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호텔 - 내 마음이 머무는 곳 작은 곰자리 72
리디아 브란코비치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2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어떤 감정이 나의 감정 호텔에 머무르고 있나요?"


이 그림책을 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재치 있는 그림과 글 덕분에,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새삼 감정에 대해 다시 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시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기쁨, 슬픔, 두려움, 행복, 좌절, 분노, 놀람 등. 각 감정마다 대응방법도 달라 어떨 때는 실수를 연발할 때도 있다.

저자는 그런 우리의 수많은 감정들을 '감정 호텔'에 방문하는 손님들에 비유해, 색다른 재미와 관점을 제공한다.

호텔을 관리하는 유일무이한 지배인은 모든 감정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물론 머무는 동안 세심하게 관리하며 이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

내 마음이지만 나조차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일 때 <감정 호텔>을 통해 3자의 관점에서 내 마음을 바라보면 어떨까?

어쩌면 조금은 너그럽게 내 감정을 안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님처럼 불현듯 왔다가 떠나버리는 수많은 감정들을 그저 까다롭다고 치부하기보다 특성에 따라 대접해 주거나 그대로 끌어안아주면 어떨까?

<감정 호텔>에 등장하는 호텔 지배인의 행보를 지켜보며 나의 감정 호텔은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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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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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은 이곳에 머무르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지요. 감정 호텔은 하루하루가 새로워요. 오늘은 또 누가 찾아올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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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의 감정마다 주의할 점도 다 다른데, 까다로운 손님이 있는가 하면 도움을 주거나 기쁨을 주는 손님들도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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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찾아오면 조용히 기다려 줘야 해요.
슬픔은 목소리가 아주 작거든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슬픔이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아요.
그러면 슬픔은 쉬 떠나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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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내 감정 호텔에 찾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맞이하는지를 떠올려보게 된다. 조용히 기다려 주었는지, 아니면 그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쫓아내 버렸는지.

슬픔이라는 감정을 맞이하는 방법은 그저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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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분노는 엄청나게 시끄러워요.
벽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 대지요.
분노에게는 넓은 방이 필요해서,
나는 늘 가장 큰 방을 내준답니다.
(...)
한번은 실수로 분노에게 작은 방을 준 적이 있어요.
(...)
하지만 분노는 가두어 놓으면 온갖 감정으로 변신해요.
분노는 마음껏 소리 지를 곳이 필요해요.
그러면 오히려 금방 훌훌 털고 떠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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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두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또 하나 배운다. 폭발하는 감정을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꾹꾹 누르거나 오히려 좁은 방에 가두려 노력한다.

하지만 분노에게는 오히려 큰 방을 내어주어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훌훌 털고 다시 떠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호텔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감정은 온갖 크기와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심지어 잘 보이지 않는 감정도 있어 때론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고 하는데, 크게 드러나는 감정들뿐만 아니라 그런 감정들까지도 세세하게 관리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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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로 시간을 내서 감정 하나하나를 만나려고 해요.
저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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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호텔 지배인처럼 이런 섬세함이 가장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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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정들을 재촉해서는 안돼요.
다들 오고 싶을 때 오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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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어쩌면 나의 감정 호텔에 머무는 감정들을 재촉한 적은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 가만히 기다려주면 감정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갈 텐데 손님을 대하는 나의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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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아우성치면 불안이 찾아와요. 불안은 늘 모습이 달라요.
두려움처럼 보일 때도 있고,
죄책감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불안은 주목받기를 좋아해요.
내가 자기만 봐 주었으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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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불안이 왜 그토록 그만을 주목하게 만드는지 새삼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다. 자기만 봐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주목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토록 시선을 가로막았나 보다.

너무 많은 감정들이 몰려오는 순간, 불안이 다가올 수 있음을 미리 예견하고 그에게 오로지 집중하는 시간을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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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버거워지면 감사가 잘 있는지 보러 나가요.
감사는 뭘 해 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어서 잊어버리기 쉬워요.
하지만 자연 속에 앉아 있자면, 감사가 찾아와 내 곁에 앉곤 해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요.

우리는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셔요.
그러다 보면 내가 호텔을 정말 좋아하고,
세상 어떤 곳보다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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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주 잊고 살지만, 실상 감사는 삶이 버거운 순간 살며시 나타나 나를 위로해 주고 살아갈 용기를 주곤 한다. 덕분에 리프레시 된 내 마음이 나를 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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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감정들 때문에 혼자 호텔을 꾸려가기 힘들 것 같은가? 괜찮다. 가끔은 나를 도와주는 감정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자긍심은 지겨운 일도 즐겁게 해내도록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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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정들에 자신감과 자긍심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힘찬 격려와 이들의 응원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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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찾아오면 정말 뿌듯해요.
호텔은 어느새 빛과 웃음이 가득한 마법 같은 곳으로 바뀌어요.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와 아름다운 우리 호텔을 보고 감탄도 하지요.

바로 그때 기쁨이 찾아온답니다.
기쁨은 친구들을 데려와 우리와 함께 즐겁게 지내요.

기쁨은 떠나갈 때도 친구들을 남겨둬요.
만족감, 안도감, 희망 같은 친구들이지요.

이 친구들은 함께 지내면 즐거워요.
우리는 둘러앉아 재미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요.
종종 감사도 함께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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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즐거움과 삶의 재미를 가져다주는 사랑, 기쁨, 만족감, 안도감, 희망 같은 감정들도 만날 수 있는데 이들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날들을 감사 속에 이겨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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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호텔에서 지내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어떤 감정이 찾아오든 언젠가는 떠나기 마련이에요.

온 세상 많은 호텔의 많은 방에 감정들이 묵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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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수많은 호텔에 제각각 머물고 있는 감정들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지루할 틈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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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텔마다 나 같은 지배인이 있지요..
감정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고, 하고 싶은 말을 들어 주는 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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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호텔과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지배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나'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어떤 호텔로 만들고 싶은지, 또 어떤 지배인이 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조금 까다로운 감정 손님이 찾아오든, 아니면 시끄럽게 구는 손님이 찾아오든 모두 정중하게 맞이하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면 어떨까? 또 언제 왔다가 언제 떠나든 마음껏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어떨까?

어떤 형태로 찾아오든 모두 나의 감정들이기에 끌어안아 준다면 조금은 더 평화로운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 다다른 모든 순간의 감정들에 환영의 인사를 건네며, 환대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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