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바다 - 바다에서 만들어진 근대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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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얻게 된 책이라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귀가길 지하철에서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방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죠.

  표지 첫장을 넘기면 등장하는 저자의 흑백사진.
  약간은 신경질 적으로 그러나 똑똑해 보이는 분이 미소를 띠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교수? 역시나 얼마나 어렵게 글을 쓸까?

  게다가 신문칼럼에 연재했던 글들을 뼈대로 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신문? 그 깊이 없이 자기 생각을 나열하는 매체? 기자랑 친했었나 보군.

  책 표지는 촌스럽게 하늘색. 출판사는 듣도 보도 못한 곳.  

  어허. 이런 왠걸! 읽다보니 지하철에서 내리기가 싫었습니다.
  또한 아침엔 신문, 저녁엔 책을 읽던 습관임에도
  신문은 대충 훑어보고 책을 꺼내 들게 되더군요.

  이 책의 장점은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라는 것이 가장 반갑습니다.
  애국적인 사람도 아니고,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도 아닌 저에게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번역한 책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번역투의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 정말 책에서나 찾을 수 있는 알지못하는 전문용어,
  읽으면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래서, 책을 읽기 보다는
  책을 공부하게 만드는 '번역서 스러운 나쁜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제대로 글을 지어 만든 '읽는 재미가 넘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이제야 여유가 느껴집니다.
  과거 서구중심의 역사관에서 느끼는 열등감. 민족중심의 역사관에서 느끼는 허전함.
  그런것없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여유. 역사를 바라본다는 말 뜻을 알듯 합니다
  노예제에 대해서, 아프리카에 대해서, 그리고 서구의 대항해 시대에 대해서 등등등
  다양하고 균형잡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절한 설명과 자료 역시 빼놓을 수 없지요. 글에 나오는 자료가 그림으로 나오고,
  어려운 말은 최대한 많이 자제한 - 그러나 티가 나지 않아 더 멋진 - 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바다로 진출해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가슴은 뜁니다.  

  이 저자의 책은 다시 한번 찾아볼만큼 매력적입니다.
  다른 책도 이 책 만큼만 보여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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