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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평점 :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하나씩 세는 것은 언제나 마법 같은 상황을 불러온다. 흥분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역할도 하고, 누군가를 살리는 소리이기도 하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스르르 잠들 수 있는 마법을 일으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숫자를 세는 행위는 잠시 멈춤의 시간이기도 하고, 집중의 시간이기도 하며,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길을 걷다가 문득 보이는 돌멩이나 꽃, 집 등을 하나하나 세는 행위도 마찬가지인데 <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라는 제목 또한 같은 맥락에서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하나, 둘, 셋, 넷" 쉼이 필요할 때, 마음이 어지러울 때,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고요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 찰나의 시간!
말랑말랑, 폭신폭신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일러스트 에세이 형태로 짤막한 글과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다. 모든 것이 괜찮아지길, 힘들었던 마음이 말랑해지길 바라며 차곡차곡 모은 그림과 글을 엮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펼치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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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혼자만 갖고 있던 마법 같은 말과 마음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그림과 글을 네모나게 엮어 보았어요.
모든 것이 괜찮아지길. 힘들었던 마음이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해지길 바라요.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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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커버를 벗기면 귀여운 일러스트가 숨겨져 있다.
어딘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과 캐릭터, 해맑은 표정의 일러스트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형태로 매 페이지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데, 그래서인지 어릴 적 동화책을 읽는 느낌도 든다. 대단한 위로나 큰 수식어 없이도 말랑해진 마음으로 경계를 허물고, 그저 귀여운 캐릭터를 둘러보며 위로와 다정함을 건네받는다.
어느새 잊힌 어린 시절 반짝이던 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나, 순수했던 모습의 나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들을 보면서 잠시 그 당시의 보송보송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다채로웠던 그 시절의 우리와 티 없이 환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따뜻하고 포근한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다.
삶의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 사는 것이 문득 힘겹다고 느껴질 때, 잠시의 심호흡은 안정과 다시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예쁜 말, 달콤한 말에 퐁당 빠져 일러스트들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다시 삶을 살아갈 여유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매 순간 행복과 기적이 옆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심호흡 크게 하고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어보자. 인생을 길게 보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총 4개의 파트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절별로 느껴지는 싱그러움, 따스함, 풍성함, 충족감들은 달콤 달달함을 싣고 짤막한 글귀에 실려 전해져온다.
머리가 복잡할 땐 곰돌이를 세어 봐
하나 둘 셋 넷
모든 게 사랑스러워지는 주문
주전자 가득 따끈한 홍차
생크림 듬뿍 바른 케이크에 톡 얹은 체리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어
아주 평범한 것에서 찾아내면 돼
때로는 그늘에서 쉬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저 멀리 무지개가 보여?
우리가 갈 곳이야
하루가 행복해지는 습관 하나
자기 전에 오늘 만난 꽃 이야기를 하기
(...)
얘기하다 보면 어디에나 꽃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네가 어디서나 무엇이든 피워낼 수 있는 것처럼
잔잔해서 행복한 날이야
슬픔은 오래된 눈처럼 쌓아 두지 않을래
(...) 진눈깨비처럼
나쁜 마음은 빠르게 녹여 버리자
(...) 서리처럼
울적한 마음은 따뜻하게 녹여 버리자
슬픔은 물에 녹는대
따뜻한 물속에 마음을 담그면
슬픔이 스르르 사라져
자, 이제 거품으로 슥삭슥삭
뽀득뽀득 빛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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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행복, 이 다섯 글자는 그림 속에 한 글자씩 새겨 넣으려고 합니다. 힘들고 지치는 때가 오더라도 잔잔한 행복이 있다면 어떠한 일도 파도 타듯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강한 행복, 진한 행복, 싱거운 행복같이 다양한 것들을 여러 해 겪다 보니 역시나, 잔잔한 것이 오래오래 새벽까지 물결을 치게 합니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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