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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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유난스럽지 않게, 그러나 보다 단단하게 잡아주며 건네는 위로와 위안.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기에 매번 겪어도 매번 새로운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리라. 상실로 겪는 고통에 오랫동안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며 저자는 우울, 공허, 상실감 등의 어두운 감정들을 거부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마주 보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그렇게 성장하는 거라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해 잔잔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담담히 가라앉히고 가만히 기다려보면 어떨까? 언젠가 아픔은 끝나기 마련이다.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해서 당연하게 여길 필요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여길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 새살이 돋듯 마음의 상처도 그렇게 나을 것이기에. 촉촉이 스며들 잔잔한 위로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진짜 성숙한 사람에 대한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아 그 문장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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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향하고 싶다. 지난 일들에 연연하지 않되,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워 나갈 수 있는 것. 주변의 시선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삶. 건네는 다정이라거나 미움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순간의 이기심이 아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올 수 있는 정직함.
(...)
뭐든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나의 삶을 담백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행함은, 결코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다.

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16~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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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고 싶은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문장이다.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정직함으로 스스로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단단하고 담백하게 살고 싶다. 쉽게 얻는 것들은 쉽게 잃어버린다고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담백함과 단단함으로 내 안을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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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다. 둥글어 보이는 사람과 뭉툭해 보이는 사람만큼 칼을 쥐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성숙하지 못할 때야 쉽게 이용해도 될 것 같고 막 대해도 될 것 같았지만 삶을 기어코 겪어 낸 요령 있는 사람들은 안다. 그런 둥근 사람들이 나를 가장 무너뜨리기 쉬운 사람들이며,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

그럼에도 한결같이 묵묵함을 보여주는 당신 곁에 얼마큼 깊은 지지자들이 있는지를. 또 당신의 삶이 얼마큼 소중한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지를.

모서리가 없는 사람들 (18~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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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끄트머리에서 가만히 대중을 바라보면, 미성숙한 사람들이 행하는 태도와 성숙한 사람이 행하는 태도에 확실한 차이가 보인다. 그중 한 가지 예시를 바로 위의 문장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진짜 곁에 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적시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오랜 내공을 가지고 둥글어지고 뭉툭해진 사람들, 그렇게 한결같이 묵묵함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또 그러한 사람을 곁에 두어보자.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자가 되고 소중한 사람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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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줄 거라면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 건넨 마음에는 이자가 없음을 알고, 던져 버리듯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나를 슬프게 만들어도, 준 만큼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그것이 그의 최선의 마음임을 익숙하게 여기며. 줄 거라면 떼어 낸 나의 마음 구멍을 넘치게 채워 달라 조르지 않으며 구멍 난 채로 건네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이기적임이 아닌, 나의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는 것. 마음은 빌려주는 것이 아니니, 줄 수 있어야 한다.

(...)

정말 내 마음을 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줄 거라면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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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와닿았던 문장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빌려주었기에 더 많은 상처와 슬픔을 겪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진짜 내 마음을 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빌려주지' 말고, 구멍 난 채로 '주자'

 

마음을 주는 것은 나의 선택이기에, 온전히 건네는 그 마음까지도 내가 감당하고 책임져보자. 그것이 사람을 대하는 성숙한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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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나를 떠나간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떠나간 것들이 소중해지는 거더라.

(...)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듯, 모든 빛나는 것들이 다 그렇더라. 지나고 떠나고 없어진 후에야 아, 그거였구나 싶은 것들. 내 삶을 밝혔던 것들은 왜 죄다 밤이 되어서야 그게 밝았음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나.

밤이 되어서야 그게 밝았음을 (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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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지나간 후에야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곁에 있는 사람을 비롯해 특정 물건, 공기, 물, 대지 등 당연하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너무 소중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곁에 머물러 있을 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 무엇이 나를 빛나게 하는지, 무엇이 진짜 소중한 것인지. 생각보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 소중한 것들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은 내 안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을 주는 마음도, 상처를 받는 마음도, 또 나를 단단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마저도 모두. 굉장히 특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먹기에 따라 작은 변화가 큰 울림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는 어떤 유난스러움이나 화려한 언행은 필요 없다.

 

그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들에는 구멍 난 마음 한 조각도 그대로 내어줄 수 있는 마음 하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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