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어도 살자
아우레오 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왜 살아야 하고 삶이 주는 의미란 무엇일까?
살면서 한 번쯤 내 안의 목소리들을 들여다볼 때가 있는데 그 물음들에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담고 있다. 보통은 소위 '잘 나갈 때'보다는 우울하거나 힘든 순간에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가깝게 지내던 39살 지인의 죽음이 트리거가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착하고 성실했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죽게 되어 죽는 것과, 내가 나를 죽이는 것'은 아주 다른 죽음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
인생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살기로 했다. 나 자신을 죽일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과 언제나 나를 믿는 가족들, 나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살기로 했다.
=====
18살, 처음 죽음을 고민하던 소년이 혼자 호주로 날아가 겪어야 했던 낯선 일들, 이를테면 여러 학교를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영어를 가르치며, 그림을 그리는 등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에 도전하며 굳세게 살았던 그의 일상을 녹여내 쓰인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개념과 가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에세이 형식을 빌어 쓰여 있어 어렵지 않으나,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이 많아 읽는 동안 멈춤과 되새김을 반복하다 보니 꽤 오랫동안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의 관념과 범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도 들었다. '이토록 삶을 열정적이고 온몸을 다하여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렇게 살아왔나?'라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할머니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가진 성장 배경, 그리고 그로 인해 가지게 된 가치관과 사랑, 누군가는 절망적인 순간이라고 말하는 순간마저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마침내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객관적인 자기 고찰과 끈기, 생활 전반에 걸쳐 촘촘히 아로새겨지는 저자의 글을 통해 삶과 죽음,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삶을 사는데 진정한 가치들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It's personalised
상처는 그것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이것이 내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표시다.
-마가렛이 해준 이야기 中-
=====
아끼던 물건에 상처가 나서 속상해하던 그에게 마가렛이 해준 이야기의 일화를 읽으며, 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나 역시 내 소유의 물건들에 대해서는 깨끗이 사용하고 상처가 났을 때마다 속상해하곤 했었는데, 위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의 전환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배움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에게 있어 숭고한 사랑이며 처음 경험했던 '죽음'은 그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굴하지 않는 사랑을 전해 주고 훌쩍 떠나신 할머니는 소년을 철학자로 승화시켰고, 사진작가로 키워 내셨으며,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호주로 홀로 날아가 사업을 시작하고 학업을 병행하는 용기를 전해 주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죽음이 역설적이게도 강렬한 삶의 열정을 품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잃은 것이야말로 죽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데, 우울증이 바로 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면 암에 걸려도 살아나는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삶의 의지'는 재생의 힘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때론 강한 믿음은 현실이 되기도 하는데, 스티브 잡스가 이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영어로 self-belief(자기 믿음)라고 하는데, 믿음은 사실과는 다르기도 해서 때론 self-deception(자기 기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저자는 호주에서 말 잘하고 싶다는 꿈을 강한 믿음으로 현실화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최면처럼 원하는 바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현실화시켜보는 전략도 좋은 방법이 될듯하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떤 무형의 틀에 갇혀 버리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는데, 인간이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면 굉장히 마음이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아는 것이 없으니 무엇이든 그냥 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면 지금 하세요.
일단 하기 시작하면 배우게 됩니다.
61페이지 中
=====
우리는 살면서 망가짐에 대해 은근한 두려움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재료를 망가뜨려야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망가짐을 두려워해서는 작품을 창작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망가진다'라는 건 관점의 차이이므로 어떤 그림을 누군가는 낙서로 보고, 다른 이는 명화로 보는 경우가 있다. 결국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망가진다'는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소소한 것에 마음 쓰고 속상해 하기보다는 그것을 나만의 독창성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나'를 표현하는 계기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때론 작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나'를 알리는 또 다른 창작물이 될 수도 있으니..
실수도 비슷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인식을 바꾸면 긍정적인 2가지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실수를 수정하며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거나, 우연한 실수로 비범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창출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수는 경험이자 기회이며,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부끄러운 게 아니다. 실수를 고치면 그 부분은 누구보다 뛰어나게 되므로 '경험'은 곧 실수를 부르는 단어라고 말할 수 있다. 요리도, 영어도, 인간관계도 실패해 보며 배우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때론 적정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 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중요한데, 손님을 대하듯 극진히 아끼고 대접하지만 기꺼이 각자만의 길로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그 관계는 언제나 아름다울 수 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소풍과 같다. 잠깐 놀러 왔다 가는 소풍이 곧 인생인 만큼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손님이다. 별과 지구처럼 서로 적절한 거리 유지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손님'같은 사이를 유지해 보면 어떨까?
=====
Practise judging well
=====
우리는 은연중에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고, 재단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남과 다른 것에 많이 인색한 편인데, 극소수자의 의견이나 튀는 언행에 있어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아가야 할 길은 멀었다) 영문화 학교에서는 보통 Don't judge라고 가르치는데 올바르게 판단해야 인간이 다 같이 살아가는 데 해가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와 타인 모두를 위해 판단을 잘하는 연습을 해보자!
=====
Accept the differences.
다름을 인정하라
=====
세상에는 맞고 틀리거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다름만이 있을 뿐이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인간적인 관계에 있어서 우선되어야 할 것들은 젠더, 인종, 지위, 권력 등이 아니다.
=====
A crsis is an opportunity.
위기는 기회다
=====
나를 위한 삶의 시작!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다. 저자는 스스로 자퇴를 결정하고 새로운 삶을 기회로 삼아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준비했다. 맥도날드 입사를 통해 전 세계 똑같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배우고 유학전 카페 일을 통해 바리스타가 되었다. 이를 통해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며 호주 유학을 통해 자신 내면의 다양한 능력과 감각을 알게 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길을 만들어 책임지는 자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
Challenges enliven us; boredom kills us.
도전적인 상황은 나를 깨운다. 지루함은 나를 죽인다.
=====
안정적인 삶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움츠려 있는 것이 진정한 삶일까? 생각해 보면 세상에 '안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고,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이롭게 바꾸어 나아가느냐에 따라 무수한 기회와 미래가 변화한다. 우리에게는 그것들을 바꿀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
내 삶에 건강한 리스크를 들인 직후 삶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태도가 달라지니 나를 둘러싼 우주의 기운이 달라진 듯, 사람들이 나에게 끌렸고 일이 동시에 여러 가지가 들어왔습니다. 인생이 달라졌어요.
158페이지 中
=====
호주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본다고 한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된다거나 교사가 되려 하지 않고 정말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로 나아간다고 한다. 정신적인 가치를 더 높게 여기는 호주! 사람의 가치를 권력의 정점이나 물질에서 찾기보다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서 발견하는 가치관을 통해 그들과 우리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쓸데없는 고 스펙, 말로만 하는 인정이 아니라 문화 자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호주의 가치관이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수면을 취할까? 한국 사회에서 수면시간은 아주 어린아이부터 한참 나이를 먹은 어른까지 매우 부족하다. 하루를 쪼개서 알뜰하고 바쁘게 사는 게 어느새 미덕처럼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 결국 줄일 수 있는 것은 '수면'밖에 없기 때문이다. 죽으면 못다 잔 잠을 자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이, 이러한 수면 부족이 과연 맞는 것일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재생능력은 사실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이는 '잠'이라고 말하는 수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체력관리와 뇌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불가피한 시간 낭비라 취급하며 등한시하는데 '잠'은 불멸의 초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재생능력을 발휘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게 내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있는 것을 통해 이를 느낄 수 있는데 때론 아픔과 슬픔과 힘듦의 시간을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나 역시도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버티고 버티다가 잠드는 때가 있는데,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우리는 태어남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향해간다. 이것은 물이 흐르듯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슬프거나 무겁게 느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과 방향성에 달렸다. 때론 철학적으로, 때론 저자의 인생 경험을 통해, 때론 영적인 느낌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이다. 생존에 치여서만 살아가던 이들이 한 번쯤은 삶을 살아가는 본래의 목적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위기는 기회로, 삶은 보다 도전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