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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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나 작품을 제작하는 이들의 작품을 둘러볼 때면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그들의 공간은 어떤 것으로 채워져 있을지 늘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장소에서 이런 작품들을 쏟아내는 걸까? 작품만을 위한 깔끔한 공간일까 아니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곳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그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들이 글을 쓰는 패턴이나 습관, 취향 등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남다른 취미와 의외의 면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글을 쓸 때의 단순한 습관부터, 자세, 글을 쓰는 환경(이를테면 방안의 장식, 방 밖의 환경, 타인과의 교류 등) 등을 통해 나의 취향은 어떤 것에 더 가까운지도 같이 비교해 보다 보니 나만의 공간에 대한 애착도 더 강해짐을 느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 외부에는 더 잘 알려지지 않아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읽게 되었는데, 너무 다른 취향과 습관, 환경들을 살펴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것,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총 5개의 스타일로 묶어 룸으로 나누었는데,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방,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각각의 룸 안에도 각기 다른 창작의 공간들이 담겨있었는데 익숙한 공간도 있었고, 이색적인 공간도 있었으며 포커스가 안이 아닌 밖에 집중되어 있는 공간도 있었다.

 

50인의 작가와 그들의 공간에 얽힌 에피소드를 살펴보면서 특히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몇 곳을 소개해 보려 한다. 이 공간들을 살펴보면서 이 작품들이 쓰여질때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함께 그 순간을 상상으로나마 잠시 목도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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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에게는 저마다 의식이 있습니다.
(...)
작가들의 의식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의식이 바로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장소로 가는 일일 거예요. 작가들에게는 혼자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정말 필요하니까요.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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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공간을 엿보기에 앞서, 제각각 다른 집필 습관과 조건과는 다르게 공통점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창작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점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첫째, 쉽게 방해 받지 않을 공간을 확보한다.
둘째, 활용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최대한 활용한다.
셋째, 어디서든 오전에 쓴다.

 

 

작가들의 집필공간은 어쩌면 이 공통점을 아우르는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오롯이 나만의 위한 공간! 여성들에게는 일상적인 방해 요소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뒤뜰의 피난처 같은 곳이며 '남성의 동굴'로도 표현되는 곳이 바로 이 집필실이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
■집필실: 이스트 서식스주 로드 멜의 오두막(영국)
■작품: 올랜도, 댈러웨이 부인, 파도, 막간
■글 쓰는 습관: 매일 아침 빠짐없이 글을 쓴다. 여성만을 위한 안락한 공간을 활용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울프는 담배꽁초, 펜촉, 구긴 종이 뭉치 등으로 지저분한 환경에서 글을 썼는데 그녀는 평생 스탠딩 데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테이블과 책상을 썼다.

 


<알고 있으면 좋을 상식>

영국 여성문학상의 최우수상 상금이 3만 파운드인 이유!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500파운드가 필요하다고 말한 울프의 말에 따라 요즘으로 치면 3만 파운드인 이 금액이 1996년 제정된 영국 여성문학상 최우수상 상금에 적용된 것이다.

 

 


<W.H. 오든>
■집필실: 뉴욕의 아파트(미국), 키르슈테튼의 다락방(오스트리아)
■작품: 장례식 블루스, 야간 우편, 창작의 동굴, 저 위에서
■글 쓰는 습관: 매일 아침 일어나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십자말풀이를 한 다음,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글을 쓴다. 30분 동안 점심을 먹고 다시 글을 쓰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하는 루틴. 또 일하는 도중에는 어떤 손님도 만나지 않는다.

 

시간을 늘 확인하며 마감일을 잘 지키는 작가로 유명했는데 온통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이 일들을 해냈다. 집필실은 질서 정연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책과 잡지, 마시다 만 커피 때문에 얼룩투성이 인 커피잔, 빵조각, 담배꽁초를 모아 둔 커다란 접시, 먹고 남음 올리브 씨가 널려있는 테이블 등 집안 공기는 니코틴과 커피 냄새로 퀴퀴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집필실: 파리 아파트 침실(프랑스)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글 쓰는 습관: 침대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대표하는 작가가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이다. 완벽한 '와식 작가'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누워서 혹은 침대에서 글을 쓰는 것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와식 생활로 글을 쓰는 작가들을 몇몇 살펴보면, 유명한 영국 시인인 이디스 시트웰은 뚜껑을 열어놓은 관에 누워 작품을 구성하고, <율리우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는 흰 코트를 입고 엎드린 채 큼직한 파란색 연필로 곧잘 글을 썼다고 한다. 이외에도 비수직성에 가장 충실했던 작가는 트루먼 커포티로 자신을 "완벽한 와식 작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마야 안젤루>
■집필실: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호텔들(미국)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글 쓰는 습관: 호텔에 투숙하여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다.

 

이외에도 마크 트웨인, O.헨리, 윌리엄 S.버로스, 잭 케루악 등 수많은 작가들이 예술가의 아지트였던 첼시 호텔을 이용했다.

 

 


<조지 오웰>
■집필실: 이너 헤브리디스제도 주라 섬 농가 침실(영국)
■작품: 유럽에 남은 마지막 인간, 1984
■글 쓰는 습관: 스코틀랜드 주라 섬에 가서 은둔 생활을 하며 글을 썼다.

 

주라는 인구가 300명 정도인 작은 섬으로, 이 섬 북쪽에 있는 반힐이라는 농가에 거주하며 글을 썼다. 지내는 동안 수많은 불편을 겪었는데 전기도 온수도 없었으며 전화기는 물론 세상과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배터리로 켜지는 라디오가 전부였다. 아주 기본적인 이동 수단밖에 없어 사람들이 선뜻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었다.

 

 


<찰스 디킨스>
■집필실: 켄트주 하이엄의 개즈힐플레이스에 지은 살레와 런던 집들(영국)
■작품: 위대한 유산,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
■글 쓰는 습관: 집이라는 개념을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작가로, 글을 쓰는 곳이면 어디든 주변 환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해외에 갈 때마다 자개로 장식된 휴대용 자단나무 문구함을 챙기는 것은 물론 집을 떠올릴 수 있는 한 가지를 갖고 다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집필실: 아바나 자택 침실(쿠바)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파리는 날마다 축제, 노인과 바다 
■글 쓰는 습관: 많은 작가들이 서서 일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아닐까 한다. 두 차례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해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지기 전부터 서서 일하는 걸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서서 일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더불어 하루에 500단어씩 성실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성실히 글을 써 내려갔다.

 

 


<레이 브래드버리>
■집필실: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 자택 지하 차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파월 도서관 지하(미국)
■작품: 화씨 451
■글 쓰는 습관: 브래드버리는 자신의 집 차고에서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린 자녀들이 놀아 달라고 오는 바람에 캘리포니아대학 파월 도서관 지하에 있는 타자실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글을 썼던 홈 오피스 분위기를 어느 정도 재현했는데, 각종 티켓부터 NASA에서 받은 화성 모형까지, 평생 모은 온갖 창의적인 잡동사니들로 장식했다. 더불어 장난감을 무척 좋아한 그는 집필실에 공룡 모형이나 깡통 로봇을 비롯해 아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많은 장난감을 갖다 놨다.

 

 


<무라카미 하루키>
■집필실: 도쿄의 집필실(일본)
■작품: 1973년의 핀볼
■글 쓰는 습관: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 그는, 실제로 음악과 글쓰기에 리듬, 선율, 조화, 즉흥성 등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보통 4시에 글을 쓰기 시작해 대여섯 시간 정도 글을 쓰는 데만 집중한 후 오후에는 달리거나 수영을 하는 등의 운동을 한 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가 저녁 9시에는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이런 시간을 통해 글을 쓸 에너지를 충전한다고 하니 그에게 이 루틴은 그냥 삶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집필실과 글 쓰는 습관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특정 집필실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캐나다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증언들>과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쓴 마거릿 애트우드, 여러 카페들에서 글을 쓰며 어린 딸을 키운 J.K 롤링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카페에서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한다. 돌아다니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아서 코넌 도일은 자신이 직접 의뢰한 특별한 집필용 트렁크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며 글을 썼는데, 닫혀 있을 때는 여행 가방처럼 보이고, 펼치면 책꽂이, 타자기, 서랍까지 있는 책상으로 변신하는 집필용 트렁크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있는 공간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만의 집필실을 만드는 등 가지각색의 색다른 창조공간을 만나보면서 작가의 새로운 일면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작품으로만 만나보는 것보다 작가가 작품을 쓴 공간을 통해서 만나보니 훨씬 더 작품과 작가에 대해 다각도로 느낄 수 있어 새로웠다. 세세하게 표현된 글과 일러스트로 표현된 그림들은 글을 쓰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는데, 누워서 글을 쓰는 모습,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 담배 연기가 자욱한 집필실 등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오랫동안 머무는 익숙한 나의 공간 안에는 나를 닮은 향기, 나를 닮은 모습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크고 작은 물건들,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는 소소하지만 손 때 묻은 생활감들을 통해 그 공간에 머무는 주인의 성격과 취향, 스타일을 상상해 보자. 때론 매캐한 담배 냄새가 고약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혹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창밖 풍광에 시선을 빼앗겨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혹은 기발한 물건과 그림들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세상 독특한 아이디어를 창조해 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난 후 문득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둘러보면서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이 공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감을 주는지. 또 나의 취향은 어떠한지. 별것 아닌 물건의 위치와 모양, 형태, 주로 사용된 색감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이고 나의 생활 패턴은 어떤지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내 취향이 스며든 익숙한 공간이 문득 색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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