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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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 매력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진다.

특정한 분야에 심취하여 그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는것도 좋으나,

두루 여러 분야의 책들을 아무런 편견없이 볼 수 있는것 또한 행운이며 각기 다른 재미를 발견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소설책을 가장 좋아하고, 많이 읽는 분야이기 하지만 때로는 다른맛(?)을 한번씩 즐길 때가 있다.

'읽는것'자체를 즐겨하고, 책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있어 그냥 '읽는것'자체에 꽂히게 되면

밤낮 할 것 없이 그냥 '읽는것'에 매진한다.

그러다보면 소설책/e북/인터넷뉴스거리/잡지/누군가의 글등등 무언가를 밤새도록 그냥 '읽는다'

그러다가 좋은 글귀가 있으면 캡쳐를 뜨거나, 사진을 찍고..

또 이거다 싶은 책이 있음 책 제목을 꼼꼼히 메모해둔다.

그리고 U도서관을 통해 메모해뒀던 책리스트 중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대여를 하기도 하고

중고서점에 들릴때면 쏙 한권 뽑아들고 몇시간동안 내리 읽을때도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톤·향연』은 그렇게 '읽는것'에 매진하던 어느날 발견한 도서서평이벤트의 도서 중 하나였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에, 서평이벤트 소개내용이 따분하지 않고 재밌을것 같아 일단 신청했는데

다행히 해당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학창시절이었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었을텐데,

지금은 오히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여러 책들을 접하면서 식견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오히려 깊이있게 다뤄보지 못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이러한 소재나 내용들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어릴적 시험과목중 하나로 따분하게 공부했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페르시아전쟁, #펠로폰네소스전쟁

등등의 키워드들이 그냥 [어려운거] [외워야하는거] 라는 닉네임을 달고 일회성으로만 공부했던것들이었는데

오~ 맙소사!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

왜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 줄줄이 외우는 암기식 교육만 진행했었는지..

왜 그렇게 교육용 책들은 따분했었는지..

요즘 책들을 보면 유아동책, 인문책, 소설책 할 것 없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구성이 되어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말이다.(끙~)



여하튼,

기억속에 지루함과 딱딱함이라는 말로 봉인되어 있던 소크라테스와 철학, 인문학!

이라는 단어는 잠시 내려두고 초록색 표지로 무장하고 나를 반기고 있는 플라톤의 대화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저술한 책으로,

플라톤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과 그와 제자들이 나눴던 대화를 4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전개하고 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으로 제목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몇가지 말과 굉장한 철학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정도의 정보외에

구체적으로 그의 일대기와 그 외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어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상을 가졌고,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등의 자세한 정보는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난 후 적어도 그의 사상과, 그의 마지막은 알 수 있게 된것 같아 조금은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참된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던 신념, 죽음앞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철학에 대한 생각등

현대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길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며 그것만을 위해 온전히 살다간 그의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가족까지 등지면서,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이데아 혹은 에이도스로 표현되는..

'형상, 형태' 혹은 '사물들의 본성 속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원형들'로 정의되는 이것은 실체는 없고 불변하며, 경험적인 현실에 맞닿아 있고

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도 경험 세계를 초월해서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궁극적인 실재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뭔가 철학적이고 어렵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이 책을 통해서 소크라테스가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가다보면

그의 제자들처럼 "선생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라던가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라는 말로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방식을 보면, 어떠한 논리를 하나하나 풀어서 그것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형태로 논리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A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수긍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

다음 B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수긍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

A와 B가 틀림없이 맞는거라면 A와 B를 묶어서 만든 C라는 논리도 A,B의 법칙에 따라 맞는걸로 확인된다는 형태의 논리다.



이는 몇몇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책에 인용된 부분에서 확인해보면

104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지혜를 얻는것과 관련해 몸과 영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보기에, 지혜를 얻는것과 몸과 영혼이 어떤 관련이 있는건지 의아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주장한 논리에 의거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는 재미를 위하여 생략한다.-

(참고로 그가 주장하는 논리들을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나도 저 제자들 틈에 끼어 그의 논리를 가만히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발견한 부분인데,

기본적으로 플라톤이 저술한 소크라테스의 대화속 문장을 들여다보면

'어떠한가' 라던가, '않겠는가'등의 그만이 쓰는 고유의 말투가 보여진다.

질문형 형태의 문장으로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논증에 대한 확답을 이야기하거나, 질문 그 자체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 그의 말투였는지 아니면 플라톤에 의해서 각색된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고유의 말투로 인해 그의 해석이나 설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추후에 몇몇 부분들은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더불어, 이 책을 읽을때 도움되는 팁을 몇가지 이야기하자면,

역자가 붙인 각주나 일러두기등의 소소한 설명들은 모두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는것과

처음에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라도 해제를 읽고, 처음부터 스토리를 쭉 읽은후에 다시 해제를 읽으면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크라테스는 어찌보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정세력과 과두정 세력사이에서 억울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을 당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러한 억울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죽음에 태연했고 또 여유로웠다.

그에 대한 부분은 크리톤에서 그의 죽마고우와 탈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

그리고, 파이돈에서 제자들과 사형 집행예정일에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의연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억울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앉아서 토론을 벌이거나,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죽음은 기쁘게 받아들이되,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모함에 대해 스스로 조목조목 변론하며 변호한다.

오랜세월 그에 대하여 제기되어 왔던 모함부터 현재 그를 고발하여 재판정에 세운 자들이 고발장에 제시한 모함까지!

(이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혹은 변론에서 확인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 사랑으로 번역되는 '에로스'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다.

여기서는 사랑이라는 뜻보다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정의된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적인 변증을 통해, 참된 것들인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즉 철학을 통해)

진정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트의 변증이나 설명방식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생각이나 방향하고는 달라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책을 읽게 되었던것 같다.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외쳤던 그 사상보다

상대주의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는 소피스트가 더 맞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실용주의와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사상이 현재의 사회 상황과도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실용주의와 현실주의가 현재를 성장시킨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에 어떤것이 옳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이던지, 반대되는 것들은 존재하고 그러한 것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적어도 지금의 현실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 시대의 이름이나 그리스 로마신화들에 나오는 각 종 신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해야 더 의미가 가까이 와 닿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사상중에 현 시대에도 가장 와닿았던것은..

모른다는것을 내 스스로 아는것!!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것!!

그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소크라테스의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철학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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