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 문명을 이끈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
송용진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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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과학에 대해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방대하게 다룬 이 책은 역사의 시간을 통해 수많은 과학자(혹은 수학자)를 만나볼 수 있으며, 역사와 종교, 그리고 미래 기술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엿볼 수 있다. 워낙 많은 내용이 담겨있어 깊이보다는 넓게 보는 것을 추천하며 때론 저자의 주관적 주관이 담긴 내용도 담겨있으니 적절히 판단하여 읽으면 좋을듯하다. 공감하는 내용도 있지만 예측 불가한 일들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어떤 부분은 부정적 견해에 대해, 어떤 부분은 무한한 긍정적 견해에 대한 부분이었으나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의견은 다르므로)

 

이 책은 수학과 과학의 역사, 사회적 역할과 의의,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한 지식과 비전이 담겨있다. 읽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도 보이고 때론 반가운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수학자로써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더불어 중간중간 섞여있는 수학공식과 건너뛰어도 좋다고 저자가 말하는 건너뛰기 구간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낯설고도 익숙한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과 이야기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초반에는 수학/과학의 분리와 기본적 용어의 어원 및 변화에 대한 설명들이 기재되어 있는데 불가 약 200여 년 전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학자라는 명칭에 통칭으로 사용되어 카테고리가 분리되지 않은 수학자 혹은 과학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이 역사상 가장 과학이 빨리 발전한 시기인데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것들에 변화가 찾아왔다. 19세기 후반 동양의 개화기에 과학이라는 말을 비롯해 서양의 많은 용어가 한자어로 번역되었고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용어가 '일본식 조어' 위주로 통일이 되면서 현재 사용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역사적으로 수학이 발전하는 데 작용한 3요소>

 

1. 유용한 기호의 발명
2. 뛰어난 수학자의 탄생
3. 사회적 여건 조성

 

저자는 역사적으로 수학이 발전하는 데 작용한 3요소로 위와 같은 3가지 요소를 꼽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수학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수학기호를 꼽으라고 한다면 0부터 9까지의 10개의 '아라비아 숫자'인데 표기법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숫자 표기의 발명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란과 인도 등의 나라들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혹은 수학자)가 매우 많았으며 수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자연과학, 물리학, 철학, 화학 등 무수히 많은 부분이 포함되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였지만, 현대의 수학은 모두 세분화되어 각자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자연과학 분야도 마찬가진데, 데카르트의 과학철학과 뉴턴의 운동 역할이 등장한 뒤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가 수학으로부터 분파해 나갔다.

 

수학과 자연과학은 과거 '수학'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출발했지만 두 학문에는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 입증하는 방법이나 각 학문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자연과학자는 자신이 발견하거나 증명해 낸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발표한 논문, 초록, 저서 등 연구의 성과물로 확인 가능하지만, 수학자들은 수학적 '실력'이 중요하다. 수학은 언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언어의 구사 능력이 중요하고 남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내는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놓은 어려운 이론과 개념을 이해하는 이해력과 실제 문제를 풀 때 사용하는 활용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통찰력, 정보력, 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113~114페이지 中)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각 학문 분야의 세분화가 가속화되었는데, 수학의 경우는 현재 100개가 넘는 세부 분야가 있고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수학자들끼리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수학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첫째. 수학적 문제를 해결한다.
둘째. 수학적 도구를 만들고 쓰기 좋게 정리한다.
셋째. 수학은 교육의 한 중요한 축이고 학교 교육에 있어서의 역할과 의의는 매우 크다.
넷째. 수학은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도구다.
다섯째. 수학은 대중의 일상생활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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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or 자연 or 우주로 대체 가능)을 이제 인류는 수학이라는 언어로 나타내고 과학이라는 언어로 이해한다.

1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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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준은 종교별/나라별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에 따라 쇠퇴와 번영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한때는 동양, 특히 중국의 과학 수준은 언제인가부터 유럽에 뒤지기 시작했다. 다기와 인쇄술 등 뛰어난 문화와 과학기술이 발달했던 중국이 유럽에 뒤처지기 시작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유럽 각 나라들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적으로 발생했는데, 무한 경쟁의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무기 개발과 전쟁 물자 조달, 도로와 성의 건설, 경제 개발 등 승리에 필요한 것들을 얻으려 온 힘을 쏟았고, 그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유도했을 것이다. 또한 이슬람 세계와의 충돌을 통해 유럽 사람들은 자기들보다 더 높은 이슬람 세계의 과학 수준을 경험하고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대륙 전체가 일찍이 통일이 되어 다른 국력이 비슷한 나라들과 피 터지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던 점에서 유럽의 역사적 배경과 대비된다. 이는 중화 제일주의라는 안일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진리 탐구정신이라는 과학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럽은 르네상스 이후 진리 탐구 정신에 입각하여 과학 연구를 해나간 반면, 중국은 실용적인 가치 이상의 과학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188~193페이지 中)

 

<유럽에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환경적 장점>

 

1.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깊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
2. 지식을 탑처럼 쌓을 수 있었다.
3. 과학자(수학자)의 사회적 신분이 낮지 않았다.
4. 대중의 관심과 귀족들의 지원이 많았다.
5. 과학자들은 순수한 호기심만으로도 연구할 수 있었다.

 

유럽은 실용적 가치보다는 단순히 학문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구하고 서로 경쟁했다. 다시 말해 유럽에는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연구 환경과 문화가 있었기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게 해서 '진리 탐구'라는 철학을 가지고 과학을 연구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그리스의 과학 철학의 정신과 절대 신을 믿는 기독교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리스 지식인들의 과학철학이 르네상스 이후 유럽이 새로운 과학적 도약을 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을 접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저자가 꼽은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 BEST 20>

 

1위 '칭기즈칸'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유럽인들이 강력한 종교적 지배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르네상스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으며 유럽의 '사상의 변화'와 '과학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2위 '파스퇴르'는 세균학의 발전이 인류의 행복과 번영에 공헌한 것이 막대하기에 선정하였다.

 

16위 '마리 퀴리'는 과학자로서의 업적과 삶이 그 누구 못지않게 훌륭할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개인적으로는 왜 여성이라는 점을 높게 샀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가적으로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이 중국에 비해 과학이 번성하던 때도 있었지만 한때는 유럽도 학문이나 지식에 대한 권력이 기독교에 국한되어 있어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는 양상을 띄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다양한 재앙들이 발생하면서 기독교의 절대적인 지배력이 퇴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칭기즈칸의 침입, 페스트균에 의한 전염병인 흑사병 창궐, 마녀사냥, 유태인 학살 등 온갖 참혹한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 시발점이 된 몽골제국의 침입은 유럽의 기독교와 봉건 제도라는 굳건한 두 개의 탑을 뒤흔들고 유럽에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사람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깨달음도 주었다.

 

 

중간에 브랜디와 위스키의 어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종교와 과학 사이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도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시간의 흐름대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과학의 발전을 지켜보면 종교(이슬람/기독교)에 따라서 지식과 지식인들을 대하는 차별성에 따라 발전의 양상도 다르게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다소 의외였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슬람은 지식과 지식인들이 존중받고 지원을 받는 반면, 기독교 사회에서는 빛나는 지식이나 창의적인 발견 등은 무시되거나 금지되었다. 오히려 반대였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때의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는 오히려 이슬람보다도 지식인들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럽을 사회적, 사상적으로 오랫동안 지배한 기독교로 인해 유럽은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깊은 암흑의 늪에 빠뜨리는 계기가 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유럽에는 여러 가지 내부적, 외부적 사건이 일어났고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진화하면서 기독교의 압도적인 사상적 사회적 지배로부터 조금씩 벗어났다.

 


기독교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르네상스 시대가 개막하는데 작용한 주요 사건!

 

■십자군 전쟁
■몽골의 침입
■이슬람과의 교역과 선진 문화 유입
■흑사병
■구텐베르크의 새로운 인쇄술
■동로마 제국의 멸망
■종교개혁과 참혹한 종교전쟁
■대항해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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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20세기 중반은 100년 역사상 가장 과학이 빨리 발전한 세기!

사진기, 전기등, 모터, 제철술, 축음기,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에어컨, 세탁기 등등 인류의 삶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고 지금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많은 발명품이 그 기간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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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기술을 선도한 나라는 역사적 흐름을 따라 크게 '프랑스-독일-미국'으로 이동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국내외 사건과도 관련이 깊다. 19세기 유럽 최고의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 나폴레옹 전쟁과 패배, 7월 혁명 등 오랜 기간 정치적, 사회적 불안을 겪으면서 점차 과학의 수준과 국력이 독일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은 19세기 말~20세기 초중반까지 물리학자들이 유럽의 과학을 선도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나치의 집권, 유태인 박해,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겪으면서 국세가 크게 기울게 된다. 이후에는 미국이 지금까지 과학의 최고 선진국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그 당시 유명 과학자들의 행보나 과학기술의 방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저자는 수학자로서 순수 이론과학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은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기초과학보다 기술을 주로 육성해왔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순수 이론과학이 쓰일 수 있는 만큼, 균형 있는 과학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학적 공식에 대해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비전도 진화할 것이고, 결국 세상은 인류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미래에는 보다 과학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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