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세트 - 전3권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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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본 할머니의 이야기 풀어내는 솜씨는 정말 탁월합니다. 나이도 일흔이 넘었으니 할머니라 불렸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지는 않으실게고요. 게다가 적어도 '할머니가 잠자기 전에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라는 말이 익숙한 제게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아주머니나 아가씨, 젊은 처자보다 할머니가 더 친근합니다.

 

  시오노 할머니의 이야기 솜씨야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미 맛보았기에 책을 고르면서 적어도 지루해 하거나 돈을 아까워 하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책을 열고 읽어보니 역시. 시오노 할머니의 이야기 솜씨는 훌륭합니다.  어쩌면 그리도 재미없을것 같은 소재들을 모아서 흥미진진한 얘기 꺼리로 변화시키는지. 남아있는 재료만 가지고 뚝딱 맛난 음식을 만들어 내는 할머니 솜씨만큼이나 놀랍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고 본인이 주장을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분에 상상하는데 훨씬 자유롭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딱딱한 - 반면, 정확하다고 하는 - 글보다 더욱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하는 사람의 감정이 실리는 것이 당연하듯이 어느 편에 무게가 슬쩍 기울어 있습니다.

 

십자군을 일으킨 기독교 국가들이 한 행동은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따뜻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벌인 온갖 악행과 행패들도 어느새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쩔 수 없이 또는 젊은 날의 혈기처럼 벌어진 실수'같은 느낌이 듭니다. 범죄나 악행이라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 정도의 감정. 반면에 당한 이슬람측의 행동은 어딘가 이기적인 집단들 처럼 보입니다. 마치 '그러니까 니들이 당했지'라는 느낌이랄까? 양쪽의 인물들을 다루는 말투에도 어딘가 무게가 기울어 있습니다.

 

영국의 리처드 왕에 대한 할머니의 칭찬과 애정은 책장에 뭍어날 정도인데 반해 살라딘에 대한 칭찬은 참으로 건조합니다. 1등한 옆집 아이에게 '축하한다'라는 말은 분명하나 마음 속 깊이 즐거워 하고 있지는 않다는 투?

 

그래서인가요? 로마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로마 사람들은 망해서는 안될 정도의 매력적인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공격 당한 이른바 '야만인'들도 그리 느꼈을까요? 읽고나서 한참이나 후에 깨달았을 정도니 이야기 솜씨 만큼은 인정해 줘야겠지요.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놓고, 아니 정확히는 어떤 땅을 놓고 다투는 것이 인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십자군은 악이고, 이슬람은 선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든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듣고 싶을 것을 드는 것이 나의 선택인것 처럼요.

 

이야기는 참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번 것은 조금 찌꺼기 같은게 남네요. 그래서 별 넷!

더불어 시오노 할머니의 다른 이야기들을 같이 읽어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특히나, 시오노 할머니의 애정이 듬뿍 뭍어나는 이태리가 끼어 있는 것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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