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웹툰 만화시집 1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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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어쩐지 몽글몽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책을 만났다. 나태주 시인이 새로운 콜라보를 진행했다는 소식에 충만한 기대감으로 만나게 된 이 책은 '시'와 '만화'의 합작품이다.

 

만화와 합작을 많이 하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시'는 한 번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나태주 시인은 시를 만화로 내보고 싶은 일종의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웹툰 작가 다홍을 만나 그는 마침내 로망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시와 만화가 어울린 '첫'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소개 글에서는 이런 콜라보 형태를 '만화 시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스토리와 맞물려 요즘에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굉장히 잘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웹툰 작가 다홍의 스토리와 그림에 이어 등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쩐지 외할아버지가 손녀 아영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은 형태로 전개되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과 감동, 용기를 얻게 된다.

 

아영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중학교에 입학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순간, 사회인이 되어 첫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등 곳곳에서 할아버지는 아영에게 끊임없이 사랑과 위로, 응원, 자신감들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인지 모든 삶의 '처음'을 경험하는 손녀 아영이는 매 순간을 잘 넘기며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때론 실수를 하거나 넘어질 때도 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자기 몫을 해내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렇게 스토리와 만화에 이어 등장하는 시에서는 할아버지가 손녀 아영이에게 진짜 전하고 싶은 속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이를테면 '기죽지 말고 살아봐'라던가, '오래 보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거기 너 그렇게 웃고만 있거라' 등의 따스한 문장들이 가득 담겨 있다.

 

혹여 힘든 순간이나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세상에 온갖 좋은 것들을 모두 담아 손녀에게 전해주고픈 할아버지의 소망과 사랑, 바램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두 번 읽기를 추천하고 싶은데, 한 번은 정석대로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또 한번은 아영이의 입장에서 반대로 만나봐도 색다른 여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등 뒤에서 오롯이 나를 지켜봐 주고, 필요한 순간 애정과 용기를 듬뿍 건네주던 할아버지의 응원의 글들은 추후 살아가는 데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읽을수록 더 착착 감기는 감정과 여운에 자꾸 페이지를 열어보게 되는 이 책의 매력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앞서 웹툰 작가 다홍이 전하는 스토리와 그림은 이야기의 틀을 만들어 준다. 뒤이어 다가오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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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집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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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집의 스토리에는 시인 외할아버지와 아끼는 손녀 아영과의 추억담이 담겨 있다. 취학 전 외할아버지네 댁에서 지내던 손녀 아영이는 어느덧 초등학교를 입학할 나이가 되면서 외할아버지 댁에서 도시에 있는 부모님댁으로 돌아가게 된다.

 

중간중간 삽입된 나태주 시인의 시는 아영이의 성장 단계에 맞춰 시인 외할아버지가 손녀 아영이에게 해주고 싶은 사랑이 담긴 메시지로, 만화로 담긴 아영이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자연을 벗 삼아 씩씩하길 자라는 마음, 봐도 봐도 사랑스러운 손녀에 대한 사랑, 항상 웃으며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힘든 순간 항상 네 편이 되어줄 거라는 각양각색의 뭉클한 감정들이 엿보인다.

 

시간은 계속 흘러 손녀 아영이는 어느덧 사회인이 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이후까지 담겨 있는 스토리에서 할아버지는 어느새 손녀의 근황을 궁금해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토리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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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길게 남았던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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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다른 중학교를 배정받은 아영에게 할아버지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며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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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학생에게>


사람이 길을 가다 보면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단다

 

잘못한 일도 없이
버스를 놓치듯 힘든 일 당할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아이야
잊지 말아라

 

다음에도 버스는 오고
그다음에 오는 버스가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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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꼭 한번은 크고 작은 일들로 좌절하거나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여유를 가져보자. 지난 버스는 다시 오기 마련이고, 때로는 놓친 버스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더불어 어떤 경우라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함을 잊지 말자.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으면 갑자기 닥친 불행 앞에서도 의연하게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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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1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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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뭐 별거인가 싶다. 한때는 거창한 것을 꿈꾸던 때도 있는데,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임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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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런 것>

 


(...)
조금 예뻐도
많이 예쁘다 여겨주면
많이 예뻐지고

 

조금 좋아도
많이 좋다고 생각하면
많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겠나.

212~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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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떤 이들은 '콩깍지'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애정해 주었기에 벌어진 기적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남들의 눈에는 조금 예뻐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더 많이 예뻐 보이고, 남들의 눈에 조금 좋아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더 많이 좋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람도, 사물도, 세상도 많이 예쁘다, 많이 좋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조금 예쁘고 좋았던 사람과 사물, 세상이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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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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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며 겪는 모든 순간,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할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에서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는다. 

 

어른이 된 아영은 그 모든 순간들을 항상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할아버지가 전해준 순간들이 자양분이 되어 떠오를 것이다. 함께 관찰하고 경험하고 깨우친 시간 덕에 이만큼 성장하고 자랄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지나쳐 가는 수많은 찰나의 순간을 되돌아보고 기억해 보자. 어쩌면 그 시간들 속 묵묵히 뒤에서 애정으로 지켜봐 준 누군가가 있었기에 어쩌면 우리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괴롭거나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행복했던 순간과 기억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보자. 우리가 걸어온 길목 어딘가에는 분명 아영이와 같이 아주 가까운 곳에 당신을 응원하고 위로를 건네는 누군가가 있었음을 잊지 말자.

 

한 번뿐인 인생에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거나 힘들게 만들지 말자. 최선을 다한 오늘을 칭찬해 주고, 보듬어 껴안아 주자.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도 또 믿고 기대해 보자.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을 위해 아낌없이 사랑하고 가슴 벅찬 인생을 향해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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