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스파이 유리
박현숙 지음 / 좋은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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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멋드러진 스파이의 모습을 볼때면 때때로 '내가 만약 스파이가 된다면?'이라는 짜릿한 상상을 하게 될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현실적 배경위에 그린 스파이 유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남자들에 의해 나도 모르게 진행된 납치와 스파이 활동. 도망칠수도,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없다.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능력있는 스파이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그가 도대체 어떻게 소련 KGB 에 납치 되었고 여기서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었는지, 또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두 눈 크게 뜨고 함께 만나보자.

 

이야기는 유리가 납치되기 전 중학생 시절부터 연도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상황적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치 사건의 보고서를 읽는 느낌으로 마주하다보면 유리에게 특정 시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세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대체 유리는 약 20여년 동안 KGB에서 어떤 일들을 겪은 것일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한번 경험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수도 없이 겪으며 온갖 나라를 떠돌게 되는데, 이곳들 역시도 범상치 않다. 한국에서 납치되어 모스크바, 평양을 거쳐 다시 유럽,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소설은 KGB 요원이 된 유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눈여겨 봐야 할 사항들이 몇가지 있다. 그 첫번째는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부분으로, 적나라한 세태와 사회 모습들을 통해 특히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공산주의의 한계와 자본주의가 불러온 현실적 부작용의 밑바닥을 투명하게 다룬 부분이다.

 

두번째는 유리의 심리적 변화와 납치될 당시에 머물러 있는 정신적 상태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난데없이 진행된 납치로 인해 벌어진 참극으로 유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성격적 변화와 심리적 수긍의 상태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겉으로 볼때는 누구보다 인정받고 성공한 KGB요원처럼 보이지만 실상 마음은 늘 공허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처음에는 이를 벗어나고자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내 무기력함을 느끼고 현실에 수긍하고 적응해 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마치 외로이 떠있는 섬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상태로 수십년을 보내면서 타인과 깊이 교감하고 사회성을 길러나가는 부분에서는 미숙한 면을 보인다.

 

재미로 시작한 로켓발사가 가져온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들어가보자.

 

소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정리되어 있던 주요 등장 인물을 살펴보면, 미리 몇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소년 유리가 KGB 요원이 되어 성장하는 데 관계를 맺었던 이들에 대한 간단한 요약본을 통해 관계를 미리 살펴보자.

 

■1968월 1월 겨울방학,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유리른 학생과학 잡지를 보며 화약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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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을 만들자면 흑색화약과 무연화약을 얼마나 만들어야 할까? 그런 파이프를 어디서 구할까? 잠을 잘 때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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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어머니께 용돈을 타서 서울로 갔고, 화약 재료들을 많이 사 왔다. 그리고 항구에서 선박엔진을 수리하는 창근 아저씨 철공소에서 굵고 가벼운 로켓 몸체 파이프를 만들어 왔다.

 

중학생인 유리는 한참 호기심이 왕성하여 로켓을 만드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생각할만큼 푹 빠져 있어 스스로 재료를 공수하러 서울에 다녀오고, 선박엔진을 수리하는 아저씨를 찾아가 로켓 몸체 파이프를 의뢰할만큼 적극적이고 탐구적인 아이였다.

 

■1968년 8월 하순, 유리가 로켓을 발사하려고 벼랑 위에 막 올라섰을 때 지난번의 푸에블로호 자리에 또 함정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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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에 돌을 괴어 로켓을 기대 세우고 그 함정 쪽으로 방향을 맞추었다.
(...)
도화선이 타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에 닿는 순간 「슈-슈-슝」 소리가 났고 로켓은 사라졌다. 로켓이 어디로 얼마나 날아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대성공이었다. 신이 나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노래를 흥얼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
발사 다음 날 유리는 혼자 마루에서 작은 책상을 놓고 공부하고 있었다. 그때 백인 남자 하나와 동양인 남자 하나가 마당에 들어섰다.
(...)
방학이 끝나갈 때라 방학숙제도 또 고등학교 입시공부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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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은 신문지를 펼쳐 놓고 햇빛에 말리던 화약과 발사장치의 전선과 배터리와 우산대 파이프를 살펴보며 사진을 찍었고 이내 북한식 악센트를 쓰는 동양인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들은 유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질문했고, 유리는 신나게 그들의 대답에 답했다. 이후 로켓을 유리가 직접 만들었고, 부모님이 집을 비우고 주말에만 오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다음날 오전 어제의 그 두 사람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은 직접 로켓발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유리는 이에 그들을 데리고 솔밭과 사구와 해변을 따라 바위벼랑까지 가서 어제의 그 절벽 위에 올라갔고 자랑스럽게 로켓을 쏜 경위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들은 흔적을 살피고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내려와보니 고무보트 한 대가 끼워져 있었는데 그들은 유리에게 함선을 구경시켜 준다는 핑계로 이내 배로 유인한다.

 

함선에 다다르자 옆에 잘 보이지 않던 곳에 자리하고 있떤 잠수함을 먼저 구경시켜준다는 말로 유리를 잠수함으로 이끌었고, 거기서 그들에게 받은 음료와 빵을 먹은후 잠에 빠져든다. 그렇게 유리는 그들에게 납치당하며 스파이로써 길러지게 된다.

 

그렇게 외아들이었던 유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들의 누구인지도 모른채 끌려가게 되었고, 마을사람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는 집 동편의 소나무 숲 속 사구를 통해 해변으로 나가게 되면서 흔적도 없이 그렇게 마을에서 사라지게 된다.

 

진실을 확인해보자면, 사실 이때 유리가 발사한 로켓은 소련의 정보수집함의 브릿지 유리창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면서 합장과 통신장교가 중상을 당하게 되었고, 이로인해 임무를 중단하고 블라디보스톡 사령부기지로 급히 돌아가게 된다. 이로 인해 로켓을 발사한 유리를 납치 후 조사하게 된것이다.

 

이들은 북한 간첩들이 쉽게 침투하고 활동하도록 해안 지형과 주민 생활 모습과 군부대와 경찰의 해안경계근무실태를 수집하여 북한에 지원해 주던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유리를 납치해 블라디보스톡만 속 깊숙이에 있는 소련 해군 태평양 함대사령부 기지에 도착해 그곳 지하 건물에 유리를 가두고 심문하면서 조사를 하게 된다.

 

■1968년 11월 중순, 지하조사실에서 두 달 반을 보내고, 소련 해군정보본부는 블라디보스톡의 유리사건 조사결과를 소련 KGB(국가보안위원회) 본부에 보고했고 KGB 의장 안드로포프는 해군정보본부에서 올라온 <중요사건 보고서>를 읽다가 보고서 끝 판단 의견에 흥미를 느끼고 KGB 공작요원으로 키울것을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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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의 순수한 장난으로 발생된 특이하고도 비중 있는 사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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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2월 8일 일요일 오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하여 류반카 광장의 노란색 대형건물 뒤편에 있는 KGB 본부 지하조사실로 이송된다.

 

여기서 유리는 온갖 고문을 받게 되는데, 그들은 유리를 무자비하게 괴롭히며 재미있어 했다. 억센 큰 손발로 때리고 차고 밟고, 발을 묶어 거꾸로 매달기도 했고, 벌거벗긴 채 욕조의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거나 수건을 얼굴에 씌워 놓고 호스로 찬물을 틀어 숨을 못쉬게도 했다. 이를 통해 오한으로 떨다가 까무러치기도 했는데 공포감에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그러다가 그 다음 날부터 두주일 동안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는데, 12월 하순 다시 방문한 그들은 한국을 방문해 유리가 만들었던 로켓에 대한 조사 내용들을 다시 하나하나 대조하며 재차 조사를 하고 이후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969년 1월 초 주말부터 1월 중순까지는 소련식 크리스마스 연휴였는데 이번에는 군복이 아닌 두꺼운 코트와 털모자까지 새것으로 갖다주기도 했다.

 

■1969년 1월 중순 서서히 신변에 대한 자유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방문을 활짝 열어두라고 했고 책을 주며 공부를 시켰다. 몇명은 과일과 속옷을 갖다 주기로 했다.

 

아마 이때쯤이 조사를 마무리 짓고 혐의없음으로 결론내고서 본격적으로 KGB 공작요원으로 키우기 위한 시작단계에 돌입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리둥절했고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 듯 하다. 아무도 설명해주는 이 없었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고 따르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1969년 1월 20일 월요일 아침 한 요원이 유리를 지프에 태워 데리고 간 곳은 모스크마 도모제 도보 공항으로, 여기서 군수송기를 타고 베를린의 쇠네펠트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브란덴부르크 주도 포츠담이었다. 포츠담 시내를 통과해 바벨스베르크 구역에 있는 KGB 7번 기지 지부는 KGB 동독본부였다.

 

이 곳 KGB 감옥안 독방에서 혼자 지내게 되면서 유리는 KGB 수사관들이 부를때마다 수시로 조사실을 드나들며 잔심부름과 몇가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8월까지 일곱달을 지내면서 러시아어와 독일어, 영어를 배우게 된다. 

 

이곳에 있으면서 한때 탈출해 볼 궁리를 해보기도 하지만 이내 가짜신분증도 가방도 갈아입을 옷도 돈도 지도도 여권도 비행기표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포기하게 된다.

 

■1969년 4월 1일 월요일 방문한 KGB요원은 유리를 믿을만한 학생으로 판단했다며 앞으로 성실히 공부와 운동을 잘하면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줄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앞으로 유리가 해야 할 일과도 정해준다. 매일 오전에는 청소하고, 낮에는 운동과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소각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똑같은 일과를 보내며 지냈다.

 

■1969년 8월 25일 월요일 아침 우아즈 지프에 가방을 들고 다시 어딘가로 이동되는데 그곳은 KGB 감독에서 몇 백 미터 근처에 있는 KGB 하급요원과 군부대 장교들이 사용하는 독신자 숙소였다. 독신자숙소 1층의 구석방으로 복도 끝 구석에 있는 골방을 배정받고 바센카 중사를 통해 9월 1일 이곳 7번 기지근처에 있는 소련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음을 통보받는다. 독일어와 러시아어, 영어와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거듭 전해 듣는다.

 

완전 소련식으로 운영되는 슈콜라 씸 10학년에 입학하면서 그는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하게 되었고, 학생들과도 점차 어울리게 되었다. 7번 기지 지부장 셰닌 장군의 아들 알버트와 7번 기지 관리국장 계오르기 주코프 준장의 아들 이반(그는 유독 유리를 좋아했고 감수성이 예민하여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반에게는 한살 많은 누나 예레나(1년이 빠른 11학년이었지만 나이는 유리와 동갑) 학교합창반과 정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특히 예레나와 이반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는 골방에 일찍이 찾아온 추위로 인해 난로를 피우고 자다가 가스중독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때 맞은편 방에 사는 군의관 내과의사 드미트리 소령이 구해주게 되면서 친해지게 된다. 그는 유리보다도 나이가 열살넘게 많았지만 친구가 되어주었다.

 

■1971년 3월 짧은 봄방학이 끝나고 11학년의 마지막 학기 시작되었다. 집을 나온지 3년째이고 열아홉 살이었지만 의지할 곳도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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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째 진행되어 온 KGB의 <납치요원양성 장기프로그램>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본격적으로 KGB 요원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할 단계에 와있었다. 유리는 벌써부터 KGB 요원으로 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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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5월 말 7번 기지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유리와 졸업생 모두가 소련의 대학입학자격시험 EGGE에 합격해있었다. 유리는 러시아어와 독일어는 문제가 없었고 학교성적도 괜찮았으며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운동을 많이해서 체격도 좋아져 있었다.

 

바센카를 통해 7월말에는 정식으로 KGB에 입대하게 된다는 내용을 듣게 되고 레닌 그라드(샹트 페테르부르크) KGB 학교로 가서 앞으로 2년간 기초과정교육을 받고나면 다시 이곳 7번 기지로 돌아오게 될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1971년 7월 31일 토요일 보안서약서와 충성서약서를 작성한 유리는 <KGB입대식>을 하게 되고 이내 KGB 신분증도 받게 된다. KGB 소위 후보 예비요원 교육생이 된것이다. 이후 유리는 다음날인 8월 1일 레닌그라드의 오크다에 있는 초급요원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401 KGB학교>를 찾아 가게 되고 8월 2일 월요일 아침에는 입교식을 하게 된다.

 

이때 유리는 앞으로 KGB의 방침과 지시에 절대적으로 철저하고 충실하게 따르기로 혼자 다짐한다. 여기서 유리는 세상에 있는 모든 공작기술을 몸에 익히고 각종 이론과 정보분석 및 보고서작성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첩보수집 공작활동 기법과 특징, 소련 활동목표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1972년 12월 1일 70명 전원 중위 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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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의 긴장 속에서 고된 생활을 하느라 2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몰랐다. 고강도의 긴장속에서 고된 생활이었다. 거의 기계적으로 암기하며 회피와 기동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몸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체질화시키는 습득훈련의 하루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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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생사가 걸린 실전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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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7월 27일 금요일 군사정보방첩과정 2년 교육을 마치며 수료하였고 표창도 받았다. 유리는 이제 소련 KGB 요원 중위였고 즉시 포츠담 7번 기지 KGB 지부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돌아온 후 첫 근무가 시작된 8월 한달은 7번 기지 KGB 군사정보방첩국 사무실에서 과거의 기록들을 읽어나가며 업무들을 파악하고 잡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한달만인 8월말 또 교육에 입교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데, 포츠담 대학교 국제학부의 2학년에 위탁교육생으로 들어가 3년 동안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지 한달만에 또 대학교에 정식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자 사무실에서는 모두가 의아해하며 질시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973년 9월 3일 월요일부터 매일 유리는 수업시간에 맞춰 대학교 국제학부 캠퍼스까지 걸어서 왕복했다. 이때 이반은 포츠담 대학교 역사학과의 3학년이었는데, 유리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자주 주말이면 어울려 지내게 된다.

 

■1973년 11월 7일 가을방학 막바지 이반을 만나러 그의 집을 방문하지만 예레나 외에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돌아가려는 유리를 집으로 들인 예레나와 유리는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고 이로써 남모르는 연인사이가 된다.  

 

■1974년 8월 5일 월요일 예레나는 <차이콥스키 기념 국립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진학이 결정되어 있어 모스크바로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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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나가 떠나자 유리는 정신도 영혼도 마음도 모두 잃었다. 세상은 암흑이었다. 유리는 지옥 속에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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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유리는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져 있었던것 같다. 오랫동안 짝사랑 하고 있던 예레나와 마침내 연인이 되었음에도 숨기며 사랑을 나누어야 했고,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아 끝끝내 다시 떠내보내야 하는 사랑이 아쉽고 또 아쉬웠으리라.

 

■1976년 6월 중순 포츠담 대학교에서 연구주제논문이 통과되어 졸업하게 되고, 7월 1일부로 대위로 진급되면서 군사정보방첩국 사무실로 복귀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활동은 유리에게 있어 공산주의자의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데 이에 대해 서술한 장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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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기강해이 사건들이 동독주둔군에서 뿐만 아니라 소련군과 소련사회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소련의 전반적 문제였다. KGB에서도 군에서도 외기의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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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적 노력으로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속 강화만을 강요하며 되풀이하고 있었다. 비판의식과 이성과 양심이, 자율성과 창발성이 마비된 공산주의 일단 독재체제 아래서의 한계였다. 진실을 감추고 거짓과 허위를 선전선동하며 지탱시켜 온 생명력을 잃는 체제의 말기적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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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7월 1일 소령으로 진급하게 되면서 제르진스키 고급학교 해외공작 전문과정에 1년간 입교 명령을 받게 된다. 이곳은 모스크바 미추린스키 프로스펙뜨에 있는 KGB 최고의 전문학교로, 추후 이것이 게오르기 쥬코프 장군이 도와준 것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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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KGB 아카데미교육생 생활이 너무 재미있었고 교육내용이 좋았다. 특히 언론과 무역은 흥미진진해서 앞으로 적극 활동해 보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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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월 19일 모스크바로 향하게 되고, 마침내 2년만에 예레나와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알버트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충격에 교통사고를 당한 그가 병원에서 우연히 과거 포츠담의 KGB 7번 기지 숙소방 앞에서 지냈던 드미트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뜻밖에 미모의 동양여성 서혜령을 만나게 되는데, 북조선 사람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다. 그녀는 유리를 보자마자 동향사람이라며 반가워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일주일 동안 따라다니며 유리의 곁을 맴돈다.

 

■1978년 12월 31일 일요일 방학 겸 정교회 크리스마스연휴 시작일에 텅빈 학교숙소에서 교육생 로라의 제안으로 함께 서커스를 보러 간다. 서커스를 보고 나오는 길 우연히 서혜령과 언니 서미령을 마주치게 되면서 식사 대접을 받게 되고, 이것이 계속 이어지면서 서혜령의 집에서 술자리를 가지게 된다.그리고 눈보라로 인해 하룻밤을 신세지게 된다.

 

새벽일찍 떠나는 서미령과 그녀를 배웅하며 함께 로라가 집을 나서자 이후 서혜령은 본색을 드러내며 4일동안 유리를 가두고 강제로 자신의 쾌락을 욕망을 풀게 된다. 그렇게 강제 감금과 성적도구로 지내다 서미령이 방문하면서 겨우 풀려 나게 된다.

 

■1979년 2월 유리와 로라가 한조로 편성되면서 함께 활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성과는 최우수 감청공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2월 한달동안 감청 장비를 비밀리에 은닉 설치하는데 성공했을뿐만 아니라 또 설치된 감청장비들의 수신감도도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실습활동의 실습지도관은 수십년간 영국에서 비밀활동을 하다가 은퇴한 신화적인 공작관 폐바르쉰이 맡게 되면서 더욱 더 힘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의 활동을 최고로 마무리 짓고 이후 유리는 타스통신사에 입사하여 흑색요원으로 장기활동하라는 새로운 임무를 받게 된다.

 

■1979년 10월 1일 월요일 모스크바의 타스통신 본사에 기자로 입사했고 수습기자가 된다. 그리고 소령으로 진급하게 된다. 여기서 조선민주주의 인문공화국 평양 특파원으로 인사명령을 받게 된다.

 

■1979년 12월 12일 수요일 평양으로 출발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감시 때문에 그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매번 동일한 패턴으로 생활하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기회를 엿본다. 최현장군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현무광(외국요원 감시 및 반탐국의 챔이지도원)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덕분에 북한내부의 깊숙하고 은밀한 통신선을 감청할 수 있게 되면서 KGB로부터는 더욱 더 인정을 받게 된다. KGB 본부에서는 이에 대해 격찬을 하며 역사적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1981년 1월 1일부로 소령에서 중령으로 특진하게 된다.

 

좋은일만 있었던 것 아니다. 김정일의 특이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되는데, 이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1984년 12월 하순 평양에 유리의 후임자가 파견되면서 평양에서 만 5년을 근무후 다시 모스크바로 복귀하게 된다.

 

■1985년 1월 8일 KGB의 명령으로 타스통신사에 사표제출 후 퇴직한다.

 

■1985년 1월 25일 벨기에 안트베르펜으로 무역실습수슬 파견근무 명받아 다이아몬드 무역실무 익히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1985년 1월 28일 월요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안트베르펜으로 떠난다. 이때 스위스 국적의 정식여권 발부받게 된다. 이곳에서 지내며 업체들과 호의적 관계를 조성하여 최고 혜택대우를 보장받아 놓는 것이 해야 할 임무였다. 유리는 벨기에에 대해 처음으로 느끼는 자유로운 서방세계였다고 말한다.

 

■1985년 10월 29일 서울로 파견근무를 명받는다.

 

■1986년 1월1일부로 대령으로 승진된다.

 

한국에 들어가 정착하여 안트베르펜 가공 다이아몬드, 스위스 고급시계, 보드카 등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를 설립하라는 명을 받는다. 앞서 교육받은 안트베르펜의 업체들을 통해 전체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 공급, 가격, 대금 결제기간 등에서 최고의 우대를 해준다는 약속을 다짐받는다.

 

■1985년 12월 12일 목요일 스위스 여권을 가지고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 납치된 후 18년 만에 돌아온 대한민국은 그전에 봤던 모습이 아닌 낯선곳이었다

 

■1986년 2월 중순 세종대로의 빌딩에 점포를 정하고 유한회사 <안트베르펜>을 만든다. 그리고 수입무역을 담당할 직원 우경희와 고객접대와 안전경비를 담당할 직원 강용기를 채용한다. 유리는 이곳에서도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다.

 

■1986년 6월 로라 안트베르펜에 동업자로 파견된다. 여기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고위공무직 및 돈 많은 사모님 등을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이들을 통해 연줄을 만들 생각으로 술과 밥을 대접하고, 화젯거리를 나눌 장소도 제공한다.

 

유리는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전하는데, 속에 담긴 다른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그들이 전하는 그저 겉핥기 식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듯해 보였다. 이때가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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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에서는 소련의 KGB에 비교한다면 형사법절차가 잘 지켜지는 구나! 어디에서든 기관에 대한 협조자들이 생겨서 도와주게 마련이구나! 소련에서는 법도 절차도 없이 무조건 잔인한 고문으로 시작해서 죽게 만들거나 불구로 끝을 낼 뿐인데 한국은 인권이 보호되는구나! 유리는 놀라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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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구정이 다가오자 고향에 가보기로 결심하고 직접 방문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그 곳에서 가난했던 고향을 사라졌고,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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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은 어디쯤이었는지 묘지는 어디였는지 흔적도 표시도 없었다. 마을 입구 팽나무도 유리네 집도 이웃마을도 수십리나 길고 하얗게 눈부시던 해변도 모래에 누워 지평선까지 펼쳐 있었던 해송숲도 없었다. 그 자리가 어디쯤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높고 거친 벼랑이 기운차게 바다 위로 휘돌며 만든 항구만이 한쪽에 그대로 있었다.

3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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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접기에는 아쉬워 부모님 생사라고 알고 싶은 마음에 유리는 여러 방법을 강구해 현재 부모님이 살고 계신 주소지를 마침내 찾게 된다. 그곳은 미국 북버지니아 패어팩스카운티 아난데일이었다.

 

유리는 계속해서 여러 정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대한민국 깊숙이 숨겨져 있는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에는 적나라한 대한민국에 대한 현실을 서술한 장면도 포함되어 있는데,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런 대한민국 실태에 대한 현실감 있는 고발이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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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한이 맺혀서... 자기를 희생시켜서라도 배고픈 집안을 돕고 동생을 공부시키겠다고 온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돈벌이가 잘 되면, 고시를 합격해서 부잣집에 장가들면, 출세를 하면, 농토가 수용되는 큰 보상액이 걸리면 어느새 집안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큰돈이 눈앞에 있으면 순수하던 영혼도 양심도 인정도 황폐해지고 탐욕의 광기에 빠집니다.
(...)
모두가 돈 원리주의자 극단주의자가 되고 돈을 위한 순교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제는 새치기와 낙하산, 탈법과 특혜와 차단 장벽이 능력, 미덕, 정상으로 돼 가고 있습니다.

376~3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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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련의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매우 어지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1982년 11월 10일 소련 공산당서기장이 사망하고 상황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1980년대 말 동유럽 공산주의국가들에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소비에트연방 국가들도 독립을 요구하면서 상황에 맞춘 소련헌법이 개정된다. 소련은 반란이 일어나고 계속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는데,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실패로 끝나면서 8월 29일 소련공산당이 해체되게 된다.

 

이로인해 쿠데타에 앞장섰던 <소련국가보안위원회 KGB>를 손보게 되면서 1997년 10월 11일 크렘린의 과도통치기구인 <국가평의회>는 KGB 해체를 결정하게 된다.

 

■1991년 12월 3일 KGB는 최종적으로 완전 해체된다.

 

■1991년 12월 11일 KGB의 해체 관련 소식을 접한 유리는 로라와 상의해 안트베르펜을 폐업 신고한다. 그렇게 소련 연방은 붕괴되어 14개의 독립국가로 분리되어 버린다.

 

이로인해 살길이 막막해진 이 둘은 고심끝에 유리는 한국에 남기로 하고, 로라는 다시 모스크바로 가기로 결정한다. 한국과 시차도 있고 KGB나 소련의 소식을 바로 접하기 어렵다고 느낀 로라는 모스크바에 가면 방법이 있을것이라며 사랑을 내려놓고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선다.

 

이때 소련의 상황은 이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는데, 국가평의회는 KGB를 최종 해체한후 1991년 12월 18일 다시 4개의 기구로 분리해서 되살리기로 확정한것이다. 이것을 유리와 로라는 뒤늦게 알게된다.

 

그녀를 김포공항에서 보내고 돌아나오는길에 유리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유리는 다시금 공작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십여 년 후에 유리는 이스탄불에 도착해 있었다.

 

 


대략적인 사건 경위서처럼 날짜별로 정리해 보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건 고문 후 유리는 적극적이고 탐구적이었던 성격이 순종적이고 이끌려가는 수동적 형태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켓 만들기에 심취해 있던 호기심 많던 소년은 어느새 주위를 살피며 자신이 설곳을 찾아 성실하게 임하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특이했던건 어느 누구의 연줄이나 깊은 관계성을 맺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승진과 고등교육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촘촘하게 기록된 날짜와 승급된 이력들을 통해서 확인되는데, 이외에도 서술된 주변인들의 반응에서도 얼마나 특혜를 받고 있는것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그 못지 않게 유리는 실패가 단 한번도 없을만큼 운도 굉장히 좋았다. 또 노력하는 그 이상의 성과를 통해 KGB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전대미문의 결과라고 칭할만큼 독보적인 결과를 내는것은 물론 이로인해 자주, 빠르게 교육을 받고 나라를 이동하는 등의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최초 보고서를 통해 KGB 요원으로 키워보자는 말을 전했던 KGB 의장 안드로포프의 입김이 계속 작용했던 것일까? 아니면 중간에 한번 도움을 주었던 이반과 예레나의 아버지 게오르기 쥬코프 장군의 힘이었을까?

 

이런 공산주의 국가에서 과연 아무런 연줄도 없이 이국의 땅에서 온 낯선 아이를 이렇게 끝도 없이 승진과 교육을 시켜줄 수 있었을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그 나라의 현지인들조차 이토록 좋은 교육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에 비해 유리는 혈혈단신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내며 KGB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끝까지 언급되지만, 끝끝내 유리는 그들을 찾아나서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줄을 통해 그는 끝까지 KGB에 충성하며 꽤 오랫동안 몸담았음도 알 수 있다. 어쩌면 유리는 KGB의 생활이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통해 받는 교육, 일상, 숨돌릴틈 없이 돌아가는 일정들은 그가 공허함이나 쓸쓸함에 빠질 겨를을 주지 않는다.

 

마치 어딘가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듯 필요한 시기 적절하게 사랑도 나누게 해주고, 장소도 이동시키면서 유리가 한 순간도 딴 마음을 품지 않도록 새로운 자극을 지속시킨다. 그렇게 유리는 언젠가 마음먹은대로 KGB에 종속되어 그들에게 충성하는 삶을 이어나간다.

 

겉모습은 이토록 온갖 성실함과 성과로 무장한 유리지만, 막상 그의 속내를 가만히 살펴보면 사실 끈달린 인형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속은 그 어린시절 중학생의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당연히 갖게 되는 사회성이나 가치관을 습득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타인이 말하면 말하는대로, 투명하게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한다. 어떤 거부나 반항도 없다. 사랑을 나눌때도 수동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만날때도 헤어질때도 모두 마찬가지다. 아마도 오랫동안 KGB로부터 학습되어온 명령과 이행으로 인해 어쩌면 그렇게 굳어진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KGB가 해체된다는 소식에 그 많은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독립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유리의 모습은 그래서 더 의존도 높은 아이를 연상케 한다. 로켓 하나로 인생이 바뀐 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그 옛날의 모습을 잃어버린것 같아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유리가 KGB를 벗어나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고 다시금 사랑을 듬뿍 받으며 정신적으로 멈춰있던 중학생 아이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스파이의 세계는 어떨까 궁금했던 이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유리가 받는 교육, 기술, 나라별 동향이나 세태를 살피고, 그가 받고 실행하는 임무 등이 마치 함께 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제 경험하기 어려운 평양의 생활이라던가, KGB의 모습들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모습들이라 더 그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초반에 유리는 완전히 KGB에 적응하기전 이렇게 말한다. 돌아가면 부모님 말씀 잘듣고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이다.

 

어쩌면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 더 최선을 다하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현재의 우리의 삶에 더 충실해보자. 그렇게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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