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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평점 :
역설적인 표현의 제목을 가지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책 <삶을 견디는 기쁨>은 마른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문체로 살아가면서 짊어져야 할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전하고 있다.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감정적이거나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 이성적으로 현 상황을 직시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삶=고통'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헤세는 이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 그리고 이를 헤쳐나가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허례허식이나 허세 없이 담백하게 전한다.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회피하거나 불평하기보다 마주 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며, 그래야만 우리가 비로소 그것에 맞설 수 있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 가운데 최고의 것이며, 또한 유일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48편의 산문 글과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글을 통해 헤세는 삶의 고통과 잔혹함,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방식이나 생각을 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의 삶 속에 함께 존재하는 삶과 죽음, 고통과 행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한편, 중간중간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사색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덕분에 고통을 고통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고통 이후에 다가올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떠올리며 좀 더 부드럽거나 단단해질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고통의 끝에서 만날, 또 다른 아름다운 삶을 응원하며 그가 남긴 글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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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 왔던 생각 하나를 말하고 싶다.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결국 내 말의 핵심은 '절제'이다.
(...)
절제된 행동 습관을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데 현대 생활에서 왜곡되고 잃어버린 가치인 유쾌함, 사랑, 서정성과 같은 것들을 기초로 한다. 이른바 시간에 쫓기며 돈에 연연하는 삶을 지양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러한 작은 기쁨들은, 일상의 곳곳에 너무나 많이 흩어져 있고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일에만 몰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둔감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14~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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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우리가 놓쳐버린 작은 행복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문장이다. 적당한 쾌락을 즐기며 사는 것이야말로 삶의 맛을 이중으로 느낄 수 있다 말하는 헤세의 말처럼, 과하게 일에만 몰두하기 보다 절제된 행동 습관을 통해 일상 속 '사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아보자.
돈과 시간에 쫓기며 연연하던 삶에서 벗어나면, 일상의 곳곳에서 작은 기쁨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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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잘 이겨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라는 말과 같다. 고통을 통해 힘이 솟구치며 고통이 있어야 건강도 있다. 가벼운 감기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지는 사람은 언제나 '건강하기만' 한 사람들이며 고통받는 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만들어 준다.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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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그저 배척하거나 외면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수용해 보자.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고통들은 우리가 더 건강한 삶을 살수 있는 면역력이 되어 줄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보다 유연하고 더 강한 사람으로 거듭나 삶 전체를 균형 있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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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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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떠난다. 그것이 숙명이자 운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혼자라는 것에 때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억하자.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혼자서 가야 하는 길도 있음을. 더불어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이 없는 길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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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이 표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픔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억의 한 토막이 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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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리가 만나는 날은 매번 새로운 날이다.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매일 다른 '오늘'은 그래서 선물 같은 날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시련이나 고통, 암울한 날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다. 이 또한 삶의 한 조각임을 알기에, 이들은 다가올 또 다른 '오늘'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금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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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모든 소원을 접어 두고
어떤 목표나 열망을 알지 못하고
행복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당신의 영혼은 쉴 수 있게 되리라.
102~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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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흔히 말한다. 이것을 풀이하면 행복을 바라는 수많은 감정 때문에 반대로 불행해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마음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불행하지 않기 위해 모든 열망을 내려놓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바라고 계획하며 행복을 말하면서 불행도 함께 수용하는 것이 맞을까?
선택의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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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어려운 삶을 내던지기로 결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죽음이 다른 종류의 죽음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1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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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이 외에도 함께 서술한 문장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자살을 그저 나쁜것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쩌면 자살 또한 여타 다른 죽음과 같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과시하기 위한 죽음이 아니어야 하며, 협박하거나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목적성 자살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중한 고민 끝에 더 이상 삶을 이어 나갈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인해 선택한 것이 자살이라면 어쩌면 이 또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문장이다.
살짝 건조하거나 딱딱하게 느껴지는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적어나간 헤세의 글을 읽으면서 삶에서 고통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어쩌면 삶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자살 같은 것들을 너무 편중된 시선으로만 보고 '부정적인 것, 나쁜 것'이라는 카테고리에 담아두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때문에 회피하고 거부하면서 자세히 볼 기회마저 스스로 앗아갔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면서 평생 단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후에 큰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반면 감기나 잔병치레로 골골거리는 사람은 오히려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산다는 말처럼, 삶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고통은 어쩌면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예방주사'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아프다고 피하거나 건너뛰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수용해 보자. 죽을 것 같은 끔찍함과 절망감이 뒤덮는 순간이 오더라도 차근차근 대응하다 보면 어느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 고통을 뛰어넘는 순간, 삶의 의미와 가치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헤세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이자 우리가 깨우쳐야 할 깨달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