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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한 권에 삶의 모든 질문을 담아보려고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건, 나이를 한살 한살 먹는다는건 어쩌면 삶에 있어서 질문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닐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은 학생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겪었던 현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게 된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면서 그 현실에 적응할때쯤이 되면 살면서 가졌던 이상이나 희망을 하나씩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어느새 하나씩 내려놓음으로써 얻게 되는 안온함과 평화속에서 나름대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는것!!
그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새로운것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되는게 아닐까 라고 말이다.
관심이 덜하니 자연히 그에 따른 질문은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이 작가는 가능하다면 한 권에 삶의 모든 질문을 담아보고 싶다니..
어릴때 수없이 했던 수많은 질문들을 과연 어떻게 담았을지..
어떤 질문들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이가 아닌 성인인 작가는 어떤것들을 아직까지 놓치지 않고 있을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호기심 반 기대감 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책을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때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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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의 책 내용 혹은 추천글 읽기
첫장에 기록된 작가소개글 보기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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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읽는 순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책을 읽기전에는 책 내용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책표지와 작가소개글은 단순명료했고, 뒷표지의 내용은 작가의 책을 쓴 의도가 간단히 서술되어 있었다.
책 두께만큼이나 다양했던 무려 101개의 목차!!
아직까지 재미라는 단어와는 친하지 않은 '인문학'의 형태를 빌려 쓴 작가의 의도가 내심 더 궁금해진다.
책 두께와 인문학이라는 걸 염두해두었을때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일 책만 읽고 있을 순 없으니 틈틈이 시간날때 읽고, 술술 읽힌다 해도 두께가 제법 있어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아마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본격적인 글이 시작되기전 쓰여있는 '연관에 대해'에 남긴 작가의 말처럼 목차 1부터 101까지의 글들은 징검다리를 이루는 주춧돌처럼 하나의 이야기 처럼 연관되어 서술되고 있다.
그래서 목차의 제목만 보고 띄엄띄엄 읽게되면 내용을 100%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전혀 상관없는 질문과 내용인것 같은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하나의 문맥처럼 쭉 연결되니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작가가 최선의 목차 순서였다고 나열했나보다)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는 1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태어나서 한번쯤 하는 질문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인가, 어른이란 무엇인가 등등 한번쯤 해봄직한 질문들을 위트있지만 시니컬하고 연관없는듯 하지만 연관있는 문장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몇몇 문장들을 기재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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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데는 수정 이외에 이유가 없다. 그것은 그냥 그런 원리인 것이지 슬픈 일도 아니고 서운할 일도 아니다.
이 단순한 질문을 이제 놓아주자.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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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삶에서 비교만큼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냥 살아있어서 사는 것이다.
생존에 꼭 필요한 평범한 순간들을 불필요하게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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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시니컬한 결론인가 ㅎㅎㅎ
세상엔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한번쯤은 끙끙거리며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답변을 명쾌하게 하는 작가라니..
'그래, 세상엔 생각할거리와 고민할 거리가 너무 많다'
이제는 이런 질문들은 그만 놓아줄 때가 된것 같다.
읽다보면 사춘기 시절 한번쯤 해봄직한 질문외에도 현재를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행복에 대한 고민이나, 나이가 들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여가생활의 고민이라던가, 소소하지만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들에 대한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작가 자신에 대한 과거이야기와 또 살면서 느꼈던 경험담, 그리고 앞선 삶을 살고 계신 아버지의 여가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가면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한번씩 내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삶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속 어떤 자세로 임하는게 좋을지 지금쯤 한번은 멈춰서서 돌아보고 생각해보는것도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위 이야기들처럼 살면서 했던 질문들을 묘한 연관 관계로 묶어 줄을 잇는 글쓰기 방식도 매력적이었지만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바로 상상하기 형태의 글쓰기방식이었다.
때론 인류가 국가의 형태를 하기 전 최초의 원시시대로도 여행을 떠나보고,
고구려 시대도 가보고, 때로는 조선시대도 가보고,
어떨 땐 숲속 어느 족장으로의 삶으로도 상상해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라 또 죽었네~ 다음생은 어떻게 살아볼까'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듯 그렇게 막연하지만 어느 시대나 장소로 이동하면서
읽어나가는 스토리 전개방식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특정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어렵지 않게 작가가 설정한 시대나 장소로의 이동이 가능할만큼 쉽게 접근가능하니 가벼운 상상여행의 경험을 통해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2부는 1부보다는 묵직하고 현시대를 살아감에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들이 엮여있었는데 1/3 지점까지는 부담없이 앞 전개방식과 비슷하게 읽어내려갔던것 같다.
그런데 2/3 지점부터는 정체되어 있는 느낌도 들고 앞 전개방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 속도감이 붙지 않았던 단락도 있었다.
반복되는 구간들도 있었고 단락의 문맥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오타들이 발견되면서 문맥의 흐름이 끊기는 부분들도 있어, 주제도 무거운데 내용들도 앞 전개방식과는 달라 편중된 시각도 좀 보였던것 같다.
그래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하는 주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1부와 같은 형태를 빌어서 쓰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맘에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늘의 인간'이라는 제목에서 '그늘'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궁금했는데
'그늘' 이라는 말 자체 그대로 쉼을 주는 그늘의 의미외에도
어둠을 나타내는 그늘의 의미도 있어 중의적 의미로 사용된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다행히 작가는 나의 이런 의문마저도 마지막 목차에서 속시원히 해결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핵심은 마지막 장에 쓰여있는 이 문구인것 같다.
사는 동안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재미를 어떤 방식으로 찾을지는 각자의 성향이지만, 불필요한 요소로 인해 사람들의 괴로운 시간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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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뒤덮은 그늘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면서 열을 식히고 다음의 목적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