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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장항준 감독이 강력 추천할 만큼 읽는 내내 깔깔깔 웃음 짓게 만들었던 이 책에는 유머, 발랄, 귀염, 엉뚱,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의 모든 장르가 들어있었는데, 어릴 적 한 번쯤 해볼 만한 엉뚱한 상상과 현대적 해석이 맞물려 읽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들었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로 발길을 붙잡는 소히 도사라는 이들과 어릴 적 보았던 SF 영화 에이리언 속 외계인과 비행접시, 그리고 한때 붐처럼 일었던 코미디 프로그램 속 유행어가 마구 뒤섞여 어딘가 복잡하고 난해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유머 코드로 자리하면서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한 소재를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스토리를 간단히 풀어보면, 지구가 인간들로 인해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병들어 가면서 더 이상 다른 생명체가 살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우주의 절대자인 안드로메다 황제는 인류를 없애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조사차 생식 능력을 없애는 약품 테스트를 위해 가장 아끼는 막내 공주 수정을 지구 여성의 모습으로 만들어 지구로 파견한다.
약사로 위장하고 미리 지구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던 미자와 함께 살며 수정은 알래스카 공기라고 속이고 약국을 방문하는 지구 남성들을 대상으로 시음행사를 진행하며 생식 능력을 없애는데 열중한다.
그러던 중 테스트가 거의 끝나갈 즈음 약이 듣지 않는 유일한 지구인 남성인 진석을 만나게 되면서 외계인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를 전해 들은 안드로메다 황제는 철저한 분석과 조사를 지시하고 이에 따라 미자는 지구인들의 모든 것을 철저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연인이 되어야 한다며 수정에게 제안한다. 사랑과 연애에 관한 개념이 없는 안드로메다에서 살다 온 수정은 난감했지만, 미자와 함께 훈련하며 적극적으로 진석에게 대시하지만 진석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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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미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아니 애초에 집에 왜 있는 건지 모를 군복과 빨간 조교 모자를 갖춰 입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웃으면 복이 와요. 웃는 사람은 다 예뻐. 너의 웃음 소리가 들려. 웃기고 앉아있네. 다 웃는 얼굴과 관련된 말들이에요. 그만큼 웃는 게 중요하단 뜻이죠."
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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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하 넘흐 조아효. 옵하 죄송한데 삼천원만 주세효. 금연초 사 피게요.
차라리 지식인들이 가득한 초록창에 질문을 올리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초록창이 뭔지도 잘 모를 수정은 그저 미자의 말만을 따라 또다시 개그우먼의 애교를 따라 하고 또 따라 했다.
"옵하 넘흐 조아효. 옵하 죄송한데 삼천원만 주세효. 금연초..."
"다시요. 그래서 어디 삼천원 꺼내겠어요?"
"옵하 넘흐 조아효."
"단 돈 천원도 안돼. 천원도!"
"옵하 넘흐...."
"다시!"
1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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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랭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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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에서의 신분은 공주님과 보좌역이지만 지구에서는 엄마와 딸로 지내는 수정과 미자의 언행은 어딘가 모르게 엉뚱함과 웃음을 자아낸다. 지구의 상식을 어설프게 알고 있는 미자와 그런 미자를 믿고 연애 필승을 다지는 수정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님아 제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데, 어설프고 엉뚱해서 오히려 더 외계인이라는 설정과도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그러던 중 진석과 그의 친구 춘혁이 참여하는 지구환경 지키기 캠페인 참여 및 진석이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점차 수정에 대한 진석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둘은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하고, 감정이 깊어질 무렵 안드로메다 황제로부터 귀환 명령을 받게 된다. 이후 연인이 된 진석과 수정, 그리고 미자의 행방과 또 외계인이라 굳게 믿고 오랫동안 미자의 뒤를 쫓아다니던 병구와 지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결말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톡톡 튀는 젊은 감성에 올드한 유머 한 방울, 장르는 로맨틱 판타지와 SF, 국정원이 등장하는 추격신까지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와 담긴 의미를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와 지구환경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던 안드로메다 외계인 수정이 지구에 적응해가면서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부분은 어딘가 특별하게 다가왔는데, 그녀만이 가진 엉뚱 발랄한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이 모든 이야기의 가장 정점이자 핵심이기도 한데, 인류의 모든 근본이자 바탕이 되는 지구의 실상을 그 어떤 것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함께 나눈 느낌이 들어 이후 이 책에 서술된 다양한 방법들을 현실에서 실천으로까지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닐포장을 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 가게 운영하기, 흔하게 쓰는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채식하기, 바닷속 깊이 잠들어 있는 폐그물과 어망 수거하기, 분리수거 잘하기, 에코백 사용하기, 지구 환경을 위한 세미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등등.
흔하지 않고 특이해서 더 자꾸만 손이 갔던 이 책을 통해 무해한 사랑 이야기는 물론,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여러 방법들도 함께 배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심각한 지구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여러 사회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