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러키 도그
쥴리아 런던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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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웅성웅성, 복작복작 읽는 내내 귀가 시끄러웠던 <유 러키 도그>는 불운 속에서 마침내 찾아낸 행운이자 운명인 인연을 그리고 있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소설이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고 있는 그들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이웃이지만 한 번도 마주치거나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반려견의 산책을 맡겼던 알바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비슷하게 생긴 바셋 하운드 두 마리의 반려견이 서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프리랜서로 홍보 일을 하고 있는 칼리 케네디와 그녀의 반려견 백스터! 그리고 뇌과학자이며 신경과학과에서 종신 재직권을 노리고 있는 맥스 셰핑턴과 그의 반려견 헤이즐!

 

그들은 집에서 그들의 반려견을 마주치는 순간 자신의 반려견이 아닌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는데, 백스터와 헤이즐의 성격과 습관이 워낙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활달한 성격에 쿠션을 물어뜯는 건 기본이고 소파에 올라가 도그 TV를 즐겨 보는 헤이즐과는 다르게 소파에 올라가는 건 고사하고 구석 모서리에 웅크려 숨어있기를 좋아하는 백스터! 먹는 것도 생활습관도 달랐지만 이 둘이 만나는 순간 상황은 돌변하게 되는데,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뒹굴고 달려드는 등 사고뭉치가 따로 없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집세와 생계를 위해 클라이언트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물론 온갖 잡일에 가족들의 뒤치다꺼리까지 도맡아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칼리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판이다. TV는 물론 편히 앉아 쉴 시간도 없이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담당하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불편하고 이상한 하이패션 옷까지 입고 다니느라 늘 피곤하다.

 

반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 때문에 뇌과학 연구를 하게 된 맥스는 대학교수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종신 재직권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뇌에 관해서만큼은 척척박사일지 모르나 연애나 여자들에 대해서는 서툴고 익숙하지 않아 흔한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처럼 다른 생활패턴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던 둘이 뒤바뀐 반려견을 되찾기 위해 만나게 되면서 이들은 묘한 이끌림을 가지게 된다. 삶에서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시기에 맞닥뜨린 반려견을 잃어버린 그 순간은 어쩌면 불행이었을지도 모르나 이 불행으로 이어진 만남은 추후 평생의 인연의 짝을 만나는 행운 같은 순간이 된다.

 

엉뚱하고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칼리의 모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맥스와 그런 그를 보고 핸섬한 얼굴과 섹시한 매력에 이끌림을 느낀 칼리! 그들은 서로의 위급상황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연인이 된다. 비록 이해 못 할 하이패션과 홍보 분야에 지식이 전무했던 맥스와 그가 연구하는 뇌과학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칼리였지만 그들의 로맨스는 점점 더 깊어져간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모습이 잘 드러났던 페이지)

 

그들이 호감을 갖고 만남을 이어가는 중에도 그들의 삶은 늘 바쁘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데,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독박 육아에 치여 하소연하는 언니의 전화, 아빠와의 이혼 후 자유연애를 하느라 바쁜 엄마, 갑작스레 집세를 올리겠다는 집주인, 생계가 달려있는 홍보 클라이언트들의 문제들은 한순간도 칼리에게 쉼을 주지 않는다.

 

맥스도 일생일대의 중대한 종신 재직권을 두고 갑자기 경쟁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데, 그 와중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을 돌보며 그의 독립을 도와주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런 둘의 개인적인 사정과는 상관없이 호감이 인연이 되어가던 중 더 크고 복잡한 일들이 가족과 직업에서 연달아 터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된다. 불행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던 그들이었는데 당장 눈앞에 닥친 불행은 달콤한 그들의 인연을 놓게 만든다. 하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기나긴 불행 속에서 마침내 진정한 행운을 쟁취하게 된다.

 

 


시끌벅적하고 매일이 혼란 속이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 때문에 자꾸만 궁금증이 인다. '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해결할까?'를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칼리와 맥스의 삶은 어느새 현재의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뚱땅뚱땅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삶은 매일이 버라이어티하다. 독특한 캐릭터를 발산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벗어나고 싶고 짐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개판 5분 전의 상황들을 연속으로 겪다 보면 어느새 멘붕이 올 때도 있는데, 숨 가쁘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유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공감과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익숙하지 않음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칼리와 맥스의 연애 방식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통통 튀는 그들의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기대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후겟츠 웨슬리'가 떠올랐는데, 댕댕이의 귀여움과 아웅다웅하는 연인들 간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관계나 상황적 묘사는 다르지만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책과 영화 모두 추천한다.

 

읽는 내내 각종 다양한 소리에 시달린 느낌이 들어 읽고 나서는 귀가 먹먹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미리 당부하자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느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기를 바란다(^^) 음성지원이 되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모처럼 가슴 따뜻해지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한편을 본 것 같아 오늘 밤은 행복한 기분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함이 감도는 가을, 지금 딱 어울리는 스토리의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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