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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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기도 하고, 또 사실이 아니기도 한 이야기"

 

 


최근의 정신의학을 살펴보면, 모르는 사이 어느새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정신과 의사들이 각종 미디어에 등장해 우리가 겪는 일상의 문제들을 논하고 해결해 주면서 '이상하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으로 서서히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런 한편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은 여전히 암울함 그 자체다. 각종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모르는 이들을 폭행하거나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법은 이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러한 정신의학에 대한 역사와 하나의 실험에서 비롯된 나비효과, 그리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정신의학의 현주소까지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저자 자신이 겪은 오진을 시작으로 우연히 알게 된 '로젠한 실험'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통해 약 50년간 이어져 온 정신의학의 폐해와 과학적 접근이 불가한 정신의학의 본모습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한 번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흡사 추리소설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삶을 뒤흔든 '오진'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이 완화된 지금도 인식이 그리 좋지 않지만, 과거에는 병명이 정신적 원인으로 확정되면, 사람들의 불편한 인식을 넘어 훨씬 더 강도 높은 취급을 받던 때였다.

 

때문에 스물네 살의 나이에 거의 죽다 살아난 저자는 부모님과 한 의사의 노력 덕분에 간신히 신체 질환을 정신질환으로 오진했음을 밝히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오진을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문제를 탐구하고 연구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로젠한 실험'에 대해 듣게 되면서 이 미스터리를 파고들게 되는데, 이것은 곧 자신이 겪었던 정신질환의 오진과 정신의학의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한때 유명한 저널에까지 실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로젠한 실험'의 실체에까지 근접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여느 과학과 다르게 아직까지 뛰어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정신의학의 민낯과 아직까지 걷히지 않은 정신의학의 거대한 그늘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상하게 '의학'과 '과학'분야만큼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제대로 입증된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아니 어쩌면 생명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에 그렇게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상은 명성이나 욕구, 경제적 부를 위해 우리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누군가는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거나 정신의학 분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신의학 분야는 신체 질환을 넘어서 당사자에게는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더 날카롭게 파고들어 확인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과거 50년이 실망스러웠더라도 앞으로의 50년 100년은 잃어버린 정신의학에 대한 믿음을 착실히 쌓아줄 것이라 믿기에 우리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꼼꼼히 기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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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로젠한 실험'을 파고들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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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기자였던 저자는 스물네 살, 삶을 뒤흔드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하게 되면서 문득 '나 같은 오진의 희생자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에 그렇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문제를 탐구하는데 전념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회고록을 출간하고 나서 오진에 대한 사연을 돌아보는 것을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진료기록에 적혀있던 '정신 병동으로 이송'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수많은 질문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나와 나의 거울상)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어떻게 그토록 쉽게 오진될 수 있었을까? 그나저나 정신질환이라는 어떤 의미이고, 어째서 어떤 질환이 다른 질환보다 더 '실재적'일까?

 

그리고 이런 질문들은 회고록이 나오고 나서도 계속해서 저자를 괴롭혔는데, 이때 의료 시스템 내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편지함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한 아버지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보낸 메일을 읽던 중 자신이 한 말을 인용하여 다시금 되돌려 준 질문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얼굴을 후려 맞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뇌는 신체기관인데 어째서 뇌에서 일어나는 병이 '신체 질환'이 아니라 '정신질환'이 되는 겁니까?"

 

그의 말에 저자는 새삼 자신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믿고 받아들였던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여태 정신질환을 완전히 잘못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질문하며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신의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로젠한 실험'에 대해 듣게 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이 실험을 파헤치면서 저자는 이 실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가짜 환자들은 누구인지, 데이비드 로젠한이란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등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 한 부분을 파헤쳐 가며 알려지지 않았던 정신의학의 진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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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한 실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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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이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낼 수 있는지 테스트한 실험으로, 이 실험을 주도한 로젠한 본인을 포함해 여덟 명의 가짜 환자가 정신 병동에 입원하는 과정부터 퇴원까지의 내용을 통계로 정리하여 과학적으로 입증한 실험이다. '사이언스' 저널에 이 실험의 논문이 게재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신의학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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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며 똑같이 한정된 증상들을 보이는 것으로 통일했다. 정체를 숨기고 정신 병동에 입원한 뒤에는 상황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이것을 수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 대부분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한 명만 조울증으로, 나머지는 전부 조현병으로 진단된다. 입원 기간은 7일에서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 19일이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총 2100개의 알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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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한 실험은 한편으론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연상케 하는데, 이를 통해 당시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진들의 연구 방식 스타일은 물론 얼마나 명망 높은 교수진들이 스탠퍼드에 포진되어 있었는지를 짐작게 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 둘의 실험 과정과 결과가 끼친 영향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로젠한 실험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신의학계를 제자리에 머물게(혹은 후퇴) 한 원흉임을 기억한다면, 살아있는 그에게 왜 그런 논문을 썼는지 꼭 한번 묻고 싶을 지경이다.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정신의학계는 훨씬 더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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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젠한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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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남들처럼 비밀이 있었소. 드라마 작가의 면이랄까. 그는 흔히 말하는 불가사의 속에 신비로 싸인 수수께끼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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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친한 친구인 리는 그를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그에 대한 평가들을 살펴보면, 그의 지적 범위는 무궁무진했으며, 진정한 재능은 교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 줄 아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는 남동생의 편집증적 집착으로 인해 심리학, 특히 이상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교정에 열의를 보이게 된 것이라며 아들 잭이 전한다.

 

그에게는 극적인 면이 있었는데,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도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살짝 다른 맥락에 놓이면 살짝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초점에 따라 영웅으로도, 악동으로도, 사기꾼으로도, 카산드라(예언자)로도, 이타적 지도자로도, 이기적 기회주의자로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또  그는 위대한 행세자였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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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의 역사와 과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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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는 인류의 역사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혀 왔다. 그러나 무엇이 광기를 야기하는지, 단적으로 말해 어디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까지의 설명들을 보면 마음/영혼, 뇌, 환경, 이렇게 세 요인을 오가며 이루어졌다. 처음에 광기는 신이나 악마가 직접 개입한 초자연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했다.

 

 


▶18세기 아일랜드에서는 오두막 바닥에 5피트 깊이의 구멍을 파고 그 안에서 살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돼지우리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로 지내게 했다.
▶잉글랜드에서는 구빈원 공터에서 말뚝에 묶어놓았다.
▶스위스의 한 도시에서는 정신질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집에 감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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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의학계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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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신의학계에 몸담고 있는 의사들을 통해 현주소를 낱낱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앞서 나간다고 자부하는 미국에서조차 아직까지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약물이 중심이 되는 현대 정신의학의 시대가 열리면서 이 모든 것은 더없이 과학적으로 보였고 대중은 새로운 통찰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오히려 오진을 불러오는 새로운 여파가 생겨나게 된다.

 

진단의 실수는 전에 없던 의미를 갖게 되는데, 이제 진단에 특별한 무게가 실리면서 의사와 환자뿐만 아니라 보험회사와 제약회사에도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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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다른 의학 분야에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
확실한 정신질환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이고 일관된 척도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
정신과 의사들은 징후들을 관찰하고 병력을 살펴보고 가족과 친구들을 면담하여 종합적으로 진단을 내린다. 그들이 다루는 기관은 '마음'으로, 마음의 연구는 가령 피부암의 진행 과정이나 심장병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난감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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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특정 신체기관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얻는 병이다. 그래서 다른 질병과는 다르게 기전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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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앤서니 데이비드는 "많은 의학적 진단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허점 투성이인지 일반 대중이 알면 소스라치게 놀랄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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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자의적이고 허점 투성이인' 진단 체계는 미국에서 매년 정신질환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성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의 삶을 바꿔놓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현재 응급상황에 빠진 정신 병동은 과거와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정확한 진단 없이 멀쩡한 사람도 무자비하게 정신 병동에 수용했다면, 현재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데 자리가 없어서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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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의학은 확실함보다는 믿음으로 돌아갈 때가 훨씬 많다. 몇몇 특별한 경우에 우리는 백신을 접종한다거나 생활환경을 개선한다거나 선제적으로 정밀검사를 하여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병을 실제로 치료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대체로 한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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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의학은 확실함보다 믿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단기간 내 급하게 개발된 백신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제대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접종한 것은 그저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신의학은 특히 더 믿음에 의지하는 면이 강한데, 명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모르는 상태로 그저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정신의학은 어쩌면 치료에 있어 가장 한계를 드러내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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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다수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그대로 있으며, 그들이 받는 열악한 처우는 평범한 대다수 미국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키지의 시대와 오늘날의 진정한 차이라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학대하는 것이 이제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벌어진다는 사실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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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보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신 병동 병상이 충분히 확보되었다면 틀림없이 입원했을 사람들이다. 이것이 현재 미국의 정신보건 돌봄의 실태로 탈시설화가 안겨준 충격적인 현실이다. 이를 통해 로젠한 실험에서 비롯된 나비효과의 결과가 재앙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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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금이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아 사람들은 세 번 고통을 당한다. 우선 그들을 지원하는 자원이 끊기고 문제 되는 행동을 보이면 체포되고 나중에 공동체에 복귀하면 모른 체 외면당한다.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은 계속해서 무시되고 버려진다.
(...)
"이것이 암이나 심장병의 사례라고 한다면 말도 안된다고 했겠지요. 교도소는 치료를 받으면서 머물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정확히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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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회복을 논할 수 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병원이 아닌 교도소나 구치소에 머무르며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망가진 사회 시스템 안에서 무시당하고 버려진 채 여생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사회적 이슈들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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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로젠한 실험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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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로젠한 실험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물어볼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저자가 <브레인 온 파이어>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바로 그 무렵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보내기> 논문 이후 후속 논문 한편과 이상심리학 개론 교제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심지어 책 출간도 준비했는데 원고를 넘겨주지 않아 나중에 출판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옹호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 주제를 외면하고 떠나게 만든, 그를 침묵하게 만든 일은 무엇이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여덟 명의 익명의 가짜 환자가 열두 곳의 정신병원에서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환청을 들었다는 이유로 입원했다는 간단한 내용밖에 확인이 안되는 그의 실험은 당시 꽤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에 비해 거의 50년이 지나서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로젠한의 가짜 실험을 파헤치기 위한 시발점은 데이비드 로젠한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인 스탠퍼드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를 통해 그의 개인 파일을 전달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기에는 논문 초고와 병원에 있을 때 쓴 수십 쪽의 일기, 동료들의 인정사정없는 논평, 그리고 변색된 두툼한 고무줄로 묶어놓은 종이 뭉치에서 출간되지 않은 책이 발견된다. 이 중 '가짜 환자'라고 표시된 서류철은 비밀을 풀어줄 로제타석이었다.

 

'데이비드 루리'가 병원에서 퇴원한 1969년 2월과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 논문의 초고가 완성된 1972년 사이의 어느 무렵에 일곱 명의 다른 지원자가 합류하면서 교습 실험에서 훨씬 더 거대한 연구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프로젝트로 변모하게 된다.

 

그들은 로젠한이 가까스로 빠져나온 똑같은 수모에 기꺼이 몸을 맡겼고, 그 과정에서 로젠한의 유산은 정신의학의 역사에 길이 남았다. 그는 이것이 주목받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모으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로젠한의 명성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 그는 돌연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그의 사적 논문들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사항들과도 일치하게 된다.

 

그의 개인 파일 덕분에 몇 가지 내용은 확인했지만 여전히 그의 실험을 제대로 확인해 볼 단서들은 부족한 상태다. 그리고 그것을 파헤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는데, 연구의 세세한 사항들을 비밀로 남기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과 사적인 기록에서조차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여러 사람을 거쳐 살아있는 가짜 환자와 처음 연락이 닿게 되면서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W. 언더우드라는 가짜 환자로 빌 딕슨이었다. 빌 언더우드와 그의 부인 매리언과의 대면을 통해 로젠한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듣게 된다.

 

1970년 가을 빌은 로젠한의 정신병리학 세미나 수업을 들었고 그에게 매료되면서 데이비가 하는 모든 일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실험에 함께 하게 된다.

 

빌은 편집성 조현병으로 115733번 환자로 공식 입원하게 되는데, 저자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로젠한 실험이 알려진 것과는 다름을 감지하게 된다.

 

그의 병원기록에서 '퇴원 사유'칸은 비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의 실제 입원 내용과 로젠한의 실험 내용과도 내용이 다름을 알게 된다.

 

깊게 파고들수록 이야기는 더 복잡해졌는데, 로젠한의 공책에 기록된 내용들은 전문가 답지 않고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실수들이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보낸 시간에 관한 실수, 턱없이 부정확한 환자 수를 적은 실수, 가명의 이니셜을 잘못 적는 실수 외에도 로젠한의 기록과 빌의 기억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빌은 자신이 상세한 자료를 기록한 기억이 없는데 초고와 발표된 논문에는 직원들이 병동에서 보낸 시간을 분 단위로 정확히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로젠한이 인신보호영장을 준비하지 않았으면서 매리언에게 작성해 놓았다고 한점이나 사전 준비를 거의 시키지 않아 다량의 약을 가짜 환자를 복용하게 되었다는 점, 또 병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미심쩍게 다가왔다.

 

이러한 사항들은 점차 의문을 갖게 했고 자료가 의미를 갖도록 만들려고 로젠한이 변수의 수를 줄인 것이라는 관점을 갖게 했다. 이 때문에 연구의 타당성이 손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여기에서 유명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는 어떻게 실리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신속한 심사과정을 통해 오히려 학계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저널의 위상 덕분에 정신의학 분야에서 나온 강도 높은 비판은 전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로젠한의 연구는 힘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사람 중 중요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로버트 스피처'다. 그는 로젠한의 입원에 관한 진료기록을 입수하여 진실을 알게 된 사람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모든 진실을 묵살한다.

 

덕분에 자신이 맡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인 개정판 작업을 무사히 마치는 것은 물론 정신의학의 얼굴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증거와 무관하게 질환의 모델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재 의료화'가 이루어지고, 의사와 환자 모두 병이 어떻게 생겨났고 병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를 전과 다르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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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스피처)이 한 일은 정신의학의 얼굴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었는데 그런 변화를 일으킨 데는 로젠한의 프로젝트가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로제한의 연구가 아니었다면) 스피처는 제 3판을 그렇게 쓰지 못했을 겁니다."

2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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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제3판은 미국의 정신 보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이제 많은 전문가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바뀐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제3판을 기획할 때 체계적인 연구는 없었으며, 대개가 주먹구구식이었고, 산발적이고, 서로 모순되고 모호한 것들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건실한 진짜 과학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린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새로 나온 편람의 최고 장점으로 내세웠던 신뢰성조차 과장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후 편람 개정은 연이은 실패를 하게 되는데, 이후 30년 동안 애썼음에도 과학은 아직 그대로 머무르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편람의 방식 때문에 정신의학의 실태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환자를, 개인을, 인간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그저 편람에 따르느라 어느 지역, 어느 의사가 진료를 보더라도 일관된 진료와 처방은 내려졌지만, 이로 인해 오진을 부추기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오진으로 고생했던 저자가 1년간 글을 쓰고 4년간 끊임없이 병에 대해 이야기 했음에도 그녀의 스키드(SCID: 임상 면담)을 통해 여전히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 분야가 얼마나 엉망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오진으로 받는 돈이 무려 550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놀라움 그 자체다.

 

저자는 그렇게 끊임없이 로젠한의 실험을 파고들면서 한 가지 놀라운 변수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무명의 아홉 번째 환자인 해리 제이콥스가 바로 그 변수다.

 

그는 저자가 두 번째로 만난 가짜 환자로, 1970년 가을 정신병리학이라는 대학원 세미나 수업에서 로젠한의 강의에 경외감을 가지게 되면서 그의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해리는 미국 공공보건서비스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다른 환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다른 병원에서 가짜 환자들이 느꼈던 느낌과는 다른 기분 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축제 분위기의 환경과 단기 치료에 초점을 두는 시설인 병원은 환자들이 들락거리기를 원했고, 그랬기에 가급적 편안한 경험을 제공했다. 환자를 동등하게 대했고, 게임과 잡담에 참여했으며, 함께 노래도 불러 아름다운 합창소리가 병동에 울려 퍼졌다. 매우 이로운 환경 그 자체였다.

 

덕분에 그는 이곳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퇴원도 직원이 알아서 승인하는 등 약물 처방 없이 후속 치료에도 힘써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단순히 퇴원시키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건강하게 지내도록 독려해 준다.

 

이러한 해리의 실험은 로젠한의 논지에 맞지 않게 되면서 증거를 내다 버리게 되고 마침내 이 기록은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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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의 자료를 무시함으로써 로젠한은 입체적인 그림, 살짝 더 혼란스럽지만 보다 정직한 그림을 얻는 기회를 놓쳤다. 그 대신에 그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위험한 절반의 진실을 영속화하는 데 한몫했다.
(...)
만약에 그가 좀 더 균형 잡힌 관점에서 병원을 대했다면, 그가 해리의 자료를 연구에 포함시켰다면, 다른 대화가, 극단적으로 딱 잘라 말하지 않는 대화가 그의 연구로부터 이어졌을 테고, 어쩌면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3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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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자는 가짜 환자들을 찾는 것이 아닌, 가짜 환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젠한 교수는 심리학 교수이자 법학과 교수였는데 그는 모든 곳에 있으면서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몇몇 사람들은 그의 연구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의구심은 경력 내내 그를 얼룩지게 만들었으며 그의 명성은 점차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신기한 건 그의 최측근 사람들만은 그를 믿었다. 연구 조교 낸시 혼은 부정직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고, 가짜 환자 서류에 끼워둔 학부생 행크 오카마는 단호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또 로젠한의 아들 잭도 이들과 같은 반응으로, 아버지가 연구에 개입하여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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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한 실험이 정신의학에 끼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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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그의 실험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는 명성을 얻게 되고, 사람들은 그가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던 것이 사실임을 그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문가들이 정신의학의 용어와 판단을 보지 못하게 가로 막고 있던 반투명 거울을 박살 냄으로 인해 법정에서 변호사들은 전문가 증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그의 연구는 또 '동성애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당시 게이는 정신질환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이 실험 이후 정신과 의사들에게 설문지를 통해 정신질환으로 편람에 포함할지 의견을 묻게 되면서, 의학적 근거를 바탕이 아닌 '설문조사'를 통해 질환을 뺄 수 있다는 발상은 곧 정신의학 분야 전체가 얼마나 얄팍하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확증이 되면서 로젠한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이때 특별한 고통이나 증상 없이 멀쩡히 살아가는 게이들을 보고 그것이 장애라고 부를 수 없다는 판단하에 편람의 개정판에서 동성애가 삭제되면서 정신병의 목록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다만 그 흔적은 '성적 지향 장애'라고 하는 진단으로 남게 된다.

 

이에 다른 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퇴역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편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현재 평판, 불신, 교착 상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신 보건 돌봄 종사자들의 전 세계적 부족 현상을 불러왔다. 정신의학은 한때 인본주의 의학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2006년에 이르면서 정신요법을 받는 미국인은 3퍼센트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정신보건 관련자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들에게서 으스대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상황이 어떠한지 짐작이 간다.

 

저자는 로젠한 실험의 진실에 가까워지면서 '이 연구를 그대로 두는 것이 정신의학 분야 안팎의 많은 사람들에게 먹혔던 서사에 좋을까?', '우리가 나쁜 과거를 뒤에 묻고 꾸준히 전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곪은 것은 터뜨려야 다시 새살이 돋는 것을 알기에 그대로 두기 보다 이제라도 나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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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젠한과 그의 논문은 비록 파이 한 조각일 뿐이지만 우리의 최악의 본능을 자극했다. 이 덕분에 정신의학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되어 수세에 몰린 정신의학은 확실성에 매달리게 되었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연구와 치료, 돌봄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듣기 좋은 서사를 선사했지만 심각한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하루에 끔찍한 영향을 미쳤다.

405~4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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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 때문에 오히려 병동을 잃은 심각한 정신질환자들이 거리를 떠돌거나 엉뚱한 곳에서 제때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신의학 분야가 이러고 있는 동안 다른 과학자들은 우주를 탐사하고, 심장을 이식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달팽이관을 이식하여 청력을 선사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의 커다란 수수께끼들은 하나씩 풀어갔다. 우주, 암, 불임을 정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래의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신질환이란 무엇일까? 혹은 더 적절하게 묻자면 무엇이 아닐까?

 

 


저자는 정신질환 치유의 핵심은 '지원'과 '공동체 정신'에 있다고 말하며, 열린 대화가 곧 치료라고 말한다. 마음의 병을 얻은 그들을 인간으로 대하고, 공감하며, 더 객관적인 의학적 조치로 포착하기 어려운 미묘한 증상들을 확인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의학, 특히 정신의학은 과학적인 만큼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고 영혼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치료자가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아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그게 핵심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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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모든 시선, 모든 손길 하나하나가 다 중요해요. 좋은 약을 5밀리그램 투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죠. 하지만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도 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믿는 환경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4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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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질환과는 다르게 온전히 마음으로 다가가 보살피고 공감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치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서 정신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보게 된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사회보장 시스템의 변화, 병을 대하는 자세 등 50년간 멈춰있던 정신의학의 새로운 변화와 움직임을 새삼 기대하며 바로 잡히기를 고대하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어느새 우연히 알게 된 로젠한 실험을 깊게 파헤치면서 알게 된 정신의학에 관한 역사와 진실은 껄끄러우면서도 매우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꺾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정신의학이 사실은 바탕이 되는 근거가 없으며 그저 날조된 문서와 변형에 의해 만들어진 논문 하나에 휘청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사실 또한 당혹스럽다.

 

더군다나 신체 질환과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과 통증으로 오래 고통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사기당한 기분마저 든다.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하고, 퇴역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편람에 포함시킨 건 결론적으로 잘한 선택인 것 같지만 마땅한 과학적 추론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그저 설문조사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었다는 점은 어딘가 허술함과 아쉬움을 남긴다.

 

그저 의문으로만 남은 로젠한 실험이 왜 그렇게 마무리되어야 했는지 로젠한 교수가 죽기 전 저자가 만나 인터뷰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로젠한 실험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너무 많이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더 이상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없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가 남긴 자료와 가짜 환자 인터뷰, 그리고 당시 편람 개정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 봤을 때 어느 정도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이지만 또 사실이 아니기도 한 이 이야기를 통해 새삼 정신 질환이란 대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형체도, 명확한 원인도, 치료법도 가늠하기 어렵기에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두려움도 인다.

 

무언가 통증을 느낄 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과연 온전히 나의 병명을 진단하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사람들의 불식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이제 정신의학은 지뢰밭이었던 역사는 접어두고 다시금 일어서 분발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디 믿는 만큼, 사람들이 신뢰를 주는 것 이상의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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