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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평점 :
책 소개글만으로도 흥미를 끌었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책을 집어 드는 순간, 놓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흥미진진했다. 1993년 개봉한 고전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영감을 받아쓴 이 소설은 새로운 나, 사랑, 가족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기로 충분히 그 자체로 매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단순한 여행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의의와 구성,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가정폭력, 도박에 빠진 남편) 함께 다루고 있는 것은 물론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성취해가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이 없는 두 여성의 티격태격하는 캐미는 보는 내내 흐뭇함과 다음 여정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의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두 여성은 물론 이 여정에 함께 하고 있는 세 아이의 변화에 주목할 것 ②일반적인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가족형태의 의미와 구성에 대해 살펴볼 것 ③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이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것.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고 싶어서, 잘 살고 싶어서 굳은 결심과 함께 시작된 이 여정은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결혼 15년 차 하들리는 매우 매력적인 여성으로, 남편과 아이, 조카를 위해 내조에 전념하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지만, 남편의 지속되는 가정폭력으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음을 직감한다. 남편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분풀이식 성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남편 몰래 떠날 준비를 마친다. 떠나기 전 하들리는 남편 프랭크의 사무실에서 돈을 훔쳐 멀리 달아나고자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곳에서 그레이스를 마주치고 만다.
결혼 6년 차인 그레이스는 도박에 빠진 남편 때문에 전 재산을 잃게 되면서 살길이 막막해진다. 더불어 직장에서는 사장인 프랭크가 성과를 가로채고 쫓겨날 위기에 처하면서 프랭크의 금고를 털어 멀리 떠날 결심을 하는데, 우연히 여기서 하들리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렇듯 프랭크의 비밀금고를 털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두 여성의 우연한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그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는 두 여성뿐만 아니라 세 명의 아이도 함께 하게 되는데 하들리의 딸 매티, 하들리의 조카 스키퍼, 그레이스의 4개월 된 아기인 마일스이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떠난 여정은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엉뚱한 일에 휘말리면서 버라이어티 한 도주와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다른 성격과 취향, 스타일을 가진 두 여성은 매번 의견 충돌을 겪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하나씩 채워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반항심에 똘똘 뭉친 중학생 매티도,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순수하고 특별함을 가진 스키퍼도,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던 4개월 아기 마일스도, 각자의 아픔과 피로에 젖어 있던 하들리와 그레이스도 이 버라이어티 한 일주일간의 여정을 통해 저마다의 성장과 성취를 이뤄낸다.
이 이상하고 독특한 동행은 마침내 미국 전역에서 이들의 추격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는데, 읽다 보면 독자들도 어느새 그들의 안위와 행복을 빌게 된다. 돈을 훔친 도둑으로 보기보다는, 다정한 이웃이자 아이를 지키고자 모성을 발휘한 어머니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돈을 훔쳐 달아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라고도 할 수 있다.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FBI를 피해 도망가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친절과 다정함을 베푸는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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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가 태어난 이후 힘든 일이 계속되었다. 육아는 그녀를 녹초로 만들었고,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고 있을 뿐이었다. 마일스도 엄마가 아무런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그냥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 같았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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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는 인생을 통틀어 단 한번도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 항상 올바른 처신에 집중하다 보니 멋진 일을 만들 수 있는 기회들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적이 많았다.
2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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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자 결심하기 전 그들은 그저 버텨내기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었다. 지쳐있었고 현실에 순응하고자 했다. 삶을 변화시키고자 다짐한 이후의 삶은 처음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 신뢰와 교감을 나누게 된다. 도전하지 않았으면 끝내 알 수 없었던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물론, 나눔과 베풂의 온정을 통해 새롭게 꾸리게 된 가족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가져다준다.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첫 번째로 불행을 불행으로 남겨두지 않고 행복을 위해 인생을 개척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단순한 도전을 떠나서 그 방법에 있어 다정함과 선함이 엿보여 더 의미가 있었으며, 마지막으로는 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삶의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있거나, 무언가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 책과 함께 하면 어떨까? 자신하건데,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여러분은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여정에 깊이 매료될 것이라 확신한다. 하들리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레이스의 이야기로 마무리된 숨 가쁘고 긴박한 이들의 여정을 올여름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