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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첫 출근
이서영 지음 / 솔아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서평을 쓰기에 앞서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여러모로 고민한 끝에 여태 그래왔듯 가장 나답고,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치 판단은 각자의 몫이기에 이 글에서는 나의 가치 판단에 따른 글로 가득 채워보려 한다.
이 책이 블린이(블로거 초보자)가 작성한 책이지만, 한번 읽어보자 마음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 역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이기에 어떤 것이든 도움 되는 내용이 있으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저자가 블로거 초보자였기에 대단한 팁이나 노하우를 기대하기보다, 내심 처음 시작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나 열망, 혹은 에너지 같은 것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읽을수록 어째 생각했던 방향과 많이 다른 것은 물론 섣부른 자기 자랑과 TMI 같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표지와 출판사의 소개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대체 이 책은 뭘까? 무엇을 위해서 쓰인 책일까 내심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허울좋게 꾸며진 저자의 자기자랑 기록물이었다.
그것도 저자의 TMI가 가득 담긴 일기장 같은 단순한 기록물에 지나지 않은 책이었던 것이다.(아뿔싸!) 블로그 초보자가 8개월간 블로그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경험치를 늘려간 기록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앞에는 '15권 출간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추후 책을 읽다 보면 이 수식어는 여러 번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진실성 있게 쓴 책이 맞나?라는 생각과 함께 광고와 수익성을 위해 쓴 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히려 그토록 강조하는 15권의 출간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이 책이 16번째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되려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불어 다소 애매모호한 8개월간의 블로그 운영 경험을 가지고 책을 낸다는 것이, 또 책에서 언급하는 5000명의 이웃과 게시물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실제 블로그에서는 확인 불가하다는 점에 있어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그래서 자꾸만 책표지와 출판사 소개 글을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보통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운영하는 작가들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실제로 모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봄) 중간에 사정상 아예 폐쇄하거나 출간 소식만 남겨두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읽을수록 자꾸만 의문이 생겨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처럼 알쏭달쏭함을 유발했던 이 책을 읽은 소감, 그리고 그나마 몇 개 얻은 참고사항 등을 이제부터 풀어보려 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저자가 추구하는 블로그 방향(가치형 vs 수익형)과 그에 대한 생각, 서평단 참여 경험, 저자의 글쓰기 비법, 체험단 경험, 블로그 이웃에 관한 내용, SNS 수익화 도전기, 블로거로 사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럴듯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실상은 그냥 블로그에 담은 내용들을 그대로 옮겨온 내용들도 여럿 보인다.
첫 출간을 한 작가들도 요즘은 기성작가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하거나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잘 살리는 문체로 써서 시선이 가는 작가들이 많은데, 15권이나 낸 출간 작가가 이렇게 쓴다는 것이 실상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출판한 솔아 북스가 자비출판사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자비출판이라 그런 걸까? 구성이나 편집, 오타수정도 잘 되어 있지 않았다.
SNS를 하는 데 있어 가치 추구가 아닌, 수익형을 목적으로 하는 것? 괜찮다. 각자 자신의 인생계획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니 어떤 목적으로 운영했든 사기 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이 경험들을 책으로 내는 것?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공감하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과 좋은 팁들을 나누는 것도 환영이다.
그런데 적어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있는 상태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알맹이가 들어있는 내용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단순한 자기 과시나 기록물을 적은 책을 내고 독자를 모은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일기장에 구구절절 적은 미숙한 내용들을 그냥 오픈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SNS가 아니라 책으로 낼 때에는 적어도 읽는 독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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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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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5일부터 시작해 2024년 1월까지 8개월 동안 블로그에 출근해 내가 해 온 가치지향과 수익 지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조망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블로그를 8개월 동안 운영하며, 나는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예정인가, 어떤 결합을 통해 N잡러로서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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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해당 블로그를 통해서는 확연히 차이 나는 이웃수와 게시글로 인해 저자가 말하는 수익성 블로그로 제대로 잡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오히려 4000여 명이 빠진 이웃수와 게시글로 인해 매치가 되지 않는 느낌이 더 강하다.
더불어 이 기록물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저자가 겪은 실전 체험기는 어쩌면 부모님 세대에 처음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소일거리로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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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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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강조하는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15권의 인문서적을 썼고, 1만 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하루에 2만 자를 필사하거나 썼고, 그렇게 10년을 써왔다.
▷인문 강의를 오래 해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블린이로서 쓰는 책에 이런 내용들이 크게 의미 있는 내용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블린이로써 느낀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썼다면 오히려 더 공감이 갔을 것 같다. 이런 내용들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던 건 나뿐일까?
여기에 더해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관심 있어 할 요소 중 '이웃을 늘리는 법'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확인해 보면, '부지런히 서로 이웃을 신청하면 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런 말을 들으려고 독자가 이 책을 돈을 지불하고 읽어야 할까? 더불어 무작정 이웃 신청하고 이웃을 늘리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광고성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혹은 초반에 블로그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웃을 늘리는 게 의미 있는 행동일 수 있다. 그런데 추후 그런 이웃들은 다 정리된다.
그 와중에도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는데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웃 신청은 하루 100명, 총 이웃 신청이 5000명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이후에는 시스템상 불가하다.
▶새롭게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ISBN 시스템은 1967년 독일과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어 국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78년도에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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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어디서나 문제는 늘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생각이 우리를 다양한 세계로 안내한다. 어차피 이제는 인공지능이 워낙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므로 문명의 틀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배워야 한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소통해야 한다.
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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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저자가 기존에 운영하던 플랫폼을 떠나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고 또 익히기 위해 노력한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익숙한 것을 떠난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둘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또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고 배우려 했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격하게 지지하고 싶다.
이 부분은 생각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아 모두가 어려워하는 부분이기에 더 그렇다. 처음이기에 더 집요하게 배우려 노력했고, 또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봄으로써 블로그는 물론 자신 역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경험을 충분히 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군더더기 내용들은 빼고 그런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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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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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는데도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다. 없는 시간 쪼개고, 집중력 듬뿍 담아 책 한 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맹이 없는 책, 광고성 가득한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내 시간을 그대로 날린 것 같아 어쩐지 허무함만 남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허무한 다독 리스트를 추가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든다.
읽다 보면 때로 경험치가 부족해 어렵게 느껴지거나, 상생이 맞지 않아 이해가 가지 않는 책을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앙꼬 없는 찐빵 같은 책을 만나고 싶진 않다.
두근두근 첫 출근 같은 기대감으로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결국 씁쓸함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다음을 기약하는 저자의 다음 책은 부디 앙꼬 가득한 찐빵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