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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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꽤 긴 우리의 역사 속에 자리한 삶을 고등어에 비유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과 '고등어'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임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의 150년 역사 위에 약간의 픽션이 더해진 소설은 삼대 여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읽다 보면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시대상, 그리고 눈물겨운 모성애가 심금을 울린다.

 

가장 혼란기였던 전쟁과 약탈,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꽃피우는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어여쁘게 태어난 자식을 지켜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지독한 모성애는 시대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불문율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딸에서 딸로, 그리고 또 딸로 이어지며 자식이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의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여기에는 먹고사는 방법 또한 동일하게 되풀이되는데 바로 고등어를 손질하고 간을 하는 간잡이로써 드러난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멀리하고만 싶었던 그 향이 어느새 나와 내 자식을 먹여 살리는 도구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삼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키워드들이 몇 가지 있는데 앞서 언급한 어머니, 그리고 고향, 역사, 천주교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세대를 거듭해 오면서도 끝까지 이어져오는 이 키워드들이 이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한 권에 담기에는 꽤 긴 우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에는 삼 대 여인의 인생을 통해 당시의 우리의 삶과 현장 모습을 실감 나게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당시의 시대적 모습과 상황들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데, 천주교 박해로 숲속 깊은 곳에 숨어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라던가, 복작복작 붐비는 비린내가 진동하는 포구의 구석진 집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고등어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또 산 정상 낭떠러지를 바로 아래 둔 경사지에 작은 굴을 파서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초향의 모습이라던가, 휘황찬란한 음식점의 화려함과 대조되는 남녀의 격한 싸움 현장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런 현장들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도 함께 느낄 수 있는데, 이상하게 몇 가지는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종교가 그러하고,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인생사와 어머니의 모성, 마지막으로 고향으로의 회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의 삶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은 옆에서 그저 거드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전쟁과 박해, 피난, 질병, 독립운동, 강제징집 등의 사유로 그들 모두는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그래서 여성들은 안살림과 바깥 살림 모두를 책임지며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먹고살기 위해 각종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여성의 위치나 지위가 다소 위축되었던 시절마저 꿋꿋이 자신의 신념과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던 여성의 모습을 비롯해 한 아이가 어머니로 성장해 나가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1866년대를 시작으로 1960년대 초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다사다난 하고 고단했던 날들에 대해 거침없이 서술하고 있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여러 소설과 동화, 설화 및 영화 등의 작품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소설의 첫 화자인 산골소녀 초향의 첫사랑인 성원과의 이야기에서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떠오르고, 초향의 두 번째 남자 춘삼과의 이야기에서는 <우렁 각시 이야기>라는 설화가 떠오른다. 또 유화의 대학시절의 모습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를 떠올리게 한다. 

 

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병인박해,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만주사변, 상하이사변, 중일전쟁, 6.25 등과 같은 시대별 굵직굵직한 역사를 담고 있어 꽤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당시 조선의 어머니와 딸들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초와 고단한 인생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어머니가 고등어에 빗대어 딸에게 전하는 깊은 사랑도 함께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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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의 중의적 표현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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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1대 주인공 '초향'과 봇짐장수의 아들인 '원이'와의 사랑의 매개체로 처음 등장한다.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살던 이들에게 고등어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매우 귀한 식재료였다. 원이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등어를 초향의 어머니에게 건네고 맛있는 한 끼를 얻어먹는 것으로 인연을 맺는다.

 

■춘삼은 유독 초향이 고등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춘삼이 모르는 과거 속 초향에게 박힌 고등어는 원이 그 자체다. 그러므로 초향에게 고등어는 원이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라고 말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이들 삼대는 모두 고등어 간잡이를 한다. 고등어는 이들의 생활력을 상징하는 것이자 먹고살기 위한 수단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등어는 떠살이로 평생을 계속해서 헤엄친다. 곧 정지하는 순간이 죽는 시간인데, 초향의 삶에 빗대어 표현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고등어를 자신들의 처지에 빗대어 자주 언급하는데, 등 푸른색을 건강하고 밝은 상징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론 푸르딩딩하게 멍든 상처 받은 모습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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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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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천주교의 박해로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골에 숨어든 천주쟁이들이 조용히 옹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며 숨어 사는 곳을 산중 사람들은 소학골이라고 부른다.

 

그곳에 한 소년이 고등어를 들고 등장하면서 산골소녀 초향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는 등짐장수 아들이자 간잡이 마당댁의 아들로 열네 살 최성원이다. 둘은 한 달에 한 번씩 성원이 마을에 들릴 때마다 초향의 집에 들러 고등어를 건네고 밥 한 끼를 얻어먹으며 예쁜 만남을 이어나간다.

 

열두 살 초향과 열네 살 성원이 살짝 어색하고 뻘쭘하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장면들은 간지러운 설렘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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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호기심의 그가 무심결에 내 손에 낀 공깃돌을 짚은 건데, 내 손끝을 타고 벌어진 나의 입에서는 하얀 쪽니가 드러났다. 고지박(박)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 둘, 똑 떨어지는 소리가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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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게 때리는 비바람에 겨우 견디고 있는 그, 동시에 소년을 힘껏 받으며 선 소녀는 서로 하나의 버팀목이 되었다. 둘이자 하나. 연속 컷으로 찰칵찰칵! 그와 함께 세상은 우렁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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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손이 닿거나, 비바람을 버티기 위해 몸이 닿은 순간 초향은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박 깨지는 소리처럼 들리고, 세상이 우렁우렁한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장면을 사랑스럽게 표현한 장면들이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되지만, 어쩐지 원의 어머니는 이에 극렬하게 반대하며 심한 거부감을 표한다. 당시 천주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을 위해 원이 개종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속을 며칠 앞두고 이들이 살고 있던 마을은 발각되어 풍비박산이 난다. 이에 초향의 부모님은 원이 있는 곳으로 초향을 홀로 보내게 되면서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된다. 어렵사리 도착한 원의 집에서는 험난한 시집살이가 시작되고, 끊임없는 생트집 가운데 온갖 생선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중 초향은 임신을 하게 되고 이때 사돈의 처형 소식을 들은 시아버지 최서봉은 빠르게 손을 써서 초향이 부모님의 시신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 우연히 아내인 간잡이 마당댁이 외동아들인 원의 결혼을 막기 위해 밀고하면서 초향의 집이 풍비박산이 난 것이 밝혀지면서 초향은 유산을 하게 되고 이후 이들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부모님의 고향인 경상북도 청송으로 향한 그녀는 오랜 여정에 쓰러지게 되고 우연히 이를 발견한 노총각 박춘삼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

 

그녀는 몸을 추스르자마자 산 정상 바로 아래 경사지에 자리를 잡고 거기서 홀로 머물게 되는데, 결혼을 거의 포기했던 노총각 춘삼은 그녀를 보고 반하게 되면서 아내로 삼고 싶어 몸이 단다. 그때 초향의 나이 만 열세 살, 박춘삼의 나이는 서른세 살이었다.

 

그러나 초향은 마음이 없었기에 그 상태로 몇 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혹독한 겨울날 또 한 번 춘삼이 얼어 죽어가던 초향을 구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초향은 그에게 두 번의 목숨을 빚지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초향은 세상의 흉을 잊기로 마음먹고 자신에게 정성을 다한 춘삼과 혼인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초향이 청송에 온 지 14년이 지나고 이듬해 봄 둘은 조용히 혼례를 치른다. 그리고 혼인과 동시에 산속 생활도 정리하게 된다. 이후 무려 11년이 지나 늦둥이가 기적같이 태어나게 되는데, 이름은 박송이, 세례명은 엘리사벳으로 이때 초향의 나이 서른여덟 살, 남자는 환갑을 바라보는 쉰여덟 살이었다.

 

이후 직종을 바꾸면서 한동안 팍팍했던 삶도 펴지고 가정에 평화가 찾아오는듯 했으나 그들의 성장이 그 분야의 오랜 질서인 상규를 흔들게 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춘삼은 멍석말이 수십 대와 과징금 성격의 벌금을 내게 되면서 가세는 기울게 된다.

 

이 일로 시아버지 최서봉이 초향의 소재를 알게 되면서 잊고 살던 원이와 재회하게 되는데, 원은 초향이 떠나자 망나니가 되어 한동안 초향만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다가 콜레라에 걸려 곧 죽을 폐인의 상태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또 아내 마당댁도 중풍으로 드러누우면서 이 가정 역시 풍비박산이 나게 된다.

 

최서봉은 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큰 결심을 하고 마침내 나귀가 끄는 작은 수레에 아들을 싣고 가마니로 덮어 마지막으로 초향이 사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면목이 없어 도착해서도 한동안 멀찍이 서서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송이가 그들 부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하게 되고, 마침내 이들의 상봉이 이루어지게 된다. 원이는 마지막 순간 그렇게 염원하던 사랑하는 사람을 해후하고 눈을 감게 된다.

 

원이를 보내고 이내 몸이 좋지 못했던 춘삼마저 시름시름 앓다 이듬해 사망하게 되면서 초향은 딸의 미래를 위해 경성으로 이사하게 된다. 요즘으로 치면 한강로 용산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오로지 딸을 제대로 교육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초향은 살아남기 위해 고등어 간잡이의 경험으로 돌아가게 되고, 엄마 마리아가 전수해 준 요리법과 시어머니에게 배운 생선 다루는 방법을 활용해 생선가게와 식당을 병행한다.

 

이후 초향의 딸인 송이의 시점, 송이의 막내딸 고유화의 시점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는 연결된다. 세대가 변하며 이들의 모습 또한 다양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송이가 살아가는 시대는 엄마 초향의 시대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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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귀천 구분의 사라짐, 그리고 하얀 민들레.. 시절은 이미 개혁(1894~96년 갑오개혁)이 공포되었다. 곧 조혼 금지, 연좌제 폐지, 과부의 재혼 허용과 신분제 폐지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은 칙령과 달리 세습에 붙잡혀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 일부는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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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으로 인해 여러 제한들이 사라지는 시기였고, 여자도 남자를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이에 송이는 경성 생활 2년 차에 벌써 사내들의 유혹에 유연하게 대응했는데,  그중 특히 대비되는 두 남자 사이에서 출렁이는 배처럼 오갔다.

 


■첫 번째 남성: 고석훈(세례명-고요한)
-송이보다 두 살 어림
-착함과 순수 이상이 매력
-사제가 되려는 사람이라 고매한 도덕성의 향기가 엿보인다.

 

■두 번째 남성: 민영민
-송이보다 세 살 많다고 했으나 실은 일곱 살이 많음
-세도가인 민씨 일가의 자제
-일본 유학도 마친 그는 아버지 민영창의 여러 첩실 중 하나가 낳은 아들이다.
-송이는 정구 선수인 민애린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그가 사촌 여동생에게 부탁한 것이다.

 

아리따운 외모는 물론 정구 선수로 활동했기에 누구보다 자유롭고 매력적이었던 송이는 결국 자신의 이런 빼어남 때문에 결국 탈이 나고 마는데, 이 일 덕분에 반항적인 모습도 사그라들게 되고 어느새 어머니가 그토록 이야기하던 향기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제강점기,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자행되던 폭행과 폭력, 그리고 무자비한 상황 속에서 여러 고초와 안전이 위협당하는 일도 겪지만, 어머니인 초향의 기지와 생활감으로 이들 모녀는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의 봄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수많은 경험 속에서 영글어진 송이와 남편은 상하이로 이주하며 독립운동과 피난길에 오르면서 큰 고초를 겪기도 한다. 이때 역시 어머니가 된 송이의 생활력 덕에 이들 가족은 독립운동과 전쟁통에서도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주인공인 송이의 막내딸 고유화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는 앞선 이야기보다 훨씬 더 버라이어티 한 상황이 전개된다. 중일전쟁의 시작과 제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본격적인 독립운동, 6.25전쟁, 광복 등이 뒤섞이면서 장소의 이동도 많고 상황도 급전개 된다.

 

전쟁통에 불결한 환경과 식수 오염 등으로 첫째 아이를 잃고, 난징-우한-장사-광저우-류저우-충칭으로 이동하면서 아버지는 독립운동 투사로, 어머니는 홀로 피난길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특히 전쟁통에 태어난 막내 유화는 실어증, 청력 문제, 말더듬, 뇌의 퇴화 등 수많은 문제를 겪고도 기적같이 살아난다. 둘째 딸 현아 역시도 폐결핵을 앓아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그녀를 좋아하던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의 오브라이언 매킨리 주니어가 페니실린을 구해주면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들 가족은 이외에도 수많은 고난 속에서 가족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게 되는데, 어느 순간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이들이 새롭게 가족이 되면서 안정감을 찾게 된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 통을 지속적으로 겪어 온 유화의 삶에서는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가족사와 시대상, 그리고 대한민국의 해방 전후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데, 들끊는 전쟁과 해방 사이에서 내외부적으로 매우 어수선함을 확인할 수 있다.

 

매 순간이 전쟁과 피란사로 불안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유화의 삶이었지만, 세대가 거듭될수록 업그레이드된 어머니의 생활력 덕에 국내로 들어온 이후 이들의 삶은 꽤나 풍족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족의 구성력 또한 확대되면서 한국, 미국, 일본의 다문화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가정을 이루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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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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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야기를 먹고 산다. 사람도 이 생물처럼 각자 이야기 있는 사람끼리 꼬이고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게고. 그러니 이왕이면 향기 있는 사람을 만나거라. 기왕이면 등이 푸른 사람을. 할 수만 있다면 가슴에 푸른 반점이 있는 살아있는 인생을 고르렴."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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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도 고등어에 비유한 문장 중 하나인데, 어머니가 딸에게 인연을 만나는 데 있어 당부하는 말 중에 하나다. '이야기'는 자기만의 스토리와 뿌리가 있는 사람, 즉 내실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며, 악취가 아닌 향기가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한다. 또 등이 푸르고 가슴에 푸른 반점이 있는 사람은 곧 싱싱하게 살아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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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야. 사람이 그렇다. 겉을 보지 말고 중심과 내력을 봐야 한다! 에미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바로 사람이 밭에 감춘 보화라는 말씀을. 생선도 고르는데 사람도 골라야지! 필요하면 내 모든 것을 걸고 그 보물인 사람을 사야지! 시간을 묵혀 두고라도 그런 내력 밭을 기다리는 게 우선이다!
(...)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을 키운 전후 많은 이들의 묻힌 이야기를 파내는 것이야. 인연이란 따라서 그들 배후 긴 이야기와 만나는 것이니!"

148~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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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 여성이었던 송이가 쉽게 연애하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두고 어머니 초향은 자신이 어머니에게 배운 것을 고스란히 딸에게 전한다. 

 

그러면서 인연을 만나는 것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하라며 강하게 당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대작의 대하드라마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아마 한 세기를 넘어선 한국사를 통틀어 삼대를 걸쳐 둘러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이야기. 이것은 마치 구전처럼,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며 무한한 사랑과 고통의 여운을 남긴다.

 

제 한 몸 지키기도 쉽지 않은 아리따운 십 대의 나이에 인연을 만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지키며 생계까지 꾸려가는 모습들을 보며 어쩌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힘은 바로 이런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다시 그때와는 다른 형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그때 어머니들이 가졌던 긍지와 자부심으로 버티던 깡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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