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려 고생했던 적이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나이탓이려니 한다.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게 사람인가 보다.
아직 나이가 많이 든 뒷방 노인네 같은 타령은 아닐지라도
나이의 힘은 누구도 속일 수가 없나보다.
아주 쉽게 했던 일들을, 어렵지 않게 겪었던 일들을
나이에 비례해서 힘에 겨워 한다.
제 아무리 난 아니라고 해도
아무리 동안이라 우겨도
제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것이지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나이를 먹으면 지혜도 같이 먹어야 되는데
요즘은 쏟아지는 지식만 해도 버거웁다.
옛날 노인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어떻게 지혜를 챙겼을지 궁금하다.
하긴, 전철에서 쉽게 만나는 노인들에게선
'노인다움'보다 '노인스러움'만 보게 되는 것이
나이 먹는다고 지혜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노인 다움은 경륜이 뭍어있는 모양새를 말한다면
노인스러움은 세파에 찌든 모양새라고 혼자 정의내려 본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떨어낼 수 있겠지만,
나이는 무엇을 먹어도 떨어낼 수 없다.
그래서.
감기 걸린 내 자신이 꽤나 불쌍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