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죄책감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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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위 죄책감>이라니 책 제목부터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살면서 죄책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을까?'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도 있을 것이고, 타인에 대한 죄책감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죄책감에 짓눌려 우울감을 느끼거나 내성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자책을 통해 자신을 망가뜨리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깨우침으로써 스스로 책임지는 행동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죄책감이라는 것을 잘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읽게 된 책이었는데 '죄책감'이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니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극복하면 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죄책감의 정의, 죄책감이 생기는 이유, 죄책감의 장점과 단점 등이 수록되어 있는 1부와, 죄책감 해소를 위한 전략 및 예방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2부, 죄책감이 드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 기록한 3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죄책감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를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후에 실 사례에 적용한 예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죄책감,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감정이고 나를 좀먹는 감정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죄책감이란 무엇일까?

 

죄책감은 저지른 잘못이나 죄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내린 평가와 결론에서 나온 결과를 말한다. 흔히 '양심의 가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렇다면 죄책감과 비슷한 의미의 '후회'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죄책감은 우리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느낀다. 그리고 죄책감은 우리를 괴롭히고 손발을 꽁꽁 묶고 에너지를 앗아간다.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져 남에게 조종당하기 쉽다.


후회는 우리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안타깝게 여기지만 그 실수를 용서할 때 느낀다. 후회를 느낄 때는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아직 자존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죄책감을 후회로 바꾸면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몸이 좋아질 것이다.
■건강에 이로운 행동을 할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의 잘못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행동의 책임을 지고 그것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을 고치고 예방하는 데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질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다.
(...)

 

이외에도 수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114~115페이지 中)

 

=====
양심의 가책은 행동의 개선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68페이지 中
=====

 

죄책감은 다양한 감정과 신체 반응, 행동방식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전형적인 특징 없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한 죄책감은 안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규범과 규칙은 부모님, 사회, 종교, 우리 자신이 정한 것이거나 배운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죄책감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며, 우리에게로 밀어닥치는 감정의 파도가 아니라 잘못을 했다고 믿는 자신과 나누는 부정적 대화의 결과이다.

 

저자는 특히 옳고 그름의 기준을 만들어 준 요소로 아래 3가지를 말한다.

 

1. 부모와 가까운 어른들, 어른이 된 후에는 파트너
2. 종교 단체
3. 사회

 

기본적으로 죄책감이 부정적 생각과 자기평가에서 시작되므로 긍정적 패턴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굳어진 생각이나 행동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는 습관을 고치고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각 바꾸기 5단계>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 이론적인 깨달음
지성적 판단을 통해 현실적인 평가와 결론을 이끌어 낸다.

 

◆두 번째 단계: 연습
새로운 평가 방식으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 머리와 가슴의 충돌
보통 해묵은 습관을 고집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묵은 감정은 무시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 머리와 가슴의 일치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죄책감이 필요치 않다는 기분이 든다.

 

◆다섯 번째 단계: 새로운 습관
새로운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 바꾸기 5단계>를 통해 발생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평가와 결론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다.


문득 혹시 죄책감을 유난히 더 잘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궁금증도 속시원히 답변해 준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하루 종일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완벽주의
2. 열등감과 불안
3. 타인의 문제와 고통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과 감수성
4. 남의 감정을 자기 행동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

 

으로 정리하고 있다. 자가 진단으로 위 4가지를 대입하여 본인은 죄책감에 대해 얼마나 잘 느끼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체크해 보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면 어떨까?

 

이외에도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죄책감에 취약한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주고 있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죄책감에 더 취약하다고 한다. 이는 죄책감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아직도 여성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여성차별적 종교
■여성을 약하게만 보는 편견
■엄마를 인생의 모델로 삼는 딸, 그러나 엄마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여자아이들은 희생하라고 배우는 문화
(...)

 

위 사례 등과 같은 차별적인 교육 원칙이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각 항목들을 살펴보면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학습되어 온 문화나 인식으로 인해 발생한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3가지 요소와도 부합되는 내용이다.

 

 

=====
<감정의 ABC>

 

A. 상황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내가 무엇을 했는가?

B. 자신과의 대화/평가
나는 나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행동이 나의 인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C. 감정과 행동
나는 어떤 기분이며 어떤 행동을 하는가?
=====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우리에게 그토록 괴로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위의 <감정의 ABC>에서 자신과의 대화(B)에서 끌어낸 우리의 결론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한 자신과의 평가와 결론을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시>

 

[A 상황]  딸아이의 따귀를 때리고 욕을 했다.
[B 평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자식을 학대하다니 나는 나쁜 엄마다.
[C 감정과 행동]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미 일어난 상황(A)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B)와 이에 대한 감정과 행동(C)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죄책감에 대한 평가가 아래의 질문에 부합하는지 확인해 보자.

 


=====
1. 나의 평가와 결론은 사실과 일치하는가?
2. 나의 평가와 결론이 내가 바라는 기분과 행동으로 나를 이끌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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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질문의 목표는 우리의 평가와 결론이 과연 옳은지 되묻는 것으로 자신의 평가를 점검할 수 있다.

 


<예시>

 

1. 나의 평가와 결론은 사실과 일치하는가?
평소 폭력에 반대하던 당신이 너무 화가 나 딸의 따귀를 때렸지만 후회되는 실수일 뿐이다. 아이를 학대했다는 생각은 과장이다. 당신은 지난 10년간 아이를 잘 보살폈고 자식을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으므로 나쁜 엄마인 것은 아니다.

 

2. 나의 평가와 결론이 내가 바라는 기분과 행동으로 나를 이끌어 주는가?
그렇지 않다. 당신의 행동은 유감이지만 딸의 행동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 당신은 딸과 대화를 나누고 싶고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으며 그런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자신과의 평가와 결론을 수정하여 죄책감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죄책감의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은 오로지 '나'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죄책감이 들 때면 스스로 감정의 ABC를 통해서 자신을 평가 점검하는 방법 외에도 이미 환자들에게서 확인한 16가지 전략 방법을 통해서도 다양하게 시험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죄책감과 싸우는 프로그램도 각양각색일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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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감정은 당신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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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통해서 오은영 박사님이 한 이 말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 책에도 동일한 글이 쓰여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의 대부분은 우리가 상대의 감정에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의 감정을 통제한 적이 없기에 죄책감은 전혀 무의미하다. 누군가 나의 행동으로 모욕감이나 우울감을 느낀다면 유감스럽지만 그의 감정과 행동을 내가 통제할 수 없기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쓰여있다.

 

사람마다 생각과 욕구가 다르므로 상대가 기피하는 말이나 행동은 서로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 모두를 책임져줄 수는 없다. 같은 맥락으로 내 감정은 내가 책임져야 할 내 것이므로 존중하여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감정을 돌보느라 자신의 죄책감을 불러오는 일은 이제 그만하면 어떨까?

 

스스로의 행동으로 인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책임을 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불필요한 죄책감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우울감에 젖어있지 말자. 죄책감은 충분히 스스로 극복 가능한 일이며 통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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