 목숨의 위협을 당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되면서 긴박한 마음에 핀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이 일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핀레이의 '어쩌다' 시리즈는 또다시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책은 전 남편 스티븐을 살리기 위한 핀레이와 베로의 고군분투가 담겨있는 스토리로, 보다 적극적인 핀레이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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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키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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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하지만 나름 진지한 태도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숨 가쁜 서사

●그녀와 그녀의 남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성과 밀당의 짜릿함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

●그녀들의 시체 처리하는 방식의 코믹함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복선의 요소들

●핀레이의 성장담(작가/엄마/일처리방식 등)

●핀레이와 베로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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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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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레이 도너번(31세): 로맨틱 스릴러 작가로 이혼 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베로니카 루이스(베로): 핀레이의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이자 둘도 없는 파트너.


<핀레이의 남자들>

■스티븐 도너번: 핀레이의 전 남편. 농장을 운영한다.

■니콜러스 앤서니(닉): 형사이자 조지아의 동료로, 핀레이와 잘 될 뻔했다.

■줄리언 베이커: 로스쿨 학생으로 핀레이의 연하 남자친구.


<주요 사건 인물들>

■테리사 홀: 전남편 스티븐의 전 약혼자

■애이미 레이놀즈: 테리사의 단짝 친구

■펠릭스 지로프: 러시아 마피아의 보스로 거물급 악당.

■진저리: 한 여성 커뮤니티 게시판에 전남편 스티븐을 살해 청부 요청한 사람

■싹쓸이: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 돈이 될만한 것들을 신중히 골라 은밀히 따로 처리해 주는 일을 하여 돈을 벌고 있는 사람


<그 외 사건 관계자들>

■조이 밸러펀트: 닉의 경찰관 새 파트너

■캠: 해커이자 조의 정보통

■데릭: 캠의 친구

■브리: 전 남편 스티븐의 농장에서 근무했던 직원이자 애인

■멀리사: 브리엄마

■칼 웨스터버&테드풀러: 농장 투자자

■에카타리나 리바코프(캣): 펠릭스 지로프의 변호사

■이리나 보로프코프: 앞선 이야기의 의뢰인 중 하나

■바버라 웨스터버: 테리사의 엄마이자 칼 웨스터버의 와이프


<그 외 인물들>

■라몬: 베로의 사촌.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핀레이와 베로의 든든한 뒤처리를 담당해 주고 있다.

■실비아 바: 핀레이의 출판 에이전트.

■조지아: 핀레이 친언니이자 경찰

■가이: 남편의 절친이자 이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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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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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전남편 스티븐에 대한 글을 발견한 핀레이는 여러모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단순한 험담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의미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글의 숨은 저의를 의심하던 중, 이것이 실은 비밀 살인 의뢰라는 것을 눈치채면서 미운 정이 든 '한때 사랑했던' 남자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스티븐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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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리: 워런턴의 그린 로드에 있는 롤링그린 잔디 나무 농장에 진짜 골 때리는 물건이 있어요. 스티븐 도너번이라고. 완전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에요.

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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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청부살인에 응하는 듯한 답변 글과 함께 실제 스티븐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퍽치기를 당한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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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야말로 가장 큰 동기다. 잃을 돈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싹쓸이는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다. 나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진저리의 정체를 밝히고 이 일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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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증거 없이 당사자에게 사실을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을 계속 이런저런 핑계로 못 만나게 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이내 베로와 또다시 합심해 글을 올린 아이디 '진저리'와 그 글에 답변을 한 '싹쓸이'를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의 아빠인 스티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스티븐의 농장으로, 한밤중 몰래 침입해 직원이었던 브리의 자리를 포함해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유의미한 몇 가지 물건을 찾아내게 되는데, 인근 도서관에서 빌린 자신이 쓴 소설책, 브리의 근무 기록표, 브리와 스티븐 그리고 두 명의 남자가 함께 찍혀 있는 사진, 스티븐의 장부, 그리고 여기에 더해 농장의 보안 비밀번호까지 얼떨결에 알게 된다.


이때 창문을 깨고 날아든 화염병으로 인해 순식간에 컨테이너는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핀레이와 베로는 재빨리 탈출함으로써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한편 스티븐은 퍽치기 이후 농장 컨테이너 방화, 타이어 펑크, 집 가스 누출 등의 일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 모든 일이 사실 양육권을 지키고자 하는 핀레이의 수작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자 핀레이는 더 마음이 조급해졌고 점차 더 적극적으로 의뢰인(진저리)과 킬러(싹쓸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면서 스케일은 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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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스티븐을 괴롭혔어요. 몇 달씩이나요. 가을이 되니깐 더 심해져서 스티븐이 겁을 좀 먹었어요."

"누가 전화를 해요?"

"모르겠어요. 항상 휴대전화로 걸었거든요. 전화가 올 때마다 스티븐은 사무실 문을 닫았어요. 고성이 오가다가 스티븐이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는 식이었어요."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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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레이와 베로는 몇 가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번 역시 숨겨진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농장과 얽힌 또 다른 비밀을 파헤치게 되면서 죽을 상황을 몇 차례 모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 마피아의 보스 '펠릭스'와도 엮이게 되면서 상황은 더 꼬이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파헤치고 또 파헤치며 마침내 진실에 접근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면서 마침내 또 하나의 사건을 말끔히 마무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일상의 평화를 되찾게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또다시 새로운 소설의 소재를 얻은 그녀는 그토록 써지지 않던 글을 술술 쓰게 되면서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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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는 마침내 실비아가 으쓱해 할 책으로 엮이고 있었다. 머잖아 나머지 원고료도 입금될 테고, 대체로 감사할 일이 많았다.

4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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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핀레이는 대작이 될만한 소설 한편을 뚝딱 써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출판계약은 물론 영화 에이전트까지 연결되며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단단하게 쌓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토록 징글징글 했던 전 남편과의 사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기에 더 이상의 시련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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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는 펠릭스가 내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나를 귀찮게 하는 자가 있군요. 도너먼 씨.

싹쓸이를 찾아내 이 일을 매듭짓길 바랍니다.

부디 실망시키지 마시길.

4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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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방심하지 말라는 듯 핀레이에게 또 하나의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의구심을 자아내는 몇 가지 복선의 요소들이 남겨지면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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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으로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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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터버 부인의 집에서 핀레이의 휴대폰이 발견된 이유

▶'싹쓸이'의 진짜 정체

▶의뭉스러운 '조이'의 정체

▶스티븐을 죽이려 했던 쉐보레 세단을 모는 사람의 정체

▶부모님의 집에서 컴퓨터 수리를 해주며 엄마에게 커뮤니티를 소개해 준 여성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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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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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가 출간된 후 약 1년이 지난 뒤에야 후속편이 출간되어 처음에는 핀레이의 '어쩌다 킬러'를 떠올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데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 난 후 금방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는데, 이는 저자가 초반에 물 흐르듯 심어둔 전편의 핵심 내용 덕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2라운드는 모르는 이들의 의뢰가 아닌, 가까이 있던 원수 같은 전남편 스티븐의 암살 의뢰에 관한 내용이었다.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이혼 후에도 아무 때나 찾아와 협박을 일삼는 전 남편이었기에 어쩌면 그냥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마음 약한 핀레이는 아이들의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 남편의 암살 의뢰를 막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핀레이와 베로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또다시 시체 하나를 떠안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하던 마피아 보스와도 또다시 엮이면서 스케일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느 날 나타난 정체불명의 의뢰인과 킬러, 그리고 다시금 엮이게 되는 전 남편의 전 약혼자와 그의 단짝 친구, 여기에 더해 그녀의 남자들이라 불리는 전 남편과 닉형사, 연하 남자친구 줄리언까지.


읽다 보면 중반부에서부터 서서히 숨 가쁜 추리극에서 엉뚱한 로맨틱 코미디로 넘어감을 알 수 있는데, 결론에 다다라서는 이내 반전을 통한 감동과 통쾌한 복수극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력자라고 시체를 다루는 것에 망설임이 없고, 두려운 상대 앞에서도 과감 없이 딜을 하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기를 든 이가 있어도 거침없이 다가서는 것을 보며 핀레이가 그 사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도,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것과는 반대로 종종 보이는 엉뚱한 면모는 귀여운 이미지와 함께 감싸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핀레이의 주변에는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그녀를 도와주고 흔적들을 감춰주는 남자들이 셋이나 있다.


스리슬쩍 빈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고쳐주고 공과금을 대신 내주는 전남편 스티븐, 여기저기 사건 현장에 남겨진 흔적들을 감춰주며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닉형사, 좋아하지만 그녀의 옆에 서기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거리를 두려 하는 연하남 줄리언까지.


쫄깃한 밀당과 짜릿한 애정전선을 지켜보는 묘미도 있을듯하다. 앞으로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시리즈물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전하는 감동 중에 '모정'을 빼놓을 수 없는데, 핀레이를 포함해 등장하는 어머니들이 자식 사랑을 통해 '어머니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핀레이가 베로를 향해 갖고 있는 무한 신뢰와 경제력에 대한 관념도 잊으면 안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두 아이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핀레이가 책 한 권을 겨우 쓰고 찾은 경제적 여유를 또다시 베로 때문에 잃게 된 상황에도 오히려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장면에서, 그리고 이제는 그녀의 안전장치가 베로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굳건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서로 알고 지낸 기간은 겨우 1년 남짓이지만, 여러 일을 함께 겪으며 이들은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때문에 핀레이에게 중요한 것은 아마 당장의 '돈'보다는 서로를 향한 '믿음'이 더 우선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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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주에 손을 닦으며 내 옆에 나타났다. 내 어깨 너머로 닉을 지켜보며 엄마는 한숨 지었다.


"참 먹음직스러운 비스킷인데 말이다."

4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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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닉형사의 뒷모습을 보며 핀레이의 엄마가 건넨 위트 넘치는 말이다. 핀레이가 쓴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엄마는 자식이기에 핀레이가 여러모로 혼자 잘 해낼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딸에 대한 걱정과 사랑 때문에 누군가가 곁을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호감을 보이는 든든한 형사가, 그것도 큰딸의 동료이자 형사이면서 멋진 사람이 있어 작은 딸과 연결해 주려 하지만, 자꾸만 거부하는 핀레이로 인해 어쩌면 조금 아쉬우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작은 오해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제 일은 벌어졌고 시체도 나왔으며 누군가는 죄를 지었다. 말끔하게 해소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일은 찜찜함을 더한다.


코미디,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오가며 벌어지는 핀레이의 '어쩌다 시리즈'를 통해 더 넓어진 엘 코시마노의 세계관에 빠져보기를 바란다. 경고하자면, 한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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