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탐험대 - 양심이 깨어나는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3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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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청소년도서 '흉가탐험대' 는 어릴 적 한참 읽었던 장르소설과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했다. 한동안 '무서운 이야기' '괴담'등과 같은 소재에 흠뻑 빠져 책과 애니메이션을 한참 즐겨보던 때가 있었는데 중고등학교 때 한참 그런 시기가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간간이 즐겨보았던 것 같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뭔가 추억 돋는 책이었다. 투니버스에서 방송했던 '명탐정 코난' '학교 괴담' '괴담 레스토랑'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는데 이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면 워낙 유명하고 오랫동안 시리즈로 방송했던 것들이라 은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더불어 나처럼 반가움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요즘으로 이야기하면 현재 TV로 방송 중인 '심야 괴담회'를 떠올릴 수 있는데 무서운 것에 면역이 없거나, 심하게 밤잠 못 자는 사람들은 보지 않을 수 있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한참 호기심 많고 혈기 왕성한 10대 때 어딘가에서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와 '수학여행 괴담' '학교 괴담'과 같은 감성과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어 반가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다시 한번 흠뻑 빠져들었다.

 

<흉가탐험대>는 같은 반 중학생 4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도수, 서린, 수민 그리고 해초에 대한 이야기다. 주요 화자는 도수인데, 전체적인 스토리는 도수 중심에서 쓰였다고 보면 된다. 도수는 특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공부도 늘 뒤에서 순위를 달리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부모님도 일찍이 공부에 대해서만큼은 포기한 아이지만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하신 한마디로 '겨울방학 세계사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같은 반 친구 3명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비가 엄청 쏟아지던 캠프의 마지막 날 해초는 캠프 바로 옆에 있는 초록 대문 집에서 몹쓸 짓을 당한다. 그리고 캠프에서 돌아온 후 보름 뒤 해초는 그 초록 대문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사람들은 죽은 해초를 두고 앞에서는 모두 내 아이 같다며 안타까워했지만, 뒤에서 하는 말은 달랐다. 캠프에 함께 참가했던 셋도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에 따라 지내던 중 수민이 어느 날 유튜버 닥터쌩의 흉가탐험대를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게 되면서 그들은 '닥터쌩의 흉가탐험대'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요구했던 수민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흉가 탐험을 하지 않겠다 선언해버리고 도수와 서린은 망설이지만 결국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초록 대문 집에 찾아가게 된다. 해초쌩은 해초 영혼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해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추리해가기 시작하는데, 그러던 중 해초의 죽음이 타살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에서도 재수사가 시작된다. 

 

초록 대문 너머 들리는 해초의 영혼의 소리,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각자의 비밀은 초록 대문 집을 탐험하면서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듯 진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침묵의 무게와 책임감,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자신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감춰왔던 진실들은 결국 초록 대문 집을 방문하면서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양심을 건드리게 되고 이는 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해초가 남긴 물건과 해초의 영혼의 소리를 통해 감추고만 있던 내면의 불안과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어느새 사건의 실마리도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불꽃처럼 내면에 가지고 있던 양심이라는 불씨가 어느새 불꽃처럼 타오르면서 아이들은 어느새 저만큼 성장해 있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는 금방 끝이 난다. 영혼의 존재 유무라던가, 유명 유튜버를 따라 함께 한 '흉가탐험'과 같은 소재는 어찌 보면 가볍게 넘기고 갈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토리 곳곳에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 책에는 가해자에 대한 입장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은 반면에 목격자나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도드라져있다. 큰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와 목소리를 낮추고 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 내 일이 아니면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의 행동들과 대비되는 피해자의 어머니의 모습은 절실하고 긴박하다.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단서를 찾고 주변인들을 찾아가 호소하는 모습을 통해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주변의 일에 대해 우리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타인의 일에 대해 겉으로만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있진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릴 때에는 '양심적으로 살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지만, 정작 어른이 된 이후에는 그 양심을 저버리고 사는 어른들이 많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줄줄 외우는 교과서 내용처럼, 어쩌면 '양심'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으로 읊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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