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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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연상시키는 분홍분홍한 옷을 입고 있던 10주년 특별판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김선영 작가의 신간이 출판된다고 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먼저 읽었던 <시간을 파는 상점>이 청소년 문학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여러 이면과 의미를 담고 있어 기억에 많이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새로운 마음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이번 신작은 앞서 읽었던 <시간을 파는 상점>과 같이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살짝 결이 다른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는데, 청소년기 때 한 번쯤 겪게 되는 상처와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는 판타지와 SF적 요소의 결합을 통해 독특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공부를 잘하고 싶었던 염원을 담아 읽어봐도 재미있을듯 하다.

 

더불어 몸과 마음이 한참 자라나며 혼동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기에 겪는 격동의 상황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들이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그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 혹은 그 시기를 이미 겪어온 이들 모두 함께 공감하며 자신의 내면과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시기 우리는 어떤 것으로 상처를 입었었는지, 무엇이 가장 힘들었었는지, 어떤 계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공부, 친구, 가족, 학교, 성적, 놀이 등 지금은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당시의 우리에겐 전부였던 소재의 이야기들을 통해 추억과 마음을 함께 나누어봐도 좋을 것 같다.

 

 


<바깥은 준비됐어>

 

반에 꼭 한 명쯤은 있는 모두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아이, 유라. 그래서 더 단짝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는데 우연한 일을 계기로 유라와 인서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인해 인서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너무 소중했기에 그만큼 더 배신감과 상처로 남았던 그 일은 인서로 하여금 친구를 사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 새 학기 새 학교에서 맞이한 낯섦속 익숙한 유라를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인서는 과거의 상처가 다시 되살아나며 학교 가는 것이 두려워 피하게 된다. 편모 가정 속에서 의지할 곳 없이 혼자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인서는 엄마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심리 상담 센터를 방문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세상을 향해 다시금 나아가는 인서의 발걸음을 함께 지켜보면서 응원하게 되는 <바깥은 준비됐어>를 통해 가족과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요소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들이기에 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치유와 성장을 돕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의 독서법>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의 독서법>에는 학창 시절 한 번쯤 꿈꾸게 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바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문제의 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책을 자세히 읽지 않아도 순식간에 내용 파악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비한 능력을 가진 강우는 사실 뭐든 뛰어난 형과 항상 비교가 되면서 기 한번 제대로 피지 못하고 살던 아이였다. 엄마의 관심은 물론 선생님들 마저 형과 비교하며 늘 주눅 들어 살았기에 언제나 튀는 것을 싫어했고 대부분의 생활을 거의 포기하며 되는대로 살던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분 뒤에 특정 키워드가 크게 보이고 글꼴이 달라지면서 도드라져 보이는 돋을새김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책이나 시험문제의 핵심 키워드나 정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적은 쑥쑥 올랐고, 포기로 일관하던 엄마의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갑작스러운 선생님들의 주목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갑작스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문불출 중인 형의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된다.

 

갑자기 생긴 능력과 그로 인해 성적이 오른 것을 시작으로 받게 된 온갖 관심. 강우는 어리둥절한 동시에 이 현상의 원인과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저 오로지 성적에만 관심 있는 어른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이 특이한 현상의 원인에만 관심을 가지는 강우. 현상을 쫓는 강우와 성적이 오른 강우를 쫓는 사람들의 대비가 어쩐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허무맹랑하고 특이한 현상을 담고 있는 이 내용은 그저 결과만을 중시하고 공부만 앞세우는 욕심 많은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바람이자 그것을 대변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내 눈앞에 돋을새김 현상이 나타나며 모든 글자들이 한눈에 쏙쏙 들어온다면 어떨까? 그 자체를 즐길까? 아니면 그 현상에 의문을 품을까?

 

학창 시절 누구나 겪는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특히 더 마음이 갔던 스토리 중에 하나였다. 공부와 성적에 대한 과도한 관심, 성적순에 따라 달라지는 선생님들의 대우, 그리고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되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 강우에게 나타난 현상보다 공부를 둘러싼 강우 주변 인물들에 더 집중해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흔들리는 난타>

 

흔들리고 있는 교육의 현장 속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흔들리는 난타>.

 

가을 새 학기에 부임한 쌍절곤 혹은 난타쌤이라고 불리는 선생님은 학교에서 소히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만을 모아 난타반을 만든다. 모두가 문제아라고 포기한 이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회유하여 이들에게 각종 악기와 쌍절곤을 가르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무 의욕도 관심도 없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이 스토리는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의 가족에까지 영향을 주는데, 학교라는 울타리와 선생님의 관심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과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잘 지내>

 

뛰어난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던 언니가 어느 날 성폭행을 당하면서 언니의 삶은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몇 번의 자해와 파혼, 그리고 죽음. 이 일로 자신은 물론 자신의 딸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나는 불안함에 딸을 숨 막히도록 관리하기 시작한다.

 

이런 엄마를 모르지 않았던 딸은 엄마에게 유럽 여행을 제안하고, 이 여행을 통해서 모녀는 그동안 마음속에 담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낸다. 오랜 시간 그저 숨기기에 급급했던 슬픔과 상처가 봇물 터지듯 터지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서러움과 힘듦을 털어내게 되면서 어느새 제대로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딸을 통해 듣게 된 언니의 유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통해 언니의 진심도 전해 듣게 된다.

 

가족이었기에 안 좋은 일은 더 묻어두려 했고, 그래서 더 오랫동안 아팠던 한 가족의 3대에 걸린 불행한 가족사.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했지만 그 그림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나는 딸을 통해 그 상처를 마주하고 드러냄으로써 마침내 치유와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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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끼리, 특히 가족끼리는 본질을 건드리는 말은 피하고 싶어 한다. 안 그래도 늘 바닥을 보고, 보여주는 관계인데 더 깊은 바닥까지 들여다본들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쑥스럽고 민망함만 남아 더욱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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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 마침내 인생의 의미를 비로소 찾게 된 나 자신과의 화해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상처나 꾹꾹 눌러둔 묵은 감정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털어내보면 어떨까?

 

 


<중독>

 

처음에는 단순한 수집에서 시작됐다. 예뻐서 하나둘 모으던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가치로 재평가 받으면서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어느새 방대해졌다. 수집은 인생도 변화시켰다. 배우자를 만나게 했고, 삶의 모습도 변화시켰다.

 

수집은 어느새 중독처럼 되어버렸고, 인해의 삶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물난리로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되면서 비로소 수집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까운 마음보다 그저 후련했다. 

 

엄마의 수집벽은 아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손 사진을 찍고 모으면서 어느새 남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을 눈치챈 친구 건도로 인해 타인에게 노출될 뻔한 위험한 상황을 겨우 넘긴 후 나는 혼자만 간직했던 손 사진 수집을 중단하게 된다.

 

엄마 인해와 아들의 수집은 처음에 그저 예쁘거나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내 이것은 삶의 전반을 자치하게 될 만큼 중독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메우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과 시부모의 관심 밖에서 결혼생활을 버텨내야 했던 며느리의 공허함과 부모의 사랑 밖에서 자신만의 삶을 구축해야 했던 아들이 각자 도생을 위해 만든 버팀목인 건 아니었을까?

 


한 번쯤은 했을법한 고민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다섯 편의 스토리를 읽다 보면 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학창 시절 친구와의 추억, 부모와 가족, 학교생활과 성적에 관한 고민, 그리고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추억과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고민과 수없이 반복되던 상처와 치유의 과정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나아가는 힘이자 경험이 되었다.

 

때로 이 기억들과 경험들이 다시금 스멀스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했고, 치열하게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살아온 자신을 부디 믿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 다섯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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