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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죽음은 우리를 늘 깨어있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날들을 고민하지만, 결국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삶'에 앞서 '죽음'을 먼저 떠올려 보면 어떨까? 인간의 삶은 유한하므로, 죽기 전에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지, 또 무엇이 가장 아쉬울 것 같은지를 떠올려보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것들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잘 살기 위한 가장 최고의 방법은 결국 마지막을 떠올리는 데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데, 생의 유한함을 떠올림으로써 삶의 군더더기와 욕심을 버리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삶과 죽음. 그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살아감'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3000년 이상의 인류사에서 너무나 친숙하고 잘 알려진 유명 인사들의 유언을 담고 있다.
소개된 인물들은 종교인, 철학자, 작가, 과학자, 정치가, 예술가 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지만 그들 모두가 자기 삶의 방식과 생각을 최후의 발언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위대한 업적에 가려져 있지만, 실상 그들 또한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기에 때로는 엉뚱한 면모로, 또 어떤 때는 바보스러울 만큼 성실한 태도들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를 통해 나의 죽음 앞에는 어떤 유언을 남기게 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더불어 죽음 앞에 후회 없는 생을 마무리 짓기 위해 반드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죽음을 위해, 또 잘 죽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하루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 현자들이 남긴 유언을 살펴보고, '잘 살기' 위해 지금 내가 어떤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인생 항로를 개척할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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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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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위대한 천재, 아인슈타인은 아주 조용한 죽음을 맞이했다. 끝으로 그는 수양딸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구나."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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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선을 다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유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였지만, 타고난 능력 외에도 최선의 노력이 기울였던, 위대한 천재 아인슈타인!
그의 유언을 살펴보면서 마음 깊이 존경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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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테레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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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여왕의 마지막 소원은 창문을 열어 달라는 것이었다.
"나의 기나긴 여정에 좋은 날씨는 아니로구나"
말을 마친 여왕은 일어서려다가 침대 모서리에 쓰러졌다. 그녀의 아들 요제프가 여왕을 일으키려 했다. "마마, 잘못 누우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죽으면 제대로 누울 거야."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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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위트와 함께 너무 진실에 가까운 말이라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던 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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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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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던 시기에도 여왕은 국정을 돌보았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어쩌면 여왕이 남긴 마지막 말은 그녀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구나."
(94~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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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다가오는 시기마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엘리자베스 1세! 그토록 열심히 살았음에도 결국 죽음을 맞이한 그녀. 눈을 감는 순간, 문득 인생무상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끔 작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적어도 그토록 인생이 짧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 가장 후회할 만한 일들을 리스트업 해보고, 오늘부터 하나씩 도전해 보자. 어쩌면 엘리자베스 1세와는 다르게 마지막에 '충분히 잘 산다 간다'라는 유언을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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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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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그에게 많은 시간을 하사했다. 약 60년 이상 영국 하원의 의원이었던 처칠은 인생의 말년 동안 가벼운 발작 증세를 자주 보였다. 그는 공작 작위 계승을 거절하고 정원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한가롭게 보냈다.
그러나 그러한 여유는 격렬한 삶을 보낸 처칠에게 어떠한 즐거움도 주지 못했다. 죽음을 앞두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그가 보낸 삶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모든 것이 지루하구나."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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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너무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놀아본 자만이 놀 줄 안다'라는 말이 있듯이, 팍팍하게만 살면, 정작 쉬어야 할 때는 제대로 쉬지 못한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인생의 파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그것만이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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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부르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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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과학적인 임상교육을 도입한 그도 자신의 몸에 생긴 질환인 관절염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격언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방법을 전 인류에게 남겨주었다.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그리고 장을 가득히 채우지 마라."
(113~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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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자들을 살펴보면, 인류는 구했지만 결국 스스로는 구하지 못한 경우를 더러 목격하게 된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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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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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발견을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연구에 몰입했으며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건강이 악화되고 말았다. 방사선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지를 자기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
(...)
1934년 여름, 딸 이브와 함께 퀴리 부이는 스위스 린더룽을 방문했다.
(...)
임종 직전 열이 잠시 내리자 퀴리 부인은 햇살 가득한 알프스를 바라보며 그동안 그녀가 미처 알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었다.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공기로구나."
(151~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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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발전한 과학과 의학이 수많은 사람을 살렸지만, 그전에 우리의 건강을 돌봐주던 것은 사실 깨끗한 자연이었음을, 더불어 자연만큼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마리 퀴리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암과 싸우는 이들에게 새 희망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를 이길 수 있는 힘도 결국 자연에서 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시로, 양방, 한방의 도움으로 큰 병과 싸우고 있는 이들은 단순히 의학에만 힘을 빌리지 않는다. 그들은 가까운 산이나 바다, 공원을 매일 산책하며 깨끗한 공기와 바람, 자연을 느끼며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적 현자들이 남긴 유언을 살펴보며, 그들이 마지막 순간 어떤 것에 몰입하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명망 높은 위인들조차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을 목도하면서, 우리 삶에 가장 먼저 적용해 봐야 하는 것은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머리로는 알지만 대부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생 살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시간을 아무렇게나 소비하고, 후회하는 삶을 반복한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우리가 모른 척 흘려버리는 유한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시작은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에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며 삶을 채워나갈지 하나씩 고민해 보는 것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도 좋고, 삶의 목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도 좋다. 죽음의 문턱에서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지금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들을 고민해 보자.
더불어 마지막 유언과 나의 비석에 어떤 말을 새기고 싶은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