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 연희동 집 바람 솔솔 부암동 집 - 한번쯤 살고 싶은 두 동네 엿보고 싶은 두 개의 집 이야기
최재완 외 지음 / 생강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마당있는 집에 살았던 경험이 대부분일겁니다. 그 '어느 정도의 나이'라는 것이 40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왜냐하면, 40대가 어릴때에는 아파트를 구경하기가 어려웠죠. 아파트는 뭔가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온 서울을 뒤덮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길바닥에서 흙을 볼 수 없을 거라는 것도 무척이나 놀라운 일입니다. 하긴, 요즘은 여름에 제비를 볼 수 없어도 동네를 돌아다니는 똥개와 개똥을 보지 못해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절이긴 합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추웠고, 뭐가 그리 고장이 많이 나는' 단독주택은 뭔가 탈출해야 할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그 탈많은 단독주택 역시 그 당시는 '양옥'이라는 말로 불리면서 양옥보다 '춥고, 고장 많이 나고, 특히 부엌과 화장실이 불편한 한옥'보다는 발전한 단계의 주거형태였지요. 낮은 곳에서만 살고, 집이 2층만 되도 동네 자랑이 되던 집에 살다가 아파트의 고층-그래봤자 4층, 좀 지나서 10층-은 신선이 살것 같은 하늘속의 집이었습니다.

 

  아파트는 우선 놀랍게도 '겨울에 불을 갈러 일어날 필요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초기 아파트는 연탄을 갈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름 보일러' 달았다고 자랑하던 시기에 그런 것 조차 없는 아파트는 엄청난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뜨거운 물이 금방금방 나왔습니다. 게다가 아주 따뜻했습니다. 화장실도 당연히 안에 있습니다. 욕조에 샤워기도 있구요. 그 편안함에 푹 젖어 살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은 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흙이 그립습니다. 나무는 내려다 보는게 아니라 옆에 둬야 제 맛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100% 효율성의 공간이 아파트에 살기에 사람은 100% 효율적이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일정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단독주택'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얼마전 '땅콩 집' 열풍이 지나갔습니다. 그 책과 이 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가 말하듯 꼬시는' 책입니다. 땅콩집은 어딘가 '시원시원한 결정과 진격'처럼 보인다면 이 책은 '쉬엄쉬엄 동네 마실 나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실속'은 챙겼습니다. 그 '실속'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잘 풀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이 얼마가 들었는지 집을 수리하고 고치는데 누구와 일을 했는지, 어떻게 집을 보러 다녔는지.. 등등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부담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 매력입니다.

 

  그런면에서 제일 첫머리에 옛날 어릴적 살던 집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은 어찌보면 지루하면서도 어찌보면 내 마음을 가져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껏 이 책을 읽고나서 부러움과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지금 형편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를 발견하곤. 괜히 저자를 향해 퉁명스럽게 내 뱉게 됩니다. "애가 없어서 이렇게 할수 있는거야!" 하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애가 있던 없던 나는 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했고, 저는 지금 그들을 무척이나 부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고 있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아이가 뛰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 마당에 연못과 아름드리 나무는 없어도 좋습니다. 햇살만 가득하고 바람만 솔솔 부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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