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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평점 :
요즘 특히 뉴스를 통해 많이 언급되는 경제분야의 헤드라인 중에서 국민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세금'은 코로나 이후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물가가 끝없이 오르면서 덩달아 오르는 품목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아깝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세금' 이 아닐까 싶다. 경쟁하듯이 하루아침에 불쑥불쑥 치솟는 세금은 은근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세금에 대해 담고 있는 책이라 더 흥미를 끌었다.
나라 살림의 중심이자 근간인 세금!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직접세, 간접세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걷어들이게 되는데,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세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고, 당시 어떤 문화가 있었는지, 또 어떤 엉뚱하고 색다른 에피소드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세금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고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 피하거나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많은데, 이 책에는 숫자나 개념적 설명 보다 세금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70가지가 실려있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된 세금이야기에는 역사 속 자리했던 놀라운 세금이야기와 황당하고 기막힌 세금이야기, 일본의 남다른 세금이야기, 인류의 문화와 깊숙이 관계가 있는 세금이야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세금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짤막하고 재미있게 쓰여진 세금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세계 역사와 문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격차,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세금의 히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세금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특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PART 2 세계를 뒤흔든 ‘기막힌 세금'>이었다.
터무니없고 황당한 세금부터, 세계의 역사가 뒤바뀔 만큼 엄청난 세금까지! 세금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숨겨진 이면까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순서대로 책을 읽어도 좋지만, 가장 흥미 있는 세금이야기가 담겨있는 파트부터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PART 1 역사를 바꾼 ‘놀라운 세금’
인류의 역사를 바꾼 큼직한 세금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관련 있는 나라의 역사를 곁들여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PART 2 세계를 뒤흔든 ‘기막힌 세금’
어딘가 살짝 비껴난듯한 황당하고 어이없는 세금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어딘가 들어본 이야기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읽다 보면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PART 3 일본의 ‘황당한 세금’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 일본과 관련된 세금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이건 뭐지?'라고 생각되는 일본 한정 황당한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PART 4 인류를 위한 ‘괴상한 세금’
이 파트도 2번째 파트 다음으로 재밌게 읽었던 파트 중 하나인데, 생활 속 문화와 깊숙이 관련된 세금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부유세', '교통체증세', '담뱃세', '감자칩세', '소다세', '비만세' 등 뭔가 어이없지만 그럴듯한 세금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PART 5 알아두면 약이 되는 ‘위대한 세금’
현재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과 가장 밀접한 세금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파트로, '재산세', '원천징수', '주민세'등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2026년 달라질 맥주와 발포주 세율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참고해 보길 바란다.
읽으면서 독특하고 황당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는지, 왜 기억에 남은 이야기였는지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초야세>
고대부터 중세에 걸쳐 유럽에는 '초야세'가 있었는데 영주는 영주민이 결혼하는 부인과 첫날밤에 동침할 수 있는 '초야권'이라는 권리를 가졌다. 결혼하려는 영주민이 영주의 초야권을 거부하려면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 세금이 바로 초야세다. 초야세의 흔적을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초야권이 오페라로 만들어질 만큼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제도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방세>
약 200년 전, 인도 케릴라주에는 '유방세'라는 가혹한 세금이 있었다. 유방세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내야 하는 세금으로, 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길 수 없었다. 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으며 스무 살이 되면 관리에게 유방을 측정 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인도인은 엄격한 신분제도 안에 갇혀 살면서도 자신보다 하위인 자티를 업신여겼는데 이러한 멸시가 유방세라는 말도 안 되는 세금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염세>
18세기 표트르 대제의 등장으로 러시아는 강국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표트르 대제는 매우 진보적인 인물로 잇따라 개혁을 추진하며 서유럽에 방문단을 파견하고 해군을 창설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쳤다. 그런데 이것들을 실행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다양한 새로운 세금 제도를 만들게 되는데 이때 만들어진 특이한 세금 중에 하나가 바로 '수염세'였다.
'수염세'는 이름 그대로 콧수염이 있는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으로 세액은 각 신분의 재산 사정에 따라 바뀌었으며 수염세를 납부하면 영수증을 줬다.
<창문세>
17세기 말 영국에서는 '창문세'가 만들어졌는데 난로세에 시달리던 정부 당국이 새로 창문세를 신설한 것이다. 창문수는 건물 크기에 비례하니 큰 집에 사는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고 작고 가난한 집은 그만큼 세금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되었는데 창문세는 한 건물당 창문 6개까지는 면세되었다고 한다. 유럽을 여행하다가 간혹 창문이 막혀 있는 건물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막아 둔 것으로 확인하면 된다.
<견세>
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동물로, 반려동물 중 3분의 1이 개라는 데이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반려견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독일과 네덜란드는 한 마리당 약 10만 원, 중국은 20만 원 정도의 세금을 매긴다고 한다. 견세는 안일하게 개를 키우는 행위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며 배설물 등의 처리 비용에도 사용된다.
세금이야기에 따라 하하 웃게 되는 에피소드도 있었고, 어이없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이런 세금은 우리나라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틀에 박힌 세금이야기에서 벗어나 에피소드 형태로 만나보니 세금이 왜 중요하고, 나라의 재정에서 어떤 역할들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작고 사소한 생활 곳곳에도 숨어있는 세금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